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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환·치료

어릴 때 노출된 납 성분이 정신질환을 부른다?

입력 2019.01.24 13:43
  • 권예진·하이닥 건강의학기자

납은 환경 오염 물질 중 대표적인 중금속으로 직접 노출 시 알레르기, 빈혈, 생식기능 장애, 실명 등 중독 증상이 발생하며 심하면 사망에 이르기도 한다. 이처럼 건강에 악영향을 주는 납에 아동이 노출되면 성인기에 정신질환 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발표됐다.

엎드린 어린이엎드린 어린이

미국 듀크대학교 Aaron Reuben 박사 연구팀은 1972년 4월 1일부터 1973년 3월 31일까지 뉴질랜드 더니든에서 태어난 579명을 대상으로 연구를 진행했다. 이들은 11세 때 납 노출 여부를 확인한 후 13세, 15세, 18세, 21세, 26세, 32세 때 직접 인터뷰를 통해 정신 질환과 관련된 증상 평가를 했다.

연구 결과 11세 때 혈중 납 농도가 10μg/dL 이상인 아동은 544명이었으며, 이들은 성인기에 정신 건강에 문제가 발생할 위험이 컸다. 여기에는 우울, 불안, 공포증, 의존, 행동장애, 강박장애, 조증 등이 포함된다. 연구팀은 혈중 납 농도가 5μg/dL 증가할 때마다 특히 내면화 행동장애 및 사고장애 발생 위험이 크다는 것을 발견했다. 이는 이 두 증상이 납 수치 상승에 주로 영향을 받는다는 것을 나타낸다.

연구팀은 “이전 연구에서는 혈중 납 농도가 높을수록 IQ와 더불어 경제적 지위가 낮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는 사실을 밝히며 “납에 노출되는 것이 ‘도미노 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고 말했다. 결국 납 노출이 IQ에 안 좋은 영향을 주면 학교 생활에서 뒤처지고 성인이 되어서도 문제 행동을 야기할 수 있다는 것.

하지만 이 연구는 혈중 납 농도를 11세 때 한 번만 측정했기 때문에 연구 대상자가 살아오면서 얼마나 많이 납에 노출되었는지 정확하게 알 수 없다는 제한점이 있다. 또한 농도가 낮은 범위에서 정밀도가 떨어지는 원자 흡수 분광 광도계를 사용했으며, 연구 대상자가 1970년대에 특정 지역에서 태어난 백인이기 때문에 일반화되기 어렵다는 지적을 받기도 했다. 이 연구 결과는 미국의사협회 정신의학회지 JAMA Psychiatry에 실렸으며 Medpage Today 등 외신에서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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