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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불 켜고 자나요? 밤이 밝으면 건강에 해로운 이유는?

최정연 |하이닥 건강의학기자
등록 2018-06-07 18:15
조명이 밝은 침실

# 직장인이자 주부인 정 모 씨는 거의 매일 밤 불을 켜놓고 잔다. 가족 모두가 마찬가지다. 남편은 TV를 켜고 자고, 그녀는 책을 읽다가 독서등을 켜놓고 자며, 유치원생 아이는 어두운 밤이 무섭다며 보조등을 켜고 잔다. 남편은 비만이고 그녀는 수면장애와 만성피로에 시달리고 있으며 자다가 업어가도 모를 나이라는 아이는 새벽마다 잠에서 깨어 짜증을 낸다.

침실의 중앙등이나 침대 옆 보조등을 켜놓고 잠이 드는 이가 많다. TV를 켜둔 채로 자거나 잠들기 직전까지 스마트폰을 사용하기도 일쑤다. 체내 생체시계 흐름상 어두워야 하는 밤 동안 빛에 노출되면 수면을 유도하는 멜라토닌 형성이 억제되고 정상적인 일주기운동에 영향을 미쳐 각종 질환 위험이 커질 수 있다. 밤새 조명을 켜놓고 자면 우리 몸에 어떠한 일이 생길까?

당뇨병 위험 증가

미국수면의학회가 지난 6월 2일부터 6일까지 개최한 2018 학회에서 수면 중 빛에 가볍게 노출되어도 인슐린 저항성에 악영향을 미친다는 연구 결과가 발표됐다. 노스웨스턴대학 아이비 정 메이슨 박사와 연구진은 18~40세 성인 20명을 완전히 어두운 공간에서 수면하는 그룹과 희미한 불빛이 있는 공간에서 수면하는 그룹으로 나누어 매일 밤 8시간 수면 후 멜라토닌과 혈당 수치 변화를 조사했다. 연구 결과 희미한 불빛이 있는 공간에서 수면한 그룹의 인슐린 저항성이 유의미하게 증가하면서 제2형 당뇨병 위험이 커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어두운 곳에서 작업하는 여성

우울증 위험 증가

미국 역학저널에 게재된 일본 나라대 의과대학의 연구에 따르면 밝은 곳에서 자는 사람은 어두운 환경에서 자는 사람보다 우울증 위험이 1.9배 높았다. 연구진이 일본의 60세 이상 노인 863명을 대상으로 2년 동안 수면 패턴을 추적 조사한 결과, 야간에 5럭스(lux) 이상의 빛에 노출된 그룹에서 우울증 증상을 보이는 비율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미국수면의학회에서도 침실의 조명을 조절하면 우울증이나 알츠하이머 등 질환 관리에 유익할 수 있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뇌 기능 저하

고려대학교 정신건강의학과 연구진이 남성 2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수면 중 빛에 노출되면 뇌 기능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연구진은 실험군을 이틀은 완전히 빛을 차단한 상태에서, 사흘째에는 5~10럭스의 약한 빛에 노출된 상태에서 수면하도록 한 후 뇌 기능 차이를 조사했다. 5럭스의 빛에서는 큰 변화가 없었지만 10럭스의 빛에 노출된 다음 날에는 뇌에서 작업기억능력과 관련된 하부 전두엽 기능에 좋지 않은 영향을 미쳤다고 설명했다.

비만 유발

런던 암연구소에 따르면 자는 동안 과도한 조명 노출이 비만을 유발할 수 있다고 한다. 수면 중 불빛 노출 정도에 따라 네 그룹으로 나누어 조사한 결과, 밝은 곳에서 자는 그룹일수록 비만 정도를 측정하는 체질량지수와 허리-엉덩이 비율이 높은 것으로 드러났다. 연구진은 비단 침실 조명뿐만 아니라 TV를 비롯해 각종 전자기기, 외부에서 들어오는 불빛에도 유사한 영향을 받는다고 언급했다.

침대에서 모니터를 응시하는 여성

눈 건강 위협

눈에는 광수용기인 간상세포가 있어 빛에 의한 자극은 눈에서부터 시작해 신체 전체에 영향을 미친다. 물론 눈 건강 자체도 위협할 수 있다. 눈은 빛을 통해 사물을 인지하는 감각 기관인 만큼 빛에 상당히 예민하게 반응한다. 이는 눈을 감고 있어도 마찬가지로 희미한 불이라도 켜져 있으면 수면 중 이를 의식하고 초점을 맞추기 위해 끊임없이 활동한다. 따라서 오랜 시간 잠을 자도 눈에 피로감이 남을 수 있고 일상에서도 눈이 쉽게 건조해지거나 침침해질 수 있다.

아동 신체 성장과 뇌 발달에 영향

콜로라도대학교 연구진은 아이일수록 더 많은 빛을 볼 수 있어 수면 전이나 수면 동안 빛 조절에 신경 써야 한다고 설명했다. 연구진은 3~5세 유아 10명을 대상으로 수면 전과 후의 조명 밝기에 따른 멜라토닌 수치 변화를 조사했다. 밤 동안 빛에 잠깐만 노출되어도 아이의 수면 환경에 영향을 미쳤으며 심지어 밤에 화장실을 사용하는 동안의 일시적인 조명 노출 역시 영향을 끼쳤다. 특히 밝은 빛은 아이의 멜라토닌 생성을 90% 이상 억제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70대가 되면 빛 수용량이 10대 청소년의 5분의 1이라고 한다. 그만큼 어릴수록 빛에 대한 민감성이 높은 것. 15~17세 청소년은 다른 연령에 비해 블루라이트에 특히 민감하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한참 성장하는 어린이와 학업에 매진하는 청소년이 거주하는 공간의 조명 조절과 불필요한 광원 차단에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암 발생 위험 증가

MIT의 한 연구 결과에 의하면 생체시계를 발현하는 인자인 시계유전자가 종양을 억제하는 능력이 있어 이를 잘 관리하면 잠재적인 암 발생 위험을 낮출 수 있다고 한다. 야간근무에 장기간 종사한 업무자의 심혈관질환과 각종 암 발생률이 높은 것도 빛에 의한 노출로 인해 멜라토닌 생성 능력이 저하되기 때문. 즉 밤에 완전히 어두운 공간에서 수면을 취하는 것만으로도 시계유전자의 해당 기능을 활성화해 체내 악성 종양 생성을 예방할 수 있다.

어두운 침실

그렇다면 조명을 어떻게 조절할까?

우선 조명이 밝은 정도를 의미하는 조명도, 럭스를 알아보자. 날씨가 쾌청한 날, 한낮의 태양광은 3만2,000~13만럭스이고 흐린 날 밝기는 2만럭스 정도다. 촬영을 진행하는 스튜디오의 밝은 조명은 1,000럭스, 창문이 있는 사무실과 실내는 약 640럭스, 밤의 가로등은 160럭스 정도이며 일상에서 깜깜하다고 느끼는 조명이 거의 없는 상태도 최소 5럭스 이상이다.

가장 건강하고 이상적으로 조명도를 조절할 방법은 조명의 온오프 시간과 밝기, 색온도를 조절할 수 있는 스마트 조명이나 홈 네트워크 시스템을 활용하는 것이다. 해가 지면서 차츰 어두워지는 정도에 따라 조도 역시 점점 낮아지도록 설정하면 멜라토닌 분비가 정상적으로 유지될 수 있다. 현대인에게 불면증이 많은 이유도 늦은 밤까지 거실과 침실에 환한 조명을 켜놓고 생활하며 잠자리에서도 TV와 스마트폰 불빛에 노출되기 때문이다.

침대에서 독서를 하는 것도 좋은 수면습관은 아니지만 꼭 책을 읽어야 잠이 온다면 조명 밝기를 180럭스 이하로 조절한다. 각종 연구 결과에서도 알 수 있지만 침실 밝기는 완벽하게 어두운 5럭스 이하로 유지하는 것이 이상적이다. 외부 빛을 차단하는 암막이나 수면 안대를 사용하고 자다가 화장실에 갈 때도 조명 노출에 유의해야 한다. 전문가들은 밤에는 눈에 빛이 직접 닿지 않는 간접 조명을 활용하고 노랗거나 주황, 붉은 색조의 따뜻한 빛은 블루라이트와 반대로 눈과 신체 자극이 덜하므로 밤에 주로 사용하는 야간 조명을 별도로 설치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고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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