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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궁금한 이야기: 성(性)] 매독 양성 판정 후 이야기

입력 2019.05.02 07:30
  • 김선희·하이닥 건강의학기자

매독(Syphilis, 梅毒).
이탈리아에선 ‘프랑스 병’, 프랑스에선 ‘이탈리아 병’, 러시아에선 ‘폴란드 병’, 네덜란드에선 ‘스페인 병’... 나라끼리 서로 원수질 때마다 상대국명을 붙여 일컬을 정도로 매독은 ‘저주의 대상’이었다.

이렇듯 매독이 악명 높은 이유는 높은 감염률과 대동맥, 뇌까지 감염시켜 목숨까지 위협하는 합병증 때문이다. 매독을 치료하지 않고 방치하면 23%가 사망하거나 영구 신체 손상이 생기고, 13%는 심장 손상, 10%는 뇌와 척수손상이 올 수 있다. 매독에 걸린 여성이 임신하면 20%는 유산되며, 출생한 아기의 15%는 2개월 이내에 사망하고, 30%는 매독 감염으로 인한 영구적인 기형 상태로 평생을 살아야 한다. 하지만 임신 초기에 충분한 치료를 받으면 6개월 후 80%, 12개월 후 90%, 2년 후 100%에서 매독 ‘음성’ 판정을 받을 수 있다.

한편 질병관리본부에 따르면 2018년 11월 기준 우리나라 매독 1·2기 환자가 2천명을 넘었으며, 특히 10대 감염이 5년 새 2배 가까이 증가(2013년 10대 매독 1기 감염 52명, 2018년 10대 매독 1기 감염 91명)하고 있어 성병 예방 수준이 성문화의 개방 속도를 따라잡지 못하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이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성생활 금지가 가장 확실하지만, 현실성이 떨어지므로 그다음으로 반드시 지켜야 할 것이 ‘안전한 성생활’이다. 불특정 다수와 위험한 성관계를 갖지 않는 것이 중요하며, 매독 판정 후에는 완전한 음성 확인 전까지는 가급적 성생활을 피하거나 꼭 콘돔을 이용하고, 파트너도 함께 매독 치료를 받아야 한다. 콘돔은 음경과 질을 통한 전염은 막을 수 있으나 음낭 등 다른 부위는 전염될 수 있다. 참고로 매독 환자가 사용한 화장실, 욕조, 문 손잡이 등을 통해서는 전염되지 않는다.

매독 양성 판정을 받았다면

고개숙인 커플고개숙인 커플

검체에서 암시야(dark-field) 현미경 검사 등으로 매독균을 확인할 수 있으며, VDRL 검사에서 양성 판정을 받았다면 1:32, 1:8 같은 역가 수치를 확인하고, 검사결과를 지참하여 감염내과를 방문한다. 병원에서 혈청 매독검사인 FTA-ABS 또는 TPHA 검사로 매독 양성을 확진하게 된다. 신경매독이 의심되면 뇌척수액 검사를 별도로 시행한다. 매독 확진을 받으면 병원은 보건소에 환자 발생을 신고하도록 되어 있다.

매독에 감염돼도 검사 결과가 음성이 나올 수 있는데, 이는 매독 감염 후 약 4주 후가 되지 않으면 양성으로 나타나지 않기 때문이다. 이때는 임상증상으로 매독감염 여부를 확인하면서 시기를 기다려 반드시 재검사를 해야 한다.

매독은 보통 페니실린으로 치료하며, 페니실린에 알레르기가 있는 경우 테트라사이, 에리스로마이신 등 다른 치료제를 사용한다. 페니실린을 치료할 때 24시간 동안 고열이나 통증, 피로 등 독감과 비슷한 증상을 호소할 수 있으나 이는 저절로 사라지며, 충분한 휴식과 수분섭취로 관리한다. 매독은 페니실린요법이 원칙이며 초기에는 근육 주사로 1주일에 1회씩 1~3회 치료하고, 오래된 매독은 정맥 주사로 치료하게 된다. 페니실린 정맥주사는 하루라도 빠지면 다시 처음부터 시작해야 한다. 추가 혈액검사를 통해 치료 효과를 반드시 확인해야 하며, 치료 후 3, 6, 12개월이 지난 시점에 검사를 받는다.

1기와 2기 매독인 경우 적절한 치료를 잘 받으면 수일내 전염력이 사라지며, 치료 완료 후 1개월 정도 병변이 완전히 아물기 전까지는 금욕기간을 갖는다. 또 후기 잠복기 매독인 경우에는 원래 성접촉에 의한 전염력이 없으므로 진단만 확실하다면 특별히 금욕기간은 필요하지 않다.

매독 증상

트레포네마 팔리듐(treponema pallidum)이라는 병원균에 의해 발생하는 매독은 크게 선천성과 후천성으로 나뉜다.

매독에 걸린 여성이 임신하면 태반을 통해 태아에게 균이 전달돼 매독에 걸릴 수 있으며, 매독 증세가 생후 2년 이내에 나타나는 초기 선천성 매독과 생후 2년 이후에 나타나는 만기 선천성 매독으로 구분한다.

후천성 매독은 감염 1년 이내인 조기 매독과 감염 1년 이상의 만기 매독으로 구분한다. 조기 매독은 2기까지의 매독을, 만기 매독은 잠복기 매독, 3기 매독이 해당된다.

△ 매독 임상경과표 (출처: 성매개감염진료지침 / 질병관리본부 및 대한요로생식기감염학회) △ 매독 임상경과표 (출처: 성매개감염진료지침 / 질병관리본부 및 대한요로생식기감염학회)

△ 매독 임상경과표 (출처: 성매개감염진료지침 / 질병관리본부 및 대한요로생식기감염학회)

- 모르고 지나치기 쉬운 1기 매독: 경성하감, 국소 림프절병증

감염부터 잠복기는 9~90일이며 외부 성기에 통증이 없는 단단한 조직인 하감(chancre)이 나타났다가 2~6주 후 자연 소실된다. 1~4주까지는 혈청학적 검사 시 음성이며, 암시야 검사상 원인균을 발견하여 진단할 수 있다.

- 주로 피부 반점이 나타나는 2기 매독: 구진성 발진, 발열, 권태감, 림프절병증, 발진을 동반한 탈모증, 두통, 포도막염, 편평콘딜로마

하감 생성 6주 후부터 혈행성 전파가 나타나 2기 매독이 되며, 전신을 침범하여 다양한 증상을 보인다. 발진, 림프절 종대, 생식기의 점막 상처, 여러 피부 질환(특히 손바닥, 발바닥), 편평 콘딜로마(condyloma latum), 발열, 오한, 체중 감소, 쇠약감, 인후통, 관절통, 백혈구 증가, 비장 종대, 간염, 뇌막염 등이 나타난다. 이 시기는 전염력이 강하고 혈청 검사상 양성으로 나타난다.

- 잠복 매독: 무증상

2기 매독일 때 치료를 받지 않은 경우 잠복기로 들어가 증상이나 신체적 증후가 사라지고 감염력도 저하되지만 혈청 검사에는 양성으로 나타난다.

- 치명적인 3기 매독: 대동맥류, 관상동맥구협착증, 두통, 현훈, 성격 변화, 치매, 운동실조

첫 감염 후 5~20년 만에 나타나며 고무종(gumma) 혹은 궤양성 괴사 등이 나타난다. 그 외 증상으로는 내장 기관이나 긴 뼈 및 관절 파괴, 심혈관계 매독 증상(대동맥판 폐쇄, 심부전, 대동맥류), 신경 매독 증상(급성 뇌막염, 운동 능력 저하, 지적 능력 저하) 등이 나타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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