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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PV 구강 감염과 후두유두종, 입속에도 사마귀가?

입력 2020.02.03 16:42
  • 유병국·노들담한의원 한의사

■ 구강에 침투하는 HPV
바이러스와 면역에 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HPV(인유두종바이러스)도 세간의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HPV는 자궁경부암의 원인 바이러스로 알려져 있습니다. 자궁경부암이나 자궁경부이형성증과 같은 질환 외에도 콘딜로마, 즉 성기나 항문 사마귀 질환의 원인이기도 합니다. 우리가 흔히 앓는 손‧발사마귀도 HPV가 일으키는 질환입니다. 최근에는 HPV가 구강 안쪽으로도 전염된다는 사실이 알려지며 일상생활에서 전염에 대한 우려도 커지는 추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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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후두유두종, 목구멍사마귀의 정체
구강의 안쪽, 특히 목 내부의 후두에 발생한 사마귀를 ‘후두유두종’이라고 합니다. 질환명을 그대로 해석하면 후두에 발생한 유두종(papilloma)이라는 뜻입니다. HPV가 우리말로 인-유두종 바이러스라는 점을 생각해보면, 후두유두종의 개념을 조금 더 쉽게 이해할 수 있습니다.
후두유두종이 나타난 경우 가장 두드러지는 증상은 목이 쉬는 것입니다. 그 때문인지 후두유두종 환자 중 상당수가 발병 초기에는 단순한 감기로 질환을 오해하곤 합니다. 한 달 이상 쉰 목소리 증세가 가라앉지 않고 지속하면 그때서야 감기가 아닌 것을 깨닫습니다. 목이 쉬는 증상 이외에도 목 안의 이물감, 기침이나 가래와 같은 호흡기 증상, 음식을 삼키기에 거슬리는 ‘연하장애’ 등이 동반되기도 합니다.

■ 후두유두종를 향한 인식의 변화
현대의학에서는 이러한 후두유두종을 어떻게 치료하고 있을까요? 레이저나 메스를 이용한 제거 수술의 사례가 다수입니다. 일반 피부에 생기는 사마귀 조직을 제거하여 없애듯이, 목 안의 유두종을 제거하는 방식입니다. 비정상적인 조직을 신속하게 제거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재발 우려가 상존한다는 점과(재발성 호흡기유두종) 수술 이후 한동안 말을 하기가 힘들다는 점이 한계이자 단점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수술을 마치고 목소리를 내기 힘든 것은 참을 수 있다고 하더라도, 증상이 재발한다면 환자 입장에서는 그것보다 힘든 일은 없을 것입니다.

후두유두종을 호소하며 내원하는 환자들을 보면, 조직을 제거한 뒤에 이어지는 삶의 질 저하로 고통받는 사례가 꽤 많습니다. 단순히 ‘제거하면 쉽게 해결되는 병’ 정도로 여겨서는 곤란하다는 점을 기억해야겠습니다. 상담 중에도 본인의 목소리를 내지 못하고 속삭이듯이 이야기하는 것은 대부분 환자의 공통적인 증상입니다. 환자 혼자서는 진료받기가 힘들어서 대신 말을 하기 위해 보호자를 동반하고 오기도 합니다.

■ HPV에 대처하는 방법
분명히 잘, 안전하게 제거했음에도 후두유두종이 재발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조직은 사라졌어도, 병의 원인 HPV는 사라지지 않은 탓입니다. 목 안쪽 후두 부위에 유두종이 생겼다는 것은 바이러스가 구강이나 비강을 통해 인후부로 침입했다는 뜻입니다. HPV는 접촉을 통해 전염됩니다. 즉, 우리가 음식을 섭취할 때 혹은 입맞춤을 통한 체액의 전파, 그 밖에도 다양한 유형의 접촉 상황이 발병의 원인으로 작용할 수 있습니다. 애초에 감염이 되지 않게 원천적으로 막을 수 있다면 모르겠지만,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입안으로 목구멍 안쪽으로 침투한 바이러스를 막을 방법은 현실적으로 존재하지 않습니다.

수술을 피하고자, 재발을 떨쳐내기 위해, 무엇보다 소중한 내 신체를 지켜내기 위해 선결되어야 할 것은 바로 HPV의 소멸입니다. HPV는 신체 면역세포의 정상적인 기능이 회복되면서 소멸할 수 있습니다. HPV가 소멸하면 바이러스가 일으킨 후두유두종은 자연히 사라지게 됩니다. 조직의 제거보다 우선시 되어야 하는 것이 바로 면역치료를 통한 HPV 소멸이라는 점을 기억해야겠습니다. 갑자기 목소리가 이상하게 쉬는 것 같이 느껴진다면, 목 안쪽으로 이물감이 든다면, 혹시 HPV 감염에 의한 후두유두종이 아닌지 확인해보시기를 권장합니다.

글 = 하이닥 의학기자 유병국 원장 (한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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