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닥

치과의사라면 누구나 한 번쯤은 치과 대학을 다니던 학생 시절에 부모님을 모시고 와서 구강 검진을 해 본 경험이 있을 겁니다. 저 역시도 어머니를 모시고 와서 구강 검진을 했는데, 어머니의 입 안을 들여다보고 놀라움을 금치 못했습니다. 평생 살면서 충치 치료를 받아 보신 적이 없으실 정도로 구강 관리를 열심히 하시던 어머니 치아가 깨져 나간 흔적이 대다수의 치아에 있었기 때문입니다. 치아와 잇몸 경계부(치경부) 사이가 깨져 나가게 된 것을 치과 용어로 치경부 병소, Cervical Lesion이라고 하며, 흔히 치경부 마모증이라고 부르게 됩니다.

치경부 병소는 그 원인에 따라 크게 우식성과 비우식성 병소로 구분 됩니다. 치경부 병소는 아래와 같이 분류되며, 각각의 병소는 다른 특징을 가지고 있습니다.

1. 우식성 치경부 병소

2. 비우식성 치경부 병소

치경부 마모증 – 과도한 잇솔질의 결과 여러 치아에 발생한다.

침식증 – 평소 식습관, 산성의 환경, 위액의 역류와 같은 소화기 문제(거식증)과 관련하여 발생하며, 상악은 설측, 하악의 협측 치경부에 발생한다.

굴곡파절 – 치아의 굴곡에 의한 응력 집중으로 발생하며, 특정치아에 국한되어 발생한다.

우식성 치경부 병소는 말 그대로 잇몸 경계부위 쪽에 충치가 생긴 것을 뜻합니다. 일반적인 충치와 달리 치경부 우식증 환자의 경우, 치아 전반에 걸쳐 우식을 보이는 경우가 많으며 구강 위생이 현저하게 떨어지는 경우나, 구강 내 타액의 분비가 감소한 항암치료 중인 환자, 노인 분들에게 많이 발생한다는 점이 특징적입니다.

비우식성 치경부 병소는 원인에 따라서 다시 세 가지로 분류가 되는데, 이에 대해 간략히 말씀드리자면 아래와 같습니다. 첫 번째 치경부 마모증의 경우, 단어 그대로 마모가 원인이며, 주로 과도한 칫솔질의 결과로 발생합니다. 칫솔질을 하실 때 강하게 하시는 분들에게 많이 나타납니다.

두 번째는 침식증입니다. 침식증의 원인으로는 평소 산도가 높은 신 과일이나 탄산음료를 많이 먹는 경우, 주변 산성 환경의 노출, 그리고 위액의 역류가 있습니다. 누구나 한 번쯤은 해보는 다이어트 해 본 경험이 있을 것입니다. 다이어트의 정도가 지나쳐 섭식장애가 오게 되면 먹은 것을 다시 게워내는 분들도 있는데, 이 때 위에 있던 음식물이 위산과 함께 구강 내로 넘어오면서 위산에 의한 침식증이 생기게 됩니다. 섭식 장애와 연관된 침식증의 경우 하악 설측에 많이 생기게 됩니다.

세 번째는 굴곡 파절입니다. 골프공을 예시로 들면, 골프공은 평소에는 동그란 구 형태이지만, 항상 이 형태가 유지되는 것은 아닙니다. 순간적으로 강한 힘이 주어지면 골프공은 마치 엿가락 휘어지듯이 모양이 변하게 됩니다. 치아에서도 이러한 상황이 비슷하게 적용됩니다. 치아는 위, 아래로 수직적인 힘뿐만 아니라 좌, 우로도 움직이는 측방력을 받게 됩니다. 치경부는 치아의 조직적인 특성상 치아 머리 부분의 법랑질층이 얇습니다. 또한 치아 뿌리 부분은 치조골, 쉽게 말해 잇몸뼈에 기둥처럼 박혀 있습니다. 하지만 치아 머리 부분은 강하게 씹는 힘을 받으면 이 때 치아가 받는 힘이 치경부, 즉 치아와 잇몸 사이의 경계부에 집중되게 되고 치아 표면의 미세한 균열 또는 파절을 야기하게 됩니다.

치경부 병소(치경부마모증)를 치료하는 데 있어서, 많이 쓰이는 재료는 GI와 레진입니다. 마모된 부위를 치아 색과 유사한 GI와 레진으로 수복하여 외부 자극으로부터 보호합니다.

▶ GI (Glass Ionomer)

GI라는 재료는 아말감과 마찬가지로 보험 적용이 되지만 수은이 들어있지 않아서 최근에 보편적으로 사용됩니다. 치아보다 더 하얀, 우유빛 색깔을 띠며 어느정도 치아와 화학적 결합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러나 강도가 약한 편이라서 씹는 힘이 강하신 경우 빨리 닳거나 떨어질 수 있습니다. 이 재료는 치아의 재광화를 촉진할 수 있는 불소를 방출한다는 대표적인 특징이 있어, 구강 위생 관리가 어렵거나 우식이 많은 소아 또는 노인에 많이 사용합니다. 또한 보험 청구가 가능한 재료이기 때문에 다른 재료에 비해서 가격이 저렴합니다.

▶ 레진 (Resin)

모든 치과 치료가 그렇지만, 영구적인 것은 없다고 말씀드립니다. 계속 씹는 힘을 받는다거나, 과도한 칫솔질을 하실 경우 충전한 재료가 다시 떨어질 수도 있습니다. 또한, 충전한 재료 경계부위를 따라 변연누출(치아면과 레진의 경계를 따라 생긴 틈)이 생겨 2차 우식이 생기거나 색소가 침착되어 검게 보이는 경우도 있습니다. 이럴 경우, 정기적으로 치과 검진을 받으러 오시면서 체크받으시는 걸 권장 드립니다.

글 = 하이닥 의학기자 박신영 원장 (치과의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