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깜빡깜빡 건망증, 치매와 어떻게 다를까?’

입력 2017.10.13 10:36
  • 박혜선·하이닥 건강의학기자

이제 치매는 더 이상 노인뿐만 아니라 젊은 세대에서도 걱정해야 하는 문제가 되고 있다. 이와 더불어 치매가 어떤 병인지, 주 증상인 기억이란 무엇인지, 비교적 이른 나이에 기억력이 떨어지는 건망증과 치매는 어떤 차이가 있는 것인지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기억이 잘 나지 않는 남자기억이 잘 나지 않는 남자

깜빡깜빡 기억력이 떨어지면서 우리를 걱정하게 만드는 건망증, 즉 기억력이 떨어진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할까? 기억이란 무엇인지 알려면 뇌 구조를 이해할 필요가 있다.

뇌신경세포들은 시냅스를 이루며 다른 신경세포와 신호를 주고받고 자신을 둘러싼 환경 속에서 기능하게 되는데 이런 시냅스의 연결 형태는 마치 지문처럼 사람마다 다르게 형성된다.

뇌를 구성하는 일천억 개의 신경세포는 역할에 따라 여러 구조로 분화되어 있는데 내측 측두엽의 해마라는 부위가 기억의 관문 역할을 하면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해마는 좌우 양측에 위치한 5cm 정도 크기의 뇌 구조물로 이 부위의 신경 세포간 신호전달이 원활치 않으면 기억의 저장이 되지 않아 현실에서는 방금 하려고 했던 게 생각이 나지 않거나 음식이나 냄비를 태워먹고 시장에 가서는 뭘 사러 왔는지 기억하지 못하는 일이 벌어지게 되는 것이다.

고혈압은 혈관, 당뇨병은 췌장, 심근경색은 심장에 생기는 질병이라고 할 때 건망증과 치매는 뇌의 질병이라고 말할 수 있다.

고혈압은 수축기/이완기 혈압, 당뇨병은 혈당검사를 통해 진단을 할 수 있는 것처럼 뇌기능의 변화를 평가하기 위한 지표로 인지기능을 얘기하게 되는데 여기에는 기억력, 지남력, 주의집중력 추상적 사고, 인식능력, 언어기능 등이 포함되며 건망증과 치매와의 차이는 기억력과 주의 집중력 외에 다른 인지기능들이 떨어지느냐가 감별 포인트가 될 수 있다.

다시 말해 치매는 기억력뿐만 아니라 전반적인 인지기능의 저하가 함께 나타나거나 시차를 두고 점차 나타날 수 있으나, 건망증의 경우에는 기억력과 주의 집중력의 저하가 주 증상으로 나타나게 되고 단서가 주어지면 깜빡했던 기억들이 다시 떠오르게 된다는 차이가 있다.

그렇다면 기억력의 저하로 인한 건망증이나 치매는 어떤 원인으로 나타나게 되는 것일까? 여기에는 스트레스, 우울, 수면장애, 호르몬의 변화, 빈혈, 영양결핍, 음주 등 여러 가지 원인이 영향을 미쳐 뇌의 구조적, 기능적 변화를 일으키는 것이 원인이 된다.

병리적 소견으로는 베타 아밀로이드와 타우 단백질 이라는 이상 물질이 신경세포의 안팎에 쌓이면서 손상을 주게 되어 기억력이 떨어지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현재까지 개발된 바이오마커 검사들은 혈액검사, 뇌척수액 검사, 방사선동위원소를 이용한 뇌영상 검사등이 있으며 베타 아밀로이드나 타우 단백질과 같은 치매를 유발하는 이상 단백질이 뇌에 얼마나 축적되었는지를 파악하는 데에 도움이 되고 있다.

치매의 치료는 인지적 개입과 약물치료로 구분할 수 있다. 인지적 개입은 비약물적인 방법들로 음악, 미술 등의 예술적 접근을 통한 감각 자극, 학습을 통한 기억훈련, 심혈관기능을 강화하는 운동, 집단 프로그램, 안심할 수 있는 환경 조성 등이 여기에 포함되며, 약물치료는 신경전달물질을 조절하는 아세틸콜린 재흡수 억제제와 NMDA 수용체 차단제, 뇌기능 개선제 등을 복용하게 된다.

건망증이나 치매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움직이고 생각하고, 건강을 관리하는 3가지 측면을 고려해야 한다. 걷기운동은 뇌 혈류량을 증가시키고 신경세포를 자극하여 기억력을 높여주며 심지어 운동을 하면 근육이 튼튼해질 뿐만 아니라 기억의 중추인 해마도 부피가 커진다는 것이 연구결과 밝혀졌다.

독서와 글쓰기, 보드게임, 악기연주와 같은 취미활동들은 뇌신경세포에 다양한 자극을 줌으로써 생각 기능을 강화하여 치매를 예방하는데 도움이 된다.

평소 잘 관리해야 하는 질병에는 3고(고혈압, 고혈당, 고지혈증)를 중요하게 생각하는데 이런 질병들은 뇌 혈액 순환이 잘 되고 있는지의 지표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검사를 통해 정상 수치가 유지되고 있는지 확인해야 하며 식습관을 개선하고 음주와 흡연을 자제하며 필요한 경우 약물치료를 꾸준히 해야 할 수 있다.

<글 = 하이닥 정신건강의학과 상담의 김형배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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