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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칼럼

고혈압 약 평생복용은 옛말, 막연한 ‘두려움’부터 없애라

입력 2020.01.06 17:17
  • 이방훈·삼성훈내과의원 전문의

우리나라에서 고혈압 환자는 1,100만명을 넘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실제 2017년 기준으로 대략 우리나라 30대 이상 성인 4명 중 1명이 고혈압일 정도. 2년 전 미국심장협회(AH)와 미국심장학회(ACC)가 고혈압 진단 기준을 140/90mmHg 이상에서 130/80mmHg로 강화하면서 고혈압에 대한 경종을 울린 바 있다. 하지만 건강검진에서 혈압이 약간 높게 나온다고 ‘약물치료’를 바로 시작하는 것도 아니고, 혈압은 컨디션에 따라 그때그때 달라질 수 있다는 말로 가볍게 넘기곤 하는데...

고혈압 전 단계일 때 심혈관질환 위험이 일반인보다 2배 가까이 증가하는 만큼 절대로 간과해서는 안 되는 것이 바로 ‘혈압’이다.

◇ 자신의 혈압을 제대로 알아야 하는 이유

혈압 측정혈압 측정

혈압은 동맥혈관의 압력을 말한다. 그 압력이 기준치를 벗어나 높아지면 고혈압이라고 하는데 미국에서는 2017년부터 수축기 혈압이 130mmHg 이상이거나 이완기 혈압이 80mmHg 이상인 경우 또는 두 가지 모두인 경우를 고혈압으로 정의하고 있고 우리나라의 경우 기존의 기준대로 수축기 140mmHg 이상이거나 이완기 90mmHg 이상 또는 두 가지가 함께 존재할 경우를 고혈압으로 정의하고 있다.

혈압은 여러 가지 요인에 의해 영향을 받을 수 있어 정확하게 판단하기 위해서는 제대로 된 측정법을 알아야 한다. 일반적으로는 의자에 앉아 5분간 안정 후 팔을 심장 높이에 놓고 측정해야 하고 측정 30분 전에는 커피(카페인이 함유된 음료수)와 흡연은 중단해야 한다.

또한 혈압은 원래 밤 2~3시경에 가장 낮고 오전 5시경부터 상승하기 시작하여 오전 11시경에 최고를 이룬 후 다시 하강하여 수면 시까지 저하하는 일중 변동 현상을 나타낸다. 하루 혈압의 변동이 심하면 동맥경화가 잘 생기고 심혈관계 사망이 더 증가한다. 그래서 규칙적인 약물복용을 통해서 하루 동안 비교적 일정한 혈압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 혈압의 경고, 고혈압 전 단계란?

우리나라 기준으로 고혈압 전 단계는 수축기 혈압이 130mmHg 이상, 이완기 혈압이 80mmHg 이상인 경우를 말한다. 미국 심장학회에서 고혈압의 기준을 130/80mmHg 이상으로 기존 보다 낮춰서 조정한 이유는 최고 혈압이 130mmHg로 올라가면 심장 질환의 발생위험이 2배 증가한다는 수년간의 연구데이터가 나왔기 때문이다. 따라서 고혈압의 전 단계에서도 충분한 관심을 가지고 지켜보아야 한다.

일반적으로 고혈압은 증상이 없어서 ‘침묵의 살인자’로 불리기도 하는데 자각증상을 호소하는 경우에는 중등도 이상의 고혈압(수축기 160mmHg 이상, 이완기 100mmHg 이상인 경우), 합병증이 동반된 경우, 이차성 고혈압인 경우 등이 있다.

즉, 증상이 나타난 경우는 이미 상당한 기간 고혈압이었을 가능성이 높으며 겉으로 드러나지 않았던 혈관의 변화가 심장에서는 심근경색으로, 뇌에서는 뇌경색이나 뇌출혈로 나타나 심한 경우 급사를 하게 된다. 따라서 고혈압의 단계와 관계없이 증상의 유무를 가지고 치료 여부를 결정해서는 안 되고 지속적인 관심을 가지고 추적검사를 해서 합병증이 생기지 않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

◇ 고혈압 전 단계라면 ‘고혈압’ 환자처럼 관리해야

고혈압 전 단계의 관리법은 고혈압의 관리법과 다르지 않다. 혈압을 올릴 수 있는 습관을 피하고 반대로 내릴 수 있는 생활습관을 만들어 가는 것이다.

생활습관의 교정은 혈압을 내릴 수 있을 뿐 아니라 합병증을 예방하는 효과도 있어 가장 기본적으로 시행되어야 한다. 구체적으로는 소금기를 적게 먹는 저염식이 필요하다. 우리나라의 경우 싱겁게 먹는다는 사람도 평균 하루 15g 정도의 소금을 섭취하는데 치료식의 기준은 최대 하루 6~8g 이하로 권장된다. 또, 비만이라면 체중 감량이 필요하다. 체중을 1kg 감량하면 평균적으로 혈압이 1.5mmHg 정도 감소한다. 어떤 술이라도 해당 술잔 기준으로 2잔 정도를 1주일에 2회 이내로 제한해야 하며, 과일과 채소 섭취를 늘리고 기름진 음식은 줄여야 한다. 커피 등 카페인이 포함된 기호 식품을 과다 섭취하지 않도록 주의하고 적절한 수면을 유지하고 스트레스를 관리하는 것도 중요하다. 무엇보다 금연해야 하며, 규칙적인 운동을 해야 한다. 특히 운동은 체중 감소와 무관하게 수축기 및 이완기 혈압이 5mmHg 정도 감소를 유도한다.

◇ 고혈압약 평생 먹는다는 것은 옛말

약

혈압은 상당히 높은 단계까지 올라가기 전에는 증상이 없어 약물치료의 대상임에도 불구하고 증상이 없다는 이유로, 또는 평생 먹어야 한다는 부담감으로 약을 먹지 않을 경우가 많다. 그러나 혈압약은 개인에 따라 고혈압과 관련된 여러 요인이 다 다르므로 한 번 약물복용을 시작했다고 해서 평생 약을 먹는 것은 아니다.

비만 외에 별다른 관련인자가 없는 경우에는 정상 체중으로 감량 시 혈압약을 끊는 경우도 많이 있으며 과도한 음주가 관련된 경우 음주를 중단하고 식생활 습관을 개선하면 복용해오던 혈압약을 중단하기도 한다. 고혈압의 약물치료 후 혈압이 정상으로 유지된 후 약제를 중단할 수 있는가에 대한 많은 임상 연구가 있었으며 결과적으로 대상 환자의 고혈압의 단계, 합병증 유무, 성, 연령, 비약물요법 시행 여부, 다른 위험인자의 차이 등에 의해 결정된다고 한다.

최근까지 다양한 혈압약들이 개발되어 왔고 초창기 혈압약보다 심장보호 효과, 신장보호 효과, 요산 저하 효과 등 부가적인 기능이 있는 약들이 나오면서 혈압약을 복용한다는 것이 단지 혈압의 조절뿐 아니라 합병증에 관련된 구체적인 장기까지 보호할 수 있게 되어 지속적인 약물복용의 장점이 되기도 한다.

◇ 건강 백세를 위해 가장 강조하고 싶은 것은 ‘운동’

계단 오르기 운동계단 오르기 운동

1970년대 한국인의 평균수명은 여자 기준으로 65세였다. 이후 10년 주기로 확인된 평균수명의 변화는 70세, 75세, 79세, 84세로 곧 90세를 바라보고 있다. 의학기술의 발전이 평균수명의 연장을 가져왔다고 하는 막연한 얘기보다는 세부적으로 봤을 때 좋은 약이 많이 개발되었고 임상 현장에서 많이 활용함으로써 조기발견, 조기 치료, 조기 예방과 같은 것들이 가능하게 된 것에 기인했음을 생각할 수 있다. 그러한 발전적인 기술과 약의 혜택을 받아 자신의 수명을 다할 것인지 그러한 혜택을 무시하고 합병증에 시달리며 자신에게 주어진 수명을 다 이어가지 못할 것인지는 전적으로 본인에게 달렸다. 약에 대한 선입견을 없애야 하고 본인이 약물치료의 대상이 되는지에 대해 가까운 병원을 방문하여 진료를 받고 충분한 설명을 통해서 장기적인 계획을 세워야 한다.

고혈압을 조절하는 여러 생활습관 개선 중에서 가장 중요한 한 가지를 강조하고자 한다. 바로 운동이다. 자신이 하루에 얼마나, 일주일에 얼마나 운동을 하는지를 잘 계산해보시길 바란다. 몇십 년간 먹어온 식습관이 쉽게 바뀔 리 없다. 한국인의 염분 섭취량은 미국이나 일본과 비교하여 훨씬 많은 편이다. 그 습관을 쉽게 해결한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금연이 하루아침에 될 리는 더욱이 없다. 담배를 피워보고 끊고자 노력해본 적이 있는 사람이라면 잘 알 것이다. 사회생활을 하면서 술을 완전히 끊기는 절대 쉽지 않다. 그리고 한국인의 음주 문화에서 적당한 음주란 것은 정말 고도의 인내가 필요하다. 비만은 또 어떤가. 비만이 쉽게 교정된다면 방송이나 인터넷에서 비만을 극복한 사례를 자랑하듯 떠들 이유가 없다.

하지만 운동은 다르다. 본인의 게으름을 조금만 극복한다면 쉽게 운동의 장으로 들어설 수가 있다. 적당한 운동의 정도는 사람마다, 기저질환에 따라 다르겠지만 통상적으로 계절과 관계없이 적절한 운동이라고 얘기한다면 땀이 조금 맺히는 정도에서 땀이 충분히 나는 단계까지 충분한 운동이라고 얘기할 수 있을 것이다. 운동을 통해서 혈액순환이라는 큰 숙제를 해결할 수 있고 근력과 지구력이 강화되면서 생활의 피로도 줄어들고 삶의 즐거운 활력소가 될 수도 있다.

건강관리의 시작은 건강한 생활 습관에서 내가 얼마나 벗어나 있나에 대한 자기반성에서부터 출발해야 한다. 거창한 계획을 잡을 필요가 없다. 만약 당신이 아파트에 거주한다면 당장 내일부터 아파트의 계단을 꼭대기까지 매일 한 번씩 올라가기 바란다. 내려올 때는 무릎에 무리가 되지 않기 위해 엘리베이터를 타고 와야 한다. 시간이 지날수록 당신이 올라갈 수 있는 아파트의 층수는 점점 더 늘어날 것이다. 더불어 당신의 건강은 점점 더 좋아질 것이다.

글 = 하이닥 의학기자 이방훈 원장 (내과 전문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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