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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러 시술, 정말 괜찮을까?

입력 2017.09.01 19:10
  • 최정연·하이닥 건강의학기자

필러(filler)란 말 그대로 채워주는 물질, 충전제이다. ‘필러’ 시술은 피부와 유사한 점도를 가진 필러 제제를 주사기 바늘을 통해 피부 아래, 주로 진피층에 주입해 얼굴 윤곽과 주름을 개선하는 미용성형 시술로 보툴리눔 주사와 함께 효과 좋은 ‘쁘띠 성형’으로 손꼽힌다.

보툴리눔 주사가 근육을 마비시켜 주름을 완화한다면 필러는 노화로 인해 패이거나 꺼진 부위를 메우고 높이가 낮거나 볼륨이 적은 부위를 보완하는 역할을 한다.

쉽고 빠르게 예뻐지고 싶은 여성의 욕망에 부응하는, 그리고 동시에 이를 부추기는 시술이지만 결코 쉽고 단순한 시술이 아니라는 것을 많은 이가 간과하고 있다. 필러 시술의 안전성과 효과를 높이는 방법을 찾아보자.

사과에 주사를 놓는 남성사과에 주사를 놓는 남성

필러 시술의 기원은?

신체에 다른 물질을 삽입하는 필러는 1800년대 후반 환자의 몸에서 떼어낸 지방 조직을 얼굴에 이식했다는 의학사적 기록에서 그 기원을 찾는다. 이후 파라핀, 실리콘 등 현재 피부에 주입이 금지된 성분으로 성형이나 가슴 확대 등이 이루어지기도 했다.

1980년대 초, 소와 돼지 피부에서 추출한 콜라겐을 사용한 ‘자이덤’, ‘자이플라스트’, ‘파이브렐’ 등 주사제가 등장했으며 FDA에서 필러제로 승인을 받기도 했지만 유지 기간이 짧고 알레르기 반응과 면역 부작용이 있어 현재 미용 목적으로는 거의 사용하지 않고 있다.

1990년대 초반에는 인공 뼈와 인공치아 성분인 PMMA와 콜라겐 성분을 섞은 필러제 '아테콜'이 등장했고, 2000년대 초에는 PAAG라는 성분의 ‘아쿠아미드’가 등장했다. PMMA와 PAAG 성분 필러는 체내에서 사라지지 않는 반영구 필러에 속한다.

2003년에는 HA, 즉 히알루론산(Hyaluronic acid)이 주성분인 필러제 '레스틸렌'이 FDA 승인을 받았다. 관절액, 연골, 피부 등 인체 내 존재하는 성분 히알루론산은 친수성이 뛰어나 자신의 중량보다 수백에서 수천 배에 달하는 수분을 끌어당기는 힘이 있다.

이후 치아와 뼈를 구성하는 성분 미네랄 인산칼슘 CaHA를 함유한 필러와 생체 적합성 합성 폴리머인 PLLA를 주성분으로 하는 필러 등도 등장했다.

HA 필러의 특징과 장점은?

위에서 설명했듯 필러제는 성분에 따라 분류한다. 가장 많이 출시되었고 그만큼 많이 사용되는 것이 히알루론산, HA 필러다. 하이닥 피부과 상담의 이승재 원장은 “HA 필러는 지속 기간이 2년 정도로 비교적 짧은 편이지만 피부 주입 시 이물감과 뭉침 현상이 적으며 부작용이 생겼을 때 녹여서 제거할 수 있다는 것이 가장 큰 장점”이라고 설명한다.

HA 필러에는 레스틸렌, 쥬비덤, 퍼펙타 엘라비에, 티슈필 이브아르, 클레비엘 등이 있으며 각 필러제마다도 차이가 있다.

HA 성분은 단일 성분만 주사하면 체내에서 며칠 만에 흡수되어 사라지기 때문에 서로를 연결하는 크로스링킹이라는 특수 처리가 필요하다. 이 과정은 모노페이직과 바이페이직으로 구분되며 이에 따라서도 HA 필러의 특성이 달라진다.

모노페이직 방식은 히알루론산을 미세하게 분할해 젤 타입으로 만들어 고르게 퍼지지만 볼륨감이 적은 것이 특징으로 쥬비덤과 테오시알 등이 여기 속한다.

바이페이직 방식은 히알루론산을 크게 분할한 타입으로 다소 불균일할 수 있지만 볼륨 증강 효과가 크다. 레스틸렌와 이브아르, 퍼펙타 등이 여기 속한다. 최근에는 모노페이직과 바이페이직 방식을 모두 응용한 제제도 등장했으니 시술 시 의사와 자세한 상담 후 결정하자.

또한 한 제품 내에도 시술 부위와 용도에 따라 딥, 볼륨, 라이트, 파인, 울트라 파인 등으로 라인업 되어있으므로 전문의에 의한 적합한 선택과 사용이 필수다.

히알루론산 필러 시술 후 결과가 만족스럽지 않을 때는 히알루로니다제(hyaluronidase)라는 성분을 주입해 필러제를 녹일 수 있다는 것도 가장 큰 장점 중 하나다.

그 외 필러는 무엇이 다를까?

이승재 원장은 “비(非) HA 필러는 지속기간이 2년 이상으로 긴 편이고 시술 시 형태를 더 정교하게 만들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뭉침이 생길 수 있고 시술 결과가 흡족하지 않을 때 수술적인 제거를 해야 하는 단점이 있다”라고 이야기한다.

인산칼슘 CaHA 성분을 함유해 칼슘 필러라고 부르는 래디어스와 페이스템 등은 점성이 높아 볼륨 부여와 리프팅에 효과적이다. 히알루론산과 CaHA를 혼합한 히알라인 제제는 히알루론산의 안전성과 칼슘 필러의 장점을 결합한 것이 특징이다.

수술용 봉합사 등에 사용되는 의학용 고분자 물질 PCL(Polycaprolactone)을 함유한 엘란쎄는 즉각적인 볼륨을 형성하는 동시에 체내 콜라겐 형성을 도와 4세대 필러라고 불린다. PCL 성분은 체내에서 가수분해되어 물과 이산화탄소로 흡수되기 때문에 신체 부담이 적은 것도 특징.

피부를 채우는 필러 개념은 아니지만 체내 콜라겐 생성을 촉진해 시술 부위의 볼륨을 키우고 주름을 완화하는 스컬트라, 에스테필 같은 제제도 있다. 피부에 주입하면 스스로 콜라겐을 생성할 수 있도록 도와 6주 정도 지나면 볼륨이 증가하거나 주름이 완화되며 그 효과는 2~3년간 지속된다.

시술 후 상태가 흡족하지 않거나 부작용이 생기면 주입한 필러를 외과 수술로 흡입하거나 절개해 제거해야 하므로 수술 자국이나 흉터가 남을 수도 있다.

참고로 현재 시장 점유율을 살펴보면 앨러간의 쥬비덤 36%, 갈더마의 레스틸렌 34%, 멀츠의 래디어스 15%이며 그 외 700여 개 회사 제품이 15%를 차지하고 있다.

거절의사를 표하는 여성거절의사를 표하는 여성

필러를 섞어서 시술받을 수 있을까?

성분이 다른 필러를 섞으면 화학 반응이 나타나므로 필러제를 섞어 시술하는 것은 원칙적으로 금물이다. 동시적이 아니어도 처음에 HA 외 성분 필러를 시술받은 부위에는 다음에도 같은 필러제를 시술하는 것이 이상적이다.

이승재 원장은 “시술 시 필러제 이름을 정확히 알아두어야 나중에 같은 부위에 재시술을 받을 때 트러블이 생길 가능성이 작다”라고 조언한다.

시술이 가능한 부위는?

이마, 미간, 관자놀이, 콧대, 코끝, 앞볼, 팔자주름, 턱, 턱 끝, 눈 밑 애교살, 입술, 입술 옆, 목 등 얼굴 거의 모든 부위에 시술할 수 있다. 각종 주름을 메울 수 있고 이마에 볼륨을 더하거나 코를 높일 수 있으며 꺼진 부위를 채울 수 있다.

시술 과정은?

시술 부위를 상담한 후 메이크업을 지우고 피부를 소독한다. 시술 부위에 마취 연고를 바르거나 마취 주사제로 국소 마취한다. 요즘에는 거의 모든 필러제에 마취성분이 들어 있어 시술 시 통증이 적은 편이다. 마취성분이 거의 리도카인이므로 알레르기 반응을 보이는 이라면 주의가 필요하다.

주삿바늘을 사용하거나 캐뉼러를 이용해 시술 부위에 필러를 채운다. 국소 부위에 소량을 주입할 경우에는 주삿바늘을 사용하고 시술 부위가 넓을 때는 캐뉼러 관을 이용하는 경우가 많다. 마취해도 주삿바늘을 찌르는 순간에는 따끔하며 주입하는 동안 피부 속으로 무엇인가 들어온다는 느낌이 들 수 있다. 주입하는 양이나 주사법은 시술 부위마다 약간씩 다르고 시술 중 필러제가 잘 퍼지거나 형태가 잘 잡히도록 의사의 손으로 조절한다.

주입이 끝나면 바늘이 들어갔던 부위에 작은 스폿 밴드를 붙여 마무리한다. 시술 부위에 따라 항생제나 진통제를 처방받을 수 있다. 시술 후 바로 일상생활이 가능하고 메이크업도 할 수 있다.

웃고 있는 남성웃고 있는 남성

얼굴이 아닌 다른 부위에도 시술받을 수 있을까?

요즘에는 특수 부위 필러 시술에 더 관심을 보이는 이들이 많다. ‘바디톡신’에 이은 ‘바디필러’랄까. 다소 은밀하게 상담을 요청하는 부위를 살펴보니 가슴 필러에 이어 질 필러, 음경 필러 등에 관심이 컸다.

가슴에 필러제를 주입하는 가슴 필러는 가슴 확대 성형술이나 자가이식처럼 복잡한 단계를 거칠 필요 없이 짧은 시간 내 가슴 사이즈를 키울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이승재 원장은 "가슴 성형 수술 후에는 회복 시간이 필요하고 근육 위축이나 보형물 부작용 등이 나타날 수 있지만 가슴 필러는 일상생활이 바로 가능하고 감촉이 그대로라 더 자연스러운 것이 장점”이라고 말한다. 하지만 비교적 많은 양의 필러제가 필요해 비용이 높은 편이고 지속 기간이 한정적인 것이 단점이다.

산부인과적 필러 사용에는 찬반 의견이 분분하다. “필러 시술 자체가 안전하므로 질 필러 역시 효과적”이라며 적극적으로 시술하는 병원이 있는가하면 “질 필러는 교과서적 질 축소법이 아니다”라는 이견도 보인다.

여성의 질이 늘어나는 이유는 출산으로 인해 근육과 질 자체가 늘어난 경우가 대부분이므로 소량의 필러로 그 공간을 줄인다고 성감이 증가할 가능성은 없다는 것. 질 필러 시술을 한 경우 시간이 흐르면 질 점막이 비정상적으로 딱딱하게 경화할 수 있고 절 점막 아래 자리 잡은 필러는 부작용이 생겨도 제거하기도 힘들며 오히려 정상적인 피의 흐름을 방해해 성적 흥분을 저하할 수 있다는 의견이 있다.

음경 필러 역시 시술이 간편하고 효과가 빠르게 나타난다는 장점이 있지만 발기 시 시술 부위의 강직도가 다르거나 형태가 비대칭 또는 부자연스러울 수 있으며 필러 뭉침 현상이 생기는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다.

참고로 래디어스 필러는 2015년 FDA에서 손등 주름 개선에 대한 적응증을 인정받았고 지난 3월에는 한국 식약처에서도 손등 볼륨 필러로 사용 허가를 받았다. 주변에 손의 노화로 고민하는 이가 있다면 전해줄 만한 소식이다.

머리를 잡고 있는 여성머리를 잡고 있는 여성

자가지방 이식술과 어떤 차이가 있을까?

요즘 온라인에서는 연예인들이 예뻐지는 비밀이 ‘자가지방 이식술’이라는 네티즌의 추측성 글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지방이 많은 아랫배나 허벅지에서 지방세포를 채취한 후 원심분리해 정제한 지방을 이식하는 미세지방 이식술로 주름 완화, 볼륨 개선 등 필러와 비슷한 효과가 있다.

이승재 원장은 “필러 시술과 비교할 때 지방이식술은 지방 주입 후 피부에 생착이 잘 되면 볼륨이 더 오래 지속될 수 있고, 지방세포의 줄기세포 성분으로 인해 피부가 건강해질 수 있다”라고 설명한다.

반면 지방세포를 추출하고 주입하는 과정에서 문제가 생길 수 있고 지방이 생착되는 정도가 개인별로 차이가 크다는 단점이 있다. 예를 들어 필러 10cc면 충분한 부위에 지방은 2~3배로 주입해야 하므로 시술 직후에는 과도하게 팽팽하다는 느낌이 들고 자리를 잡는 데에도 3~6개월이 필요하므로 대외 활동이 힘들 수 있다.

무조건 지방량을 많이 주입하면 생착 과정을 거치면서 피부가 처져 보인다는 느낌이 들 수 있다. 이러한 단점을 보완하고자 적은 양을 여러 번 주입할 수 있지만 양이 적으면 가시적인 효과도 낮은 편이고 냉동 보관한 지방을 다시 주입하면 생착률이 현저하게 떨어지는 단점도 있다. 다만 얼굴 전체에 필러를 채우는 것과 비교하면 자가지방 이식술의 비용이 더 저렴한 편.

필러 시술의 부작용은 없을까?

필러를 단순히 주사를 찔러 필러제를 피부에 넣는 쉬운 시술로 생각한다면 오해일 수 있다. 간단해 보이는 시술일수록 의사의 실력과 경력이 가장 중요한 법이다.

필러 부작용으로는 시술 부위 부종, 홍반, 멍, 뭉침, 가려움이나 통증을 비롯해 주입 부위가 푸르게 보이는 틴들 현상이 있으며 주사 부위 감염, 각종 염증, 색전증, 괴사 등이 생길 수 있다.

눈이나 코 주위에 시술한 필러제가 혈관으로 들어가면 망막동맥폐쇄로 인한 실명이 발생할 수 있다. 국내 망막학회 조사 통계를 보면 실명을 유발했던 시술 부위는 양미간, 팔자주름, 코 부위 순이며 식약처에서는 미간 사이 주름 교정에 필러 사용을 자제하도록 권하고 있다.

시술 후 과도한 통증이 있거나 피부 변색, 수포가 생기거나 심하게 부은 경우, 시력 이상이나 감각 이상이 느껴지면 시술받은 병원에 바로 상담을 요청하거나 3차 의료 기관 응급실을 찾아야 한다.

이승재 원장은 “부작용은 시술자의 부주의가 큰 부분이므로 피부과와 성형외과 전문의에게 시술받는 것이 위험성을 가장 낮출 수 있으며 광고를 보고 특정 제품을 주장하기보다는 전문의와 상담 후 시술 부위, 필요한 필러의 종류와 양을 결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라고 조언한다.

시술 후 주의할 사항은?

필러 시술 후 일상생활이 가능하다는 사항을 모든 활동이 가능하다고 받아들이는 경우가 있다. 이승재 원장은 “필러 시술을 여러 번 받아본 사람일수록 시술 후 일상의 불편함이 없다는 것을 잘 알아 주의사항을 오히려 지키지 않는 경우가 많다”라고 말한다. 시술 당일 찜질방, 목욕, 사우나 등은 삼가고 2~3일간 음주를 피하는 것이 좋다. 시술 후 일정 기간이 지나도 피부과의 다른 시술이나 페이셜 마사지를 받을 때는 필러 시술을 받았다고 이야기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도움말 = 하이닥 피부과 상담의 이승재 원장 (피부과 전문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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