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닥

전문가칼럼

비만과 스트레스, 그 굴레를 벗는 법

입력 2018.04.30 08:30
  • 소재용·365엠씨(mc)병원 전문의

남성들도 갱년기를 겪는다. 갱년기 여성의 여성호르몬 분비가 줄어들듯이 남성호르몬의 분비가 감소되면서 남성 역시 여성과 유사하게 갱년기 우울증도 겪을 수 있다. 40~50대 시기의 남성들은 은퇴, 실직 등 사회적 지위에 대한 불안 요소까지 겪는다. 그래서 이 시기 남성들은 대부분 만성 스트레스에 고통받고는 한다.

스트레스는 만인의 적이라고 한다. 맞는 말이다. 스트레스는 다이어트의 적이기도 하다. 비만의 원인이 되는 일등 공신이기도 하다.

스트레스나 기분이 우울해지면 배가 고프지 않음에도 배가 고픈 것 같은 느낌이 드는 ‘가짜 배고픔’을 느끼게 된다. 스트레스를 받으면 코르티솔이라는 호르몬이 과다 분비되는데, 코르티솔은 식욕 억제 호르몬을 감소시켜 식욕을 돋게 한다. 또 초콜릿, 매운 것 등 특정 음식이 당기고 배가 불러도 멈추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스트레스를 받으면 술을 마시는 사람도 많다.

알코올에는 중추신경을 억제하는 성분이 있다. 그래서 술을 마시면 자신이 얼마나 배가 부른지 인식하지 못한 채 자꾸만 안주를 먹게 한다. 음주와 관련된 수많은 연구 결과에서 알 수 있듯이, 술은 복부비만을 유발한다. 설사 술로 인해 체중이 다소 감소하더라도 복부비만 자체는 심각해질 수 있다.

스트레스성 수면 부족도 비만의 원인이 된다. 밤 10시~새벽 2시에 분비되는 성장 호르몬은 지방을 분해하는 역할을 담당하는데 특히 복부지방 분해에 효과적이기 때문이다. 밤에 잠을 안 자면 성장호르몬이 나오지 않아 지방이 분해되지 않고 몸에 고스란히 축적된다.

한국인의 10%는 야식증후군이라는 연구결과가 있다. 야식증후군의 원인은 아직 정확하게 밝혀지지 않았지만, 스트레스와 우울증, 자신감 상실, 잘못된 다이어트로 인한 폭식 습관 등 심리적이거나 정신적인 문제가 대부분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스트레스로 인한 우울증, 불안감, 마음의 공허감 등 심리적 문제로 야식을 찾게 되는 것이다. 스트레스로 고조된 심신의 긴장감과 스트레스에 적응하려는 노력 때문에 몸이 더 많은 에너지가 필요하고, 스트레스에 대한 반대급부로 심리적인 보상을 요구하는 것이다. 대부분의 사람은 음식을 스트레스의 해방구로 선택한다.

치킨, 햄버거 등 음식치킨, 햄버거 등 음식

야식증후군인 사람은 밤에 소화가 충분히 되지도 않고 열량이 소비되지 않은 상태에서 잠자리에 들기 때문에 체지방이 축적되어 비만으로 이어지거나 역류성 식도염, 기능성 위장장애 등 소화기 장애를 동반할 수 있다.

야식을 먹는 습관을 고치기 위해서는 규칙적인 식습관을 길러야 한다. 하루 세끼 정해진 시간에 적정량의 음식을 섭취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섬유질이 풍부한 음식은 포만감을 주어 과식을 막을 수 있으므로 충분히 활용하자. 음식이 소화되는데 걸리는 시간은 4시간 정도이기 때문에 잠들기 최소 3~4시간 전에는 음식 섭취를 끝내고 공복 상태를 유지하는 게 건강을 위해서도 좋다.

스트레스를 줄이는 가장 좋은 방법은 야외 활동이다. 특히 녹지나 풍부한 곳에서 하는 여행이나 산책, 각종 운동, 강습 등의 건전한 여가 활동은 스트레스를 획기적으로 줄여준다.

물론 바쁜 업무량에 시달리는 중년 남성들이 쉽게 여가를 가질 수 있을 리 없다. 그럴 때는 일단 스트레스를 일으키는 환경부터 바꿔보도록 노력하자. 4주간의 핵심 기간을 정해두고 입맛 변화를 위한 환경을 재구성하는 것이다. 우선 자신을 괴롭히는 사람들과 당분간 만남을 자제하도록 한다. 사람은 쉽게 변하지 않는다. 스트레스를 받을 수 있는 사람 자체를 멀리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골치 아픈 일은 당분간 맡지 말고, 기본 업무에만 충실하겠다는 생각으로 일에 임하도록 한다. 기본 업무만 충실해도 욕먹을 일은 그리 발생하기 않는다.

사람과 일에서 멀어졌으면 휴식시간과 수면 시간을 10%씩 늘린다. 빈둥거리는 시간을 30분 더 확보하고 잠이 오면 일부러 참지 않는다. 그리고 주위 환경을 단순하고 간결하게 정비하는 것도 중요하다. 주변이 어지러우면 그 자체가 스트레스다. 최고의 스트레스는 불필요한 것을 버리지 못하는 ‘고여있는 상태’에서 비롯한다는 사실을 기억하자.

마지막으로 술과 회식은 피하도록 한다. 술과 회식은 스트레스 해소책이 아니라 기폭제다. 피할 수 없는 회식 자리에는 음주 시 충분히 수분을 섭취하도록 한다. 알코올 분해를 돕는 비타민, 무기질 함량이 높은 채소, 과일 같은 안주를 같이 먹고 빈속에는 술을 마시지 않는다. 알코올 적정 권장량은 남자는 소주 기준으로 하루 2~3잔, 여자는 하루 1~2잔이다. 음주 빈도도 주 1회가 적당하다.

스트레스로 비만이 되는 경우도 많지만, 비만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는 경우도 빈번하다. 스트레스를 받아 비만해지고, 비만해져서 스트레스를 받으니 악순환이다. 이 둘의 관계는 마치 끊을 수 없는 굴레 같다. 하지만 어디에나 해결책은 있다. 비만은 충분히 치료 가능한 질병이다. 규칙적인 식습관과 운동으로, 그것이 힘들다면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 비만에서 벗어날 수 있다. 비만과 스트레스의 굴레를 끊고 얼마든지 행복해질 수 있다.

<글 = 하이닥 의학기자 소재용 원장 (가정의학과 전문의)>

URL이 복사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