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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정맥류는 자연 치유가 가능할까?

입력 2018.09.03 16:45
  • 김승진·센트럴흉부외과의원 전문의

어떤 질환이든 발생한 뒤에 치료하는 것보다 발생을 미리 예방하는 게 가장 좋다. 감기처럼 사소한 병이라도 말이다. 하지정맥류 역시 여기서 예외는 아닌데 다른 질환보다 조금 더 특별한 이유는 일단 한 번 발생하면 자연적으로는 절대 치유가 불가능한 진행성 질환이라는 점이다. 감기나 피부에 생긴 상처같이 별도의 치료행위를 받지 않더라도 우리 몸의 면역체계나 자연치유 능력을 통해 자연적으로 치유되는 질환과 근본적으로 다른 점이다.

다리다리

하지정맥류는 다리에 있는 정맥혈관에 혈액의 역류를 막아주는 판막이 손상되어 나타나는 질환이다. 역류를 막아주는 판막이 손상되었으므로 당연히 혈액의 역류가 진행되는데 이게 점점 심해지면 역류하는 혈액의 압력을 견디지 못한 정맥 혈관이 부풀어 오르게 된다. 우리가 흔히 떠올리는 '하지정맥류 증상'의 모습이 바로 이 때문이다.

하지만 여기서 꼭 짚고 넘어가야 할 점은 모든 하지정맥류가 이렇게 혈관이 피부 겉으로 튀어나오지 않는다는 것이다. 오히려 대다수의 경우는 겉으로 아무런 표시가 나지 않아 육안으로 절대 확인이 불가능하다. 이를 '잠복성 하지정맥류'라 하는데 많은 사람들이 이를 모르기에 다리 통증이나 부종, 저림, 쥐 내림, 열감, 수족냉증 등의 원인을 엉뚱한 곳에서 찾는 경우가 상당히 많다, 국가적으로 봐도 시간과 비용의 큰 낭비가 아닐 수 없다.

하지정맥류라는 질환이 특별한 이유는 바로 이런 두 가지 특징이 맞물려 악순환을 일으키기 때문이다. 겉으로 드러나지 않으니 하지정맥류인 줄 모르고 이 때문에 증상이 발생해도 대수롭지 않게 방치하거나 엉뚱한 곳에서 원인을 찾게 된다. 그러는 사이 자연 치유가 불가능한 하지정맥류는 증상이 더 심해지게 되고 또 엉뚱한 곳에서 원인을 찾는다.

특히, 여름이 끝나고 가을이 시작되는 요즘 같은 날씨에는 더 주의를 기울여야 하는데 기온이 낮아지면서 한여름에 심했던 증상이 다소 완화될 수 있기 때문이다. 환자 입장에서는 "하지정맥류가 자연적으로 낫는구나"라고 오해할 소지가 충분하다.

실제로 증상이 한창 심할 때 수술을 계획했다가 기온이 낮아지며 증상이 완화되자 수술을 취소하는 사례가 상당히 많다. 그리고 이런 경우는 안타깝게도 얼마 지나지 않아 증상이 더 악화한 채로 병원을 찾게 된다.

처음 말했듯 하지정맥류 역시 예방이 가장 중요하다. 이를 위해 평소 꾸준한 다리 운동과 혈액순환에 무리를 주지 않는 생활습관으로 발병 확률을 줄일 수 있다. 하지만 유전적 요인과 혈관의 노화에 의해서도 발병할 수 있으니 평소와 달리 다리부종, 저림, 쥐 내림, 열감, 수족냉증 등 이상 증상이 발생하면 꼭 혈관 초음파검사를 받아보도록 하자. 다시 말하지만, 하지정맥류는 자연적인 치유가 불가능한 '진행성 질환'이기 때문이다.

글 = 하이닥 의학기자 김승진 원장 (흉부외과 전문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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