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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0/80mmHg 이상, 미국 고혈압 기준 개정의 의미는?

최정연 |하이닥 건강의학기자
등록 2017-12-26 18:13 수정 2017-12-26 18:19

미국의 고혈압 진단 기준이 낮아졌다. 새로운 기준을 국내에 적용하면 고혈압 환자가 약 650만 명 증가하게 된다. 그러나 개정 기준을 국내 실정에 맞게 다듬는 데는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엄격해진 고혈압 진단 기준

2017년 11월 13일 미국 심장협회(AHA)와 심장학회(ACC)가 성인의 고혈압 예방과 발견·평가·관리에 관한 2017년도 진료 지침 개정안을 발표했다. 새로운 진료 지침에 따라 고혈압 진단 기준이 기존 140/90mmHg 이상에서 130/80mmHg 이상으로 대폭 낮아졌다. 고혈압을 조기에 관리할수록 심혈관 질환 발생과 사망률 감소에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이를 국내 의료 현실에 적용하면 약 1000만 명 정도인 고혈압 환자 수가 약 650만 명 더 증가하게 된다.

혈압계

조기 치료로 합병증을 예방한다

진단 기준을 종전보다 강화한 이유는 조기 치료의 필요성 때문이다. 미국 국립보건원(NIH) 주도로 진행한 연구(2015년 SPRINT 연구) 등 900개 이상의 임상 연구 결과, 수축기혈압을 철저히 조절할수록 심근경색, 뇌졸중, 심부전 같은 고혈압으로 인한 합병증의 발생을 줄일 수 있다고 밝혀졌다.

심혈관 질환 발생 위험도에 따른 맞춤 치료가 가능

이번에 개정된 미국의 새로운 고혈압 진료 지침이 아니더라도 예방의학과 맞춤의학은 세계적인 의료계의 흐름이다. 미국의 2017년도 진료 지침 역시 고혈압 예방은 물론이고 국민 건강 증진 차원에서 혈압을 조기에 관리하는 것이 좋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이번 개정안이 특히 강조하는 것은 심혈관 질환 발생 위험도에 따른 개인 맞춤형 치료다. 심혈관계 위험인자가 없다면 이전처럼 140/90mmHg 이상일 때 약물 치료를 시작하도록 권하지만, 심혈관 질환을 앓았던 고위험군이나 10년 이내 심혈관 질환 발생 위험률이 10% 이상인 사람이 130/80mmHg 이상이라면 바로 약물 치료를 포함한 적극적이고 철저한 혈압 조절을 권고한다.

또 혈압 측정도 보다 세밀하게 하도록 방향을 제시하고 있다. 환자가 긴장한 탓에 혈압 측정 결과가 평소와 다르게 나올 수도 있는데, 이런 측정상의 오류를 최소화하기 위해 환자가 의료진 없이 스스로 자동 혈압계를 작동해서 혈압을 측정하는 ‘진료실 자동 혈압’을 권고하거나 가정에서 혈압을 측정하는 방법도 적극 권장하고 있다.

심혈관 건강

개정 지침을 국내에 적용하면 어떻게 될까?

미국의 고혈압 진단 기준은 국내는 물론이고 일본이나 유럽 등 세계 각국이 받아들이고 있다. 대한고혈압학회에서도 이미 미국 심장협회와 심장학회에서 새롭게 제시한 고혈압 진단 기준 130/80mmHg 이상을 긍정적으로 검토하겠다는 입장을 발표했다.

그러나 개정 기준을 그대로 국내에 적용할 경우 30세 이상 성인 기준 32%이던 고혈압 유병률이 50.5%로 폭증하고, 650만 명의 새로운 고혈압 환자를 양산하게 된다. 이는 절대 경시할 수 없는 수치이며, 이로 인한 사회·경제적 파장도 클 수밖에 없다. 물론 건강하게 오래 사는 것이 중요해진 만큼 개정된 진료 지침에 따라 적극적으로 예방 치료를 할 필요는 있다. 그러나 국내 의료 현실을 감안할 때 더욱 신중하게 검토해야 할 세 가지가 있다.

국내 적용 시 우려 사항은?

죽상경화증 위험도의 실효성

개정안은 개별 맞춤 치료를 위해 ‘죽상경화증 위험도’를 기준으로 삼았다. 죽상경화증 위험도를 계산하는 공식은 2013년도에 미국 심장협회·심장학회의 이상지질혈증 치료 가이드라인에 등장하면서 공론화되었는데, 당시 임상실험에 한국인이 참여하지 않아 논란이 됐다. 심혈관계 질환은 인종에 따라 비교적 영향을 크게 받기 때문이다.

혈압 측정 방식

2017년도 미국의 고혈압 진료 지침 개정안은 2015년 SPRINT 연구 결과가 많이 반영됐다. 연구 당시 혈압 측정치의 오차를 줄이기 위해 진료실 자동 혈압 방식을 사용했는데, 일반 진료실 혈압보다 크게는 15mmHg 이상 낮게 측정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국내의 대다수 병원은 진료실 안에 의료진 없이 환자가 스스로 혈압을 측정할 수 있는 별도의 공간을 마련하기 쉽지 않은 상황이다.

혈압 측정

노인 진료 지침 문제

개정된 미국 고혈압 진료 지침은 60세 이상 노인의 혈압기준을 130/80mmHg 이하로 권장한다. SPRINT 연구 중 노인을 대상으로 한 하위 그룹 분석 결과를 토대로 노인 인구 역시 혈압을 낮게 유지하는 것이 좋다고 보는 것이다. 단, 약물 반응이 젊은 사람과는 다르기 때문에 세심한 관찰을 요한다고 권한다. SPRINT 연구는 나름의 타당성이 있다. 하지만 충분한 임상 연구는 부족하며 국내 노인 인구를 대상으로 한 연구 결과가 없다는 점은 여전히 우려되는 부분이다. 특히 노인의 고혈압은 높은 수축기혈압과 낮은 확장기혈압이 특징인데, 수축기혈압만을 기준으로 130mmHg 이하로 유지했을 때 지나치게 떨어지는 확장기혈압을 어떻게 할 것인지에 대한 논의가 부족하다.

의료 환경 등을 고려해 국내 적용에 신중해야 한다

혈압을 조기에 적극적으로 관리해 심뇌혈관 질환 합병증을 예방하자는 의견은 매우 긍정적이다. 심뇌혈관 질환은 우리나라에서도 사망 원인 1·2위를 다투는 매우 중요한 질병이기 때문이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 미국 진료 지침 개정의 주요 근거가 된 SPRINT 연구와 같은 대규모 장기 연구가 국내에서도 실시되어 국내 현실에 좀 더 잘 맞는 진료지침의 근거로 사용되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더불어 우리나라의 진료 환경 및 인구 특성을 고려한 신중하고 실효성 있는 국내 진료 지침이 나오기를 바란다.

<글 = 하이닥 상담의사 민혜연 원장 (가정의학과 전문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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