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의 정신분석학자 William Ronald Dodds Fairbairn은 인간의 발달이 미숙한 대상관계에서 성숙한 것으로 나아간다고 보았으며, 이 과정을 의존이라는 개념으로 설명했다. 그는 사람은 태어날 때부터 항상 이러한 관계 속에 있으므로 의존 자체가 문제 되는 것이 아니라 유아적 의존이 문제라고 이야기했다.
여성을 이마를 짚는 남성Fairbairn이 이야기했듯 사람은 태어날 때부터 누군가에게 의존한다. 이때의 의존은 곧 ‘생존’을 의미하기도 하며, 애착에 그 뿌리를 둔다. 어릴 때부터 안정적인 의존 관계를 형성한 아이는 새로운 환경에도 무던히 적응하며 서서히 자립을 준비한다. 하지만 첫 단추를 잘 못 끼우면 모든 단추가 제자리를 못 찾듯이 처음부터 불안정한 의존 및 애착관계를 형성하면 성장해서도 건강하고 원만한 대인관계를 맺기 어렵고 자신의 삶을 주체적으로 살지 못하게 된다.
의존성 성격장애
성인이 되어서도 힘들고 어려운 상황이 닥치면 의존할 대상을 찾곤 한다. 이는 건강한 정신과 독립성을 갖고 있어도 나타날 수 있는 것으로 ‘의존성 성격장애’를 가지고 있는 사람의 정서적 반응과는 다르다. 의존성 성격장애는 주변으로부터 보호받고자 하는 욕구가 지나쳐 끊임없이 매달리고, 분리불안이나 불안정한 대인관계를 보이는 것을 말한다. 이들은 자존감이 낮은 경우가 대부분이며 자기 자신을 깎아 내리고 자기주장을 펼치지 못하는 성향이 있다.
미국정신의학회(American Psychiatric Association)의 정신장애 진단통계 편람(DSM-V)에 따르면 의존성 성격장애를 진단하기 위한 진단 기준은 다음과 같으며, 이 중 최소 다섯 개 이상의 특성이 나타날 때 ‘의존성 성격장애’로 진단할 수 있다.
1 다른 사람으로부터 받은 조언이나 확신이 없이는 스스로 결정을 내리지 못함.
2 자신의 전반적인 생활에 대해 책임질 사람이 필요함.
3 주변 사람의 지지나 동의를 잃는 것이 두려워 반대 의사를 표현하지 못함.
4 어떤 일을 스스로 시작하는 데 어려움이 있음.
5 불쾌한 일이라도 다른 사람의 지지를 얻기 위해 그 일에 지원함.
6 스스로 자신을 돌볼 수 없을 것 같은 두려움 때문에 불편하고 무력한 느낌을 받음.
7 돌봐주던 사람과 헤어지면 이전과 같은 돌봄을 받기 위해 급히 다른 사람을 만나야 함.
8 항상 자신을 돌보아야 하는 상황에 부닥칠 수 있다는 두려움에 비현실적으로 집착함.
어떻게 치료하나
가장 일반적인 치료는 개인 심리치료로, 이를 통해 불안감의 원인을 찾고 직면할 수 있도록 돕는다. 더불어 자기 생각을 적절하게 표현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의사소통 훈련이 필요할 수도 있다. 이러한 치료로 의존성을 극복하고 점진적으로 독립성을 키우게 되면 치료과정을 주도할 수 있도록 유도하기도 한다. 약물은 불안이나 우울, 공포를 완화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지만 약에 대한 의존이 생기거나 남용할 것이 우려되므로 주의 깊게 사용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