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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환·치료

먹기만 하면 극심한 복통, 상장간막동맥 증후군

입력 2018.03.22 12:40
  • 김선희·하이닥 건강의학기자

특징적인 복통이 있다.
주로 마른 체형이거나 다이어트 등으로 급격히 살이 빠진 경우에 잘 나타난다. 음식을 먹으면 구역질이 나고 복통이 심해지지만, 엎드린 자세를 취하면 증상이 나아진다. 공복엔 괜찮지만, 뭐만 먹으면 복통이 심해지니 점점 끼니를 거르게 된다. 잘 먹질 못하니 체중은 줄고 기력은 쇠약해지는 악순환이 반복된다.

이 같은 복통은 ‘상장간막동맥 증후군(上腸間膜動脈 症候群, superior mesenteric artery Syndrome)’이라는 질환의 주요증상이다.

복통을 호소하는 여성복통을 호소하는 여성

흔하진 않지만 누구에게나 나타날 수 있는 상장간막동맥 증후군은 상장간막동맥이라는 혈관 사이에 있는 십이지장이 간헐적으로 또는 지속해서 눌리면서 생기는 십이지장 폐색증상이다. 그래서 다른 말로는 장간막동맥성 십이지장폐색증후군이라고도 한다.

위장과 소장을 잇는 십이지장이 평소에는 문제가 없다가 음식물이 통과하면 더 심하게 혈관에 눌리면서 식후 복통과 구역, 담즙성 구토(녹색 또는 어두운 빛깔의 구토물), 오심 증상이 나타난다. 상장간막동맥과 십이지장 사이에 적당한 내장지방(지방조직층)이 부족한 것이 원인으로 마른 체형이거나 최근 급격한 체중감량을 겪은 사람에게 잘 나타나며, 음식섭취에 심각한 문제가 있는 거식증 환자, 우울증 환자에게도 동반될 수 있다.

상장간막동맥 증후군상장간막동맥 증후군

음식을 먹은 후 생긴 갑작스러운 복통을 완화하기 위해서는 엎드린 자세를 취해야 한다. 엎드린 자세가 되면 상장간막동맥과 십이지장 사이에 어느 정도 간격이 생겨 십이지장 폐색을 완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반대로 식사 후 바로 누우면 통증이 더 심해진다.

그래서 상장간막동맥 증후군은 ‘살이 쪄야 낫는 병’이다. 그러려면 음식을 먹어야 하는데, 복통 때문에 음식을 먹지 못하게 되니 이마저도 쉽지 않다. 만약 마른 체형에 의한 상장간막동맥 증후군 진단을 받는다면 정맥 주사로 영양을 보충하는 방식으로 체중 증가를 유도하여 증상을 완화할 수 있다.

한편, 상장간막동맥 증후군은 마른 체형 외에 척추측만증 수술 후에 발생하는 합병증으로도 잘 알려져 있다. 휜 척추를 바로 잡아 척추 길이가 길어지면서 생기는 구조적 변화 때문이다. 또한 복부장기 관련 수술 후 지지를 위한 복부 캐스트나 복부대동맥 동맥류, 종양 등이 십이지장을 압박하면서 상장간막동맥 증후군이 생길 수 있다.

복통 양상이 그때그때 다르기 때문에 병으로 인지하기 어렵고, 자세를 바꾸면 증상이 완화된다고 해서 치료 시기를 늦추면 곤란하다. 식후 복통 때문에 음식 섭취에 문제가 있는 식이장애는 물론 십이지장 폐색에 의한 궤양이 나타나는 등 합병증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진단을 위한 검사 방법으로는 복부 CT검사가 있다. 십이지장 압박과 밀접한 연관이 있는 대동맥과 장간막동맥 사이의 각도, 거리를 측정하고, 십이지장 폐색을 유발하는 종양이나 동맥류와 같은 원인도 함께 찾아낼 수 있다.

체중 증가 등 보존요법으로도 상장간막동맥 증후군이 개선되지 않는 경우 십이지장공장문합술로 치료한다. 비교적 복잡하지 않은 수술로 복강경을 이용해 장유착이 적고 수술시간과 입원기간 단축, 수술 후 통증이 적다는 장점이 있다. 단, 질환자체가 흔하지 않고 임상양상, 검사결과 등 다양한 정보를 종합해야 진단이 가능하므로 의료진은 물론 환자 스스로도 특징적인 복통을 겪고 있다면 한번쯤 상장간막동맥 증후군을 의심해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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