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잦은 술자리가 수면을 방해하는 이유

입력 2017.12.21 16:48
  • 허정원·자미원한의원 한의사

연말연시가 되면서 각종 송년회나 회식 등으로 술자리를 가질 기회가 많아진다. 건강한 성인에게 적당한 음주는 문제가 되지 않지만 잦은 과음은 간에 부담을 주고, 위염이나 췌장염, 대장염 등을 일으키는 등 건강에 무리를 줄 수 있다는 것은 상식과도 같다. 그런데 잦은 술자리가 수면도 방해한다는 사실은 모르는 사람이 많다.

잠들기 전 숙면을 위해 일부러 와인을 한 잔씩 마시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술만 마시면 장소를 불문하고 곯아떨어지는 습관을 가진 사람도 있으니 술은 오히려 수면에 도움이 되는 것처럼 여겨진다. 물론 적당한 음주는 몸을 이완시켜 수면에 도움이 되는 측면도 있으나 지나칠 경우 문제가 된다.

성인성인

과음하고 잠이 든 사람을 가만히 들여다보면 마치 깊은 잠에 빠진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알고 보면 알코올 성분이 깊은 수면을 방해해 수면의 질이 떨어질 뿐 아니라 알코올이 분해되면서 각성작용으로 새벽에 잠에서 깨어나기도 하고, 화장실을 가느라 잠을 방해받을 확률도 높아진다. 평소 수면무호흡증이 있는 경우라면 기도가 좁아져 편안한 수면은 더욱 어려워진다.

한의학적으로 술은 뜨겁고, 무겁고, 탁한 기운을 가진 것으로 보는데, 과음할 경우 몸에 습열(濕熱)이 쌓이면서 열은 위로, 무거움은 밑으로 내려가 이로 인해 위로는 가슴이 답답하고, 얼굴이 붉어진다거나 두통 같은 증상을 호소할 수 있고, 밑으로는 요통, 무릎 통증, 다리 근육 경련, 하지무력감 등이 나타날 수 있다. 술의 열독이 위로 올라가 심하게 가슴과 머리를 압박하면서 생길 수 있는 또 하나의 증상은 바로 불면증이다. 더워서 잠을 못 잔다거나 생각을 너무 많이 했더니 머리가 아파서 잠을 못 자는 등의 증상이다.

만일 평소 잦은 과음을 하면서 불면증을 호소하는 경우라면 과음으로 인해 간에 열이 쌓인 것은 아닌지 확인해봐야 한다. 간열이 있는 사람들은 평소 피로감을 자주 느끼며 뒷목이 뻣뻣하고 얼굴이 상기되며 눈이 자주 충혈된다. 더위를 잘 못 참고 짜증을 잘 내는 것도 특징이다. 이런 경우 간의 열을 내려주는 치료를 통해 불면증을 치료할 수 있다. 간혹 술이 간이 아닌 비장이나 위장의 열을 올리는 경우도 있으니 이런 경우 해당 장부의 열을 내려주는 치료가 필요하다.

평소 불면증 때문에 잠을 자기 위해 술의 도움을 빌리는 습관이 있다면 이는 반드시 바로잡아야 한다. 잠이 오지 않을 때 술의 힘을 빌어 잠을 청하는 것은 실질적으로 숙면에 도움이 되지 않는 잘못된 습관이며, 술을 먹고 잠을 청하다 보면 알코올에 대한 의존성이 생겨 술 없이는 하루도 잠들지 못하고, 술의 양도 점점 늘어나 건강에 적신호가 켜지기 때문이다.

불면증을 치료하기 위해선 술이나 당장 눈앞의 불을 끌 수 있는 방법을 찾을 게 아니라 불면증을 일으킨 몸속 원인을 찾아 이를 해결해주는 것이 필요하다. 불면증의 원인은 우울증이나 스트레스 뿐 아니라 오장육부의 허실에 따른 여러 급·만성질환 등 다양하기 때문에 개인마다 원인에 맞는 근본적인 치료법을 모색하는 것이 중요하다.

<글 = 하이닥 의학기자 허정원 원장 (한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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