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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복되는 배뇨장애, 다양한 시각으로 문제를 바라봐야

입력 2019.12.26 09:56
  • 김도리·스탠탑비뇨의학과의원 전문의

‘아’ 다르고 ‘어’ 다르다는 말이 있다. 같은 내용의 말이라도 말하기에 따라 그 뜻이 달라질 수 있다는 말로, 일상생활 속에서도 흔히 쓰이는 속담이다. 한 유명 소설 속에 나오는 장면과 같이 코끼리를 삼킨 보아 뱀의 형상일지라도 누군가는 그것을 모자라 지칭하고 또 다른 누군가는 전혀 다른 형상으로 생각할 수 있다. 그러므로 확실한 정체를 밝히기 위해서는 한 가지의 경우를 염두에 두고 답을 좁히기보다는 여러 가능성을 열어두고 접근해야 하는 순간들이 존재한다.

어떠한 질환이든 그에 대한 확진을 내리는 것은 어지럽게 흩어진 퍼즐 조각을 모아 하나의 그림을 완성하는 것과 같다. 사람마다 느끼는 통증이나 불편의 정도에는 개인차가 있고 때에 따라서는 전혀 다른 표현으로 같은 질환에 대한 자신만의 생각을 말하는 예도 있기 때문에 하나의 단서를 통해 결과를 확신하는 것은 섣부른 판단일 수 있다.

배뇨장애배뇨장애

만약 배가 아프다는 환자의 말에 추측 가능한 질환은 통상적으로 떠올릴 수 있는 것만 해도 손가락을 여러 차례 접었다 펴도 다 담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문제에 대한 여러 원인이 존재하고, 이를 파악하기 위해서는 단순히 증상만을 살펴서는 확신하기 어렵다. 이는 배뇨장애도 마찬가지이다. 남성의 경우 배뇨장애가 발생했을 때 추측해볼 수 있는 질환은 전립선 질환, 요로결석, 과민성 방광 증후군 등 다양하다. 그렇기 때문에 배뇨장애가 발생했을 때 증상이나 여러 요소를 통해 질환에 대한 답을 차근히 찾아가야 한다.

중년 남성의 경우 배뇨장애가 반복될 때 의심할 수 있는 대표적 질환은 전립선비대증이다. 전립선비대증은 남성의 기관인 전립선이 정상 크기보다 비대해지는 질환으로, 비대해진 전립선이 소변이 배출되는 요도를 좁게 만들어 원활하게 소변이 배출되는 것을 방해하거나 방광을 자극해 잔뇨, 야간뇨 등과 같은 배뇨장애를 일으킨다. 이런 경우 비대해진 전립선 조직을 절제하거나 결찰술로 좁아진 요도를 확장해 증상을 개선할 수 있다.

하지만 일부 환자의 경우 전립선 문제를 해소했음에도 배뇨장애를 호소하는 경우가 있다. 소변은 원활하게 배출되지만, 잔뇨감이 남아 자주 화장실을 오가고, 장시간 이동하거나 집중하는 것에 부담을 느낄 수 있다. 이런 경우에는 문제의 주된 요인이 되는 것이 무엇인지에 대한 감별이 필요할 수 있다. 전립선 질환에만 초점을 맞추고 치료를 진행하는 것이 아닌 방광 질환에도 주의를 기울이고 살펴보아야 한다. 특히 오랜 시간 전립선비대증을 앓아온 환자의 경우 장기간 반복된 배뇨장애로 인해 방광이 망가져 있거나 다른 요인들로 인해 방광이 극도로 예민해져 있는 경우를 염두 해 전립선 치료와 함께 방광 질환에 대한 치료도 동반되어야 한다.

배뇨장애의 원인에 대한 감별은 전립선 검사나 방광 내시경 등을 통해서 확인해볼 수 있으며, 그 외 다른 질환의 가능성이 없는지에 대해 추가적인 검사가 이루어질 수 있다. 배뇨장애의 원인이 될 수 있는 전립선 질환은 질환의 종류에 따라 적절한 치료를 진행하며, 전립선비대증의 경우 전립선 수술을 통해서 비대해진 전립선을 조직을 제거해 효과를 볼 수 있다. 하지만 이 같은 수술의 경우 고령의 환자에게 부담을 줄 수 있어 신중한 고민이 필요하다. 만약 전립선 수술을 진행할 수 없는 경우라면 유로리프트 수술을 통해 전립선 조직을 따로 절제하지 않고 결찰술로 요도를 확보할 수 있어 고령의 환자도 효과를 볼 수 있다.

배뇨장애는 증상에만 집중하는 것이 아닌 주요한 문제를 파악할 수 있는 큰 그림을 염두에 두고 그에 적절한 치료와 검사가 진행되어야 한다. 또한 전립선비대증이 의심되는 경우에는 오랜 시간 질환을 방치하기보다는 적절한 시기에 치료를 진행해 방광 질환을 예방하는 것도 남성 건강을 지키는 하나의 방법이 될 수 있다.

글 = 하이닥 의학기자 김도리 원장 (비뇨의학과 전문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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