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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환·치료

과음하면 대퇴골두 무혈성 괴사 발병률이 높아진다?

입력 2018.10.31 09:00
  • 최정연·하이닥 건강의학기자

한국의 독특한 음주 문화 때문에 우리나라의 대퇴골두 무혈성 괴사 발병률이 서양보다 5배 이상 높다고 한다. 특히 중년남성의 발병률이 계속 높아지고 있다는 대퇴골두 무혈성 괴사에 대해 강북힘찬병원 이광원 원장에게 알아보았다.

고관절고관절

혈액순환이 안 되어 발생한다

‘대퇴골’은 우리 몸에서 가장 큰 뼈로, 넓적다리라고 불리는 부위이다. 골반과 맞물려 회전하는 대퇴골의 머리 부분을 ‘대퇴골두’라고 하는데, 이 부위의 혈액 순환이 원활치 않아 뼈가 썩어들어가는 병이 바로 ‘대퇴골두 무혈성 괴사’다. 통증이 심해 걸을 때 절룩거리게 되고 특히 허벅지 안쪽에 통증을 느껴 양반다리가 되지 않는 것이 특징이다.

정확하게 규명된 것은 없으나, 고관절의 골절 및 탈구 등으로 인한 외상, 스테로이드 남용, 잠수병, 알코올 등이 원인으로 지목된다. 연령과 상관없이 걸릴 수 있는 질환이지만 특히 잦은 음주와 흡연을 즐기는 30~50대의 남성들이 이 병에 걸리기 쉬운 것으로 알려졌다. 희귀병으로 간주하기도 하지만 고관절 인공관절수술 원인 질환 1위를 차지할 정도로 유병률이 적지 않은 질환이다.

허벅지 안 쪽과 엉덩이에 통증이 나타난다

대퇴골두에 괴사가 나타나면 오래 걸었을 때 사타구니 안쪽이 뻐근하거나 엉덩이가 아픈 증상이 나타난다. 허리나 허벅지에 통증을 느끼는 사람들도 있다. 양반다리를 했을 때 허벅지 안쪽에 심한 통증이 느껴지는 것도 특징이다. 한 번 아프다 말면 괜찮지만, 뚜렷한 이유도 없이 1~2주 이상 통증이 지속된다면 대퇴골두 무혈성 괴사를 의심해 봐야 한다. 무엇보다 초기에는 증상이 뚜렷하지 않아 발견하기가 쉽지 않다는 게 문제다. 어느 날 갑자기 통증이 시작되어 병원을 찾았는데, 이미 질환이 상당히 진행된 경우가 많은 것도 이 때문이다.

초기 증상이 없어 치료 시기를 놓치기 쉽다

대퇴골두 무혈성 괴사는 초기 단계에 환자 본인이 증상을 자각하지 못해 더욱 위험하다. 대퇴골두무혈성 괴사 환자의 약 10% 정도는 무릎 질환이나 허리 질환으로 오인, 엉뚱한 치료를 받다가 치료 시기를 놓치기도 한다. 보통 둔부 및 사타구니의 무거운 느낌이나 뻐근함, 또는 병변이 있는 무릎의 동통, 요통이나 좌골신경통과 유사한 증상 등의 불명확한 증상에 대한 진찰 중 우연히 대퇴골두 무혈성 괴사가 발견되기도 한다.

만약 허벅지 안쪽이 많이 아프거나 보행에 어려움이 있는 경우, 허리 통증으로 통증완화 주사를 맞았음에도 증상이 호전되지 않은 경우라면 대퇴골두 무혈성 괴사의 가능성을 염두에 둘 필요가 있다. 병이 진행되기 전 초기 단계에서 치료하는 것이 중요하므로 반드시 관절 전문의에게 정확한 진단을 받아보도록 한다.

심하면 걷지 못할 정도로 아프다

증상이 악화되면 고관절이 심하게 아파 걸을 수 없게 되고, 대퇴골두가 죽게 되면 정상적으로 몸의 하중을 견딜 수 없어 절뚝거릴 수도 있다. 함몰이 진행하는 경우 병변 쪽의 다리 길이가 짧아지기도 한다. 대퇴골두 무혈성 괴사는 일반적인 관절염과는 달리 뼈 자체가 내려앉는 질환이기 때문에 함몰이 어느 정도 진행되었다고 해도 관절 표면의 연골은 유지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하지만 골두가 함몰된 상태로 오래 지속되면 결국 이차적으로 관절염으로 진행되어 정상보행이 어려워지고 가만히 쉬고 있어도 심한 통증이 나타날 수 있다.

무릎을 짚고 서 있는 모습무릎을 짚고 서 있는 모습

병의 진행 상태에 따라 4기로 구분한다

•관절을 살릴 수 있는 1~2기의 치료법

초기인 1~2기에 적절한 치료를 하면 관절을 살릴 수 있지만 3기 이상으로 넘어가면 인공관절로 대체하는 것 외에는 방법이 없다. 의사들에 따라 2기만 돼도 관절을 살리기가 어렵다고 보기도 한다. 괴사 초기인 1~2기에 발견하면 감압술로 죽어가 는 엉치뼈를 살리는 치료를 한다. 대퇴경부로부터 골두를 향해 구멍을 뚫어 죽은 경부와 골두 부위의 압력을 낮추는 수술인 감압술은 구멍을 통해 혈관이 새로 생성될 수 있는 통로를 확보하고 이렇게 형성된 혈관을 따라 괴사 부위에 혈액을 공급해 정상적인 뼈로 되살아날 수 있도록 해준다. 뼈 이식이나 회전 절골술, 다발성 천공술이 적용되기도 한다. 뼈 이식술은 말 그대로 건강한 뼈를 이식해 죽은 뼈를 살리는 치료법이며 회전 절골술은 뼈의 썩은 부위를 돌려주는 치료다. 다발성 천공술은 뼈에 구멍을 내 혈액 순환을 도와 연골 재생을 돕는다.

•인공고관절을 삽입해야 하는 3~4기

이러한 치료법 모두 대퇴골두가 주저앉기 전에 적용이 가능하다. 병이 많이 진행돼 뼈가 많이 썩고 관절이 무너져 도저히 뼈를 살리기 어려운 3~4 단계에서는 손상된 고관절을 제거하고 인공고관절을 삽입해야 한다. 합병증도 적고 고관절의 기능을 거의 대부분 살려주기 때문에 수술 만족도는 약 95% 정도로 매우 높은 편이다.

대퇴골두 무혈성 괴사, 예방할 수 있을까?

허벅지 안쪽과 엉덩이 부분에 이유 없는 통증이 1~2주 이상 지속된다면 병원에 가서 정확한 검진을 받아본다. 평소 술을 많이 마시는 사람은 일주일 3회 이하, 한번 마실 때 소주 1병 이하로 음주량을 줄이도록 한다. 고관절 부위 골절상 경험 후에는 1년 동안은 두 달에 한 번씩 정기검진을 받는 것이 좋다. 또 장기이식을 받았거나 면역질환 및 혈액순환계 질환이 있는 경우에도 정기적인 검사를 받아야 한다.

술을 마시면 뼈가 썩을 수 있다?

왜 술이 뼈를 썩게 만들까? 그 근거 중 하나가 술을 많이 마시면 알코올이 혈중 콜레스테롤 및 중성지방 농도를 증가시킨다는 것이다. 혈액 속에 끈적끈적한 콜레스테롤이 많으면 혈액이 쉽게 응고되고 혈관벽에 달라붙어 혈관을 좁게 만든다. 대퇴골두로 이어진 혈관은 대부분 가는 모세혈관이어서 혈관이 아예 막혀버려 대퇴골두로 혈액공급이 안 되면서 뼈가 썩게 되는 것이다.

글 =정형외과 전문의 이광원 원장 (강북힘찬병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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