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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칼럼

‘갱년기 불면증’, 어떻게 치료할 수 있을까?

입력 2019.08.27 10:35
  • 류기현·HiDoc 한의사

”1년 동안 거의 밤잠을 못 잤어요. 그때 몸이 많이 약해졌어요. 엄청 피곤하긴 한데 밤에 잠은 안 오고, 미칠 것 같더라고요. 지금 생각하면 어떻게 버텼는지 모르겠어요.“

갱년기 불면증갱년기 불면증

갱년기 불면증으로 고생했던 한 여성의 이야기다. 임신과 출산을 위해 달마다 생리를 하던 여성이 폐경을 맞이하게 되면 호르몬의 변화에 따른 몸 상태의 변화로 여러 가지 불편한 증세를 겪게 된다. 자연스러운 노화 현상 중 하나이고 거칠 수밖에 없는 과정이지만 여성의 경우, 남성보다 갱년기의 불편감이 일찍 오게 되고 그 증상 또한 다양하고 심하다.

건강이 평소 안 좋았던 경우 갱년기가 닥치면 삶의 질이 크게 떨어질 수 있다. 특히 얼굴과 상체의 열감으로 인한 안면홍조나 심장 두근거림, 발한, 무기력증, 짜증, 우울감, 불안감으로 인해 잠 못 이루고 힘들어하는 환자들이 많다. 이렇게 '갱년기 불면증'이 시작되는 것이다.

밤에 잠들기 힘든 기간이 한 달 이상 됐고, 누운 지 약 20분 이내에 잠이 안 들 때 ‘입면 장애’로 볼 수 있다. 또한, 잠들어도 중간에 자주 깨거나 새벽에 너무 일찍 깨서 수면이 부족한 ‘수면 유지 장애’나 ‘조기 각성’도 불면증 증세에 속한다. 꼭 자야 한다는 강박에 잘 시간이 되면 불안해지고, 낮에는 피로감이 커서 일상이 힘들고 무기력해지면서 우울한 기분이 드는 것이다. 졸음운전으로 인한 교통사고나 근로 중 작업 실수, 기존의 질병 악화, 대인관계 문제 발생이 초래되는 가장 큰 원인이 바로 불면이므로 반드시 조기 치료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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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치료할까?

일반적으로 갱년기 문제는 호르몬 변화의 문제라고 넘기곤 하는데, 호르몬 감소가 갱년기 증세의 근본적인 원인이라고 보기는 힘들다. 호르몬이 떨어져서 갱년기 증세로 고통받는다면 모든 여성이 똑같은 수준으로 힘든 것이 맞겠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 젊은 시절부터 건강 관리를 잘한 여성은 특별히 갱년기를 힘들게 지나가지 않는다. 면역력이 떨어지고 스트레스 관리가 잘 안 되는 환자들의 경우, 특히 갱년기가 큰 영향을 미치며 불면증도 심하게 올 수 있다.

일찍부터 수면 관리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적극적으로 생활습관을 고쳐나가는 것이 중요하다. 더불어 수면 환경도 불면증 개선과 치료에 큰 영향을 미친다. 잠을 자는 환경을 자주 바꾸지 않는 것이 좋으며, 눈에 들어오는 빛이 없도록, 귀에 들어오는 쓸데없는 소리가 없도록, 코가 피곤하지 않도록 맑은 공기 혹은 몸을 이완시켜주는 아로마 향기를 세팅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침실은 늘 섭씨 18~22°C 정도로 온도를 유지하며, 베개는 너무 높지 않고 경추를 잘 받쳐주고 매트리스는 너무 푹신하거나 너무 딱딱하지 않아 허리를 잘 지탱해 주는 제품을 선택하는 것이 좋다.

한의학에서는 추나요법을 통해 척추의 정렬을 해주고 통증을 완화하거나 자율신경계를 조절해 좀 더 편안한 숙면을 취할 수 있도록 한다. 또한 EMT, EFT, 명상 등의 기법을 이용한 스트레스 치료는 환자들이 가지고 있는 부정적인 기억들을 긍정적으로 변화시킨다. 신체적, 정신적으로 기록된 부정적인 기억들을 최대한 희미하게 한 후에 새로운 기억들이 자리 잡을 수 있게 도움을 주는 심리와 정서에 관계된 치료법이다.

몸과 마음이 다 같이 힘들어지는 갱년기, 자녀를 키우고 사회에 기여하느라 꽃청춘의 한 시절을 바치고 다시 거울 앞에 선 어머니의 모습이다. 평소 자신을 돌보지 않은 여성일수록 갱년기 증세에 더 취약하다는 통계치로 보았을 때, 본인 스스로 치료에 적극 나서긴 쉽지 않을 수 있으니 가족들의 지지와 도움, 격려가 더욱 필요할 수 있다.

글 = 하이닥 의학기자 류기현 원장 (한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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