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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환·치료

타인에게 거절당하는 게 두렵다면? ‘이 질환’을 의심하라

입력 2019.03.22 14:01
  • 권예진·하이닥 건강의학기자

사람은 태어나면서부터 다양한 사람들과 상호 작용을 한다. 좋은 관계를 유지하기 위한 친절과 배려, 그 속에서도 거절과 거부는 존재한다. 나의 부탁을 상대방이 받아들이지 않는 상황은 언제든지 발생할 수 있는데, 이를 겸허하게 받아들이는 사람이 있는 반면 거절이 두려워 타인과의 관계를 시작조차 못 하는 사람도 있다.

어두운 방에서 고민하는 여성어두운 방에서 고민하는 여성

A 씨는 어렵게 취업의 문턱을 넘었지만, 이내 그만둘 수밖에 없었다. ‘내가 이런 말을 하면 비웃겠지?’, ‘저 사람이 내가 한 이야기에 반박하면 어떡하지?’라는 생각이 머릿속에 가득해 말 한마디 제대로 하기가 힘들었고, 거래처 미팅에서도 분위기를 망치기 일쑤였다.

‘회피성 성격장애’를 가진 사람은 A 씨처럼 상대방의 평가에 지나치게 예민하고 자존감이 낮다. 타인이 싫은 내색을 조금만 내비쳐도 큰 실망을 하고 모욕감을 느끼며, 심한 경우 대인관계 형성 자체에 괴로움을 느껴 은둔생활을 하고 우울과 불안을 느끼기도 한다. 이는 사회적, 유전적인 영향뿐만 아니라 다양한 요인에 의해 발생할 수 있다. 특히 유년기에 경험한 불안과 소심하고 수줍은 성격, 내면의 열등감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발생한다고 전해진다.

미국 정신의학회의 정신장애 진단통계 편람(DSM-V)에 따른 회피성 성격장애 진단 기준은 다음과 같다. ▲비판, 거부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대인관계를 회피함 ▲자기를 좋아한다는 확신이 들지 않는 사람과의 관계를 피함 ▲조롱을 받을 거라는 두려움이 큼 ▲비난받거나 거절당할 수 있다는 사실에 집착 ▲부적절한 감정 때문에 새로운 관계를 갖기 어려움 ▲자신을 매력 없고 열등한 사람으로 느낌 ▲타인에게 당황하는 모습을 들키게 될까 새로운 일을 피하거나 마지못해서 함

이 질환은 대개 청년기에 시작되며 나이가 들면서 증상이 감소하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일부는 우울과 분노를 느끼며 사회와 단절된 삶을 살아갈 수 있으므로, 의심되는 증상을 보인다면 정확한 진단 하에 치료해야 한다. 치료 방법에는 역동정신치료, 자기주장 훈련, 집단치료 등이 있으며 불안과 우울 증상이 동반된다면 약물치료를 진행할 수 있다.

하이닥 정신건강의학과 상담의 장홍석 원장(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은 건강 Q&A를 통해 “대인관계의 어려움이 성격적인 것에 뿌리를 두고 있다고 생각되면 정신 역동의 이해를 통한 치료과정(정신치료)이 적합할 수 있다”고 말하며 “이는 내가 왜 이런 감정을 가지고 행동하는지 스스로 이해하고 알아가는 과정을 통해 스스로 그것을 수정할 수 있는 힘과 깨달음을 획득하는 과정이라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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