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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r.김윤석의 마음건강] 가스 밸브는 잠갔나 자꾸 확인해요, 확인 강박증 ①

입력 2019.09.10 19:00
  • 김윤석·서울맑은 정신건강의학과의원 전문의

# ‘또확인’군은 오랜만에 보는 친구들과의 약속을 앞두고 서둘러 외출 준비를 마쳤다. 가스 밸브가 잠긴 것도 확인했고 방 안의 불들이 꺼져 있는지도 확인했다. ‘지금 나가면 약속 장소에 20분은 더 일찍 도착할 수 있겠어’라고 시계를 보며 읊조린다. 현관문을 잠그고 1층으로 내려가는 엘리베이터에 몸을 싣는 순간 갑작스레 어떤 생각들이 뇌리를 스치며 불안감이 찾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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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스레인지에 뭐 올려 둔 건 없었나? 가스 불은 껐었나? 화장실 환풍기는 끄고 나왔을까? 샤워기는 잠그고 나왔겠지? 현관문이 제대로 닫혔는지 확인을 하지 않고 나왔네. 혹시나 불이 나거나 도둑이 드는 것은 아닐까?...’

이러한 생각들은 버스 정류장을 향해 가던 ‘또확인’ 군의 머릿속을 헤집고 다닌다. 이제 눈앞에 정차한 버스에 올라타기만 하면 되는 그 순간 ‘또확인’군은 지금 확인하러 집에 다녀오지 않으면 큰일날 것 같다는 불안감에 휩싸여서 다시 집으로 발걸음을 돌린다.

‘또확인’군은 이것저것 확인하느라 집 안을 여러 차례 들어갔다 나오기를 반복한다. 약속 시각을 훌쩍 넘겨버린 ‘또확인’군은 친구들에게 몸이 아파서 모임에 나가지 못하겠다는 문자를 보내고 휴대전화를 꺼버렸다.

◇ ‘또확인’군을 괴롭히는 ‘확인 강박증’

‘또확인’군은 “확인 강박증”을 앓고 있다. ‘또확인’군 만큼 심하진 않겠지만 대부분 한 번쯤은 무언가 빠뜨리고 외출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을 해본 적이 있을 것이다. 보통은 시간이 흐르며 점차 잊히게 마련이다. 하지만 강박증은 이와 다르다. 끊임없이 확인에 대한 생각이 떠올라서 마음을 불안하게 만든다. 마음을 달래는 길은 직접 가서 확인해보는 수밖에 없다.

◇ 확인 강박증은 ‘강박사고와 강박행동의 결합’

괴로운 표정의 남성괴로운 표정의 남성

강박증은 ‘강박사고’와 ‘강박행동’이 결합하여 나타난다. ‘강박사고’란 스스로도 원하지 않고 비합리적이라는 것을 알고 있지만 잘 조절되지 않고 마음속으로 반복적으로 떠오르는 생각, 장면, 충동, 또는 걱정을 말한다. ‘강박행동’은 ‘강박사고’로 인하여 불안감을 느낄 때 이를 통제하기 위해 반복적으로 하는 행동을 말한다. ‘또확인’군의 경우에는 불을 끄지 않았다거나 문을 잠그지 않았다는 비합리적인 생각이 통제되지 않을 정도로 반복적으로 떠오른다. 본인도 확인하고 나왔다는 것을 알지만 ‘혹시나’라는 생각에 압도당한다. 이러한 불안, 불편감을 해소하기 위해 발걸음을 돌려서 직접 확인을 하고는 잠시 안도감을 느끼는 것이 강박행동이다. 강박행동으로 해소되는 불안감은 일시적일 뿐이다. 이는 밀려드는 파도를 손으로 가로막는 것과 같다.

강박증은 우리나라 인구의 2.1%, 즉 100만명 가량이 앓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100만명이면 용인시 또는 성남시 전체의 인구수이다. 강박증 환자들은 주변에 피해를 주지 않기 때문에 잘 드러나지 않아서 그렇지, 사실 많은 수가 강박증으로 고통을 받고 있다.

◇ 과도한 자기검열, 확인 강박증

창문 잠금장치 확인창문 잠금장치 확인

강박증의 종류에는 확인, 오염, 반복, 대칭, 공격, 저장 강박 등이 있다. 2010년 미국 펜실베이니아 대학교 팀의 연구에 따르면 ‘확인 강박증’은 15.4%로 가장 흔한 유형이었다. 확인하는 이유의 핵심은 ‘과도한 자기 검열’이다. 틀리면 안 될 것 같은 생각에 자기 검열을 과도하게 하다 보면 의심을 하게 되고 확신이 무너져서 반복해서 확인하게 된다. 스스로에게 너무 엄격한 자신을 내려놓을 수 있어야 하지만 쉽지만은 않다.

따라서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들은 쉽고 빠르게 적용할 수 있는 인지행동 치료법과 약물치료를 병행한다. 약물의 도움을 받으면서 강박적인 사고를 줄이고 치료자와 함께 비합리적인 생각과 행동을 다룬다면 확인을 하는 횟수와 강도는 줄어들 것이다.

앞으로 연재되는 글에서는 또 다른 강박증의 유형들과 강박증의 원인 및 다양한 치료법에 대해 알아볼 예정이다.

글 = 하이닥 의학기자 김윤석 원장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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