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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칼럼

당뇨발 환자의 발 절단 그리고 의사의 양심

입력 2018.02.01 11:31
  • 김재영·디앤에프병원 전문의

어느 날 한 환자가 병원 외래로 내원하였다. 환자는 외래에서 나를 보자마자 두 눈에 눈물이 맺히기 시작하고 이내 울면서 내 손을 잡았다. 환자의 나이는 64세였고, 당뇨는 20년이 지난 상태였다. 환자는 1년 전 오른쪽 무릎관절 아래에서 발을 절단하고 의족을 하고 있었다.

왼쪽 발에는 제4족지(발가락)의 절반 정도가 상처에 관절이 일부 노출되어 있었고 다섯 번째 발가락에 눌려 상처가 커지는 상황이었다. 일 년 전 타 병원 의사 말만 듣고 이와 비슷한 상황에서 오른쪽 발을 절단하였고 절단 후 10개월 만에 왼쪽 발에 비슷한 상처가 발생하여 다시 병원에 갔더니 왼쪽 발도 절단해야 한다고 통보를 받고 차라리 죽고 싶다는 심정으로 집에서 며칠을 지내다가 주변 사람의 권유로 본원에 내원하게 되었다.

다리 부상다리 부상

내가 보기에 당뇨발 상처와 괴사는 중한 정도는 아니었으며 상부로 올라가는 상태도 아니었기 때문에 약 3주 정도의 입원 치료로 완전히 치유되어 퇴원하였다. 이후 2개월 후 외래 진료일에 환자는 웃는 얼굴로 내원하였는데 그때 또 놀라운 소리를 하였다. 퇴원 후 기존에 다니던 병원에 갔더니 발은 살아 있는데 혈관이 막혔다며 왼쪽 발의 혈관 조영술 및 확장술을 하여 스텐트 2개를 심었다는 것이다.

나는 너무 충격을 받았고 너무나 비도덕적인 그 의사들에게 너무나 화가 나 이 글을 쓰게 되었다. 1년 전 환자의 오른쪽 발은 환자가 보여준 사진상 제3, 4, 5 족지 괴사가 있었으므로 최대 발가락 절단으로도 치료가 될 수 있는 상태였다.

그러나 담당 의사는 무조건 발을 절단해야 상처가 한 번에 치료된다고 환자를 설득하여 무릎 하 절단을 시행하였다. 이후 의족 업체를 소개해주고 환자를 다시 보지 않았다고 한다. 절단 후 얼마 지나지 않아 반대 발에 상처가 발생하였다.

반대 발에 상처가 생기자 의사는 환자에게 절단을 권한다. 너무나 쉽게 판단을 하는 것이다. 당뇨 발이 치료가 힘든 질병이고 감염이 상부로 올라가 패혈증을 유발할 수도 있다. 그러나 이러한 것이 환자의 발을 절단하는 것에 대해 정당성을 부여할 수 없다.

일반적으로 한발을 절단하게 되면 다른 발을 절단하거나 사망이 발생할 가능성이 3년 이내에 50%가 넘는다. 그렇기 때문에 발을 절단하는 것은 반드시 피해야 한다. 특히 발목 위로 올라가는 절단은 절대적으로 피해야 한다. 발을 절단하는 것 특히 이유 없이 안 해도 되는 무릎관절 하 절단은 환자를 사망에 이르게 하는 인재이다.

이 환자는 심성이 착하고 여려 다른 사람의 말을 잘 듣는 편이고 의료 보호 환자였다. 내가 보기에는 다른 의사가 절단 밖에 치료 방법이 없다고 말한 왼쪽 발의 발가락 절단도 필요 없는 환자였고 오른쪽 발도 절단할 필요가 없었다. 너무 쉽게 환자의 발을 절단하는 그 의사의 지식과 도덕성에 대한 의심이 든다.

본원에 입원하였을 때 검사한 도플러 상 그 환자의 왼쪽 발의 혈액순환은 양호한 편이었으며 왼쪽 발의 상처도 잘 치료되었다. 그러나 뜬금없이 발을 자르라고 한 병원에서 발이 괴사할 가능성이 높다고 하여 혈관 조영술을 하고 스텐트를 두 개나 집어넣었다.

혈관 조영술은 조영제로 인한 쇼크 위험성이 있고 신장 병증을 악화시키며 출혈 등 합병증이 발생하기 때문에 발의 괴사가 진행되거나 상처가 낫지 않는 경우, 약물로 조절되지 않는 극심한 발의 통증이 이외에는 시행하지 않는다.

특히 증상도 없는 환자를 예방적으로 혈관 확장술을 시행하고 다시 막히면 대책이 별로 없는 스텐트를 두 개나 넣었다는 데 대해 경악을 금치 못하며 비양심적인 병원과 의사에 대해 답답함을 말로 표현하기가 힘들다.

다시 강조하지만, 당뇨 환자라고 발을 절단 특히 무릎 아래로 절단하는 것은 피해야 한다. 충분한 이유 없이 발을 절단하는 것은 환자를 사지로 몰아가는 살인 행위이다. 그리고 환자에게 필요도 없는 위험한 시술을 하는 것 또한 절대로 하지 말아야 할 것이다.

<글 = 하이닥 의학기자 김재영 원장 (정형외과 전문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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