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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성의 갱년기는 여성보다 ‘소심’하다?

입력 2020.02.13 17:26
  • 김선희·하이닥 건강의학기자

여성의 갱년기가 폭풍처럼 휘몰아친다면, 남성 갱년기는 한 잎, 두 잎 떨어지는 낙엽 같다. 그래서 갱년기라고 하면 흔히 ‘여성’이 먼저 떠오른다. 얼굴이 화끈거리고, 불안과 우울, 짜증이 밀려오고, 관절통 같은 다양한 통증에 시달리는 등 확연히 드러나는 증상을 수년간 집중적으로 겪다 보니 여성은 남성보다 갱년기를 정확히 인식하게 되고 적극적으로 대처하게 된다.

하지만 남성은 다르다. 그 배경에는 성호르몬 패턴이 있다. 나이에 따른 성호르몬 변화를 살펴보면 여성은 폐경기를 전후로 해서 급격히 감소하는 반면, 남성은 30대 이후 줄어들기 시작해 매년 1%씩 감소한다. 호르몬 감소 속도가 완만하다는 뜻이다.

남성 갱년기남성 갱년기

대개 여성은 50대 중반 폐경기를 전후로 급격한 호르몬 감소로 인한 폭풍 갱년기 증상을 겪지만, 남성은 40대 중반을 넘어서면서부터 호르몬 감소에 따른 증상이 ‘서서히’ 나타나기 시작한다. 남성 갱년기 증상은 여성처럼 대부분이 겪는 것도 아니다. 남성 갱년기 유병률은 10명 기준 50대는 1.2명, 60대는 1.9명, 70대는 2.8명, 80대는 4.9명꼴로 알려진다.

그래서 남성의 갱년기는 ‘소심’하다. 갱년기에 대한 인식도 많지 않은 데다 증상이 ‘긴가민가’하기 때문에 모르고 지나가는 경우도 많다. 전문가들은 ‘남성 갱년기’를 질환으로 인식하고, 증상부터 잘 파악해두어야 한다고 조언한다.

△ 남성 갱년기 자가진단 10가지

1. 성적 흥미가 줄었다.
2. 피로하고 무기력하다.
3. 근력 및 지구력이 감소했다.
4. 키가 다소 줄었다.
5. 삶에 대한 즐거움이 줄었다.
6. 슬프거나 불만, 짜증이 많이 난다.
7. 발기력이 감소했다.
8. 조금만 운동을 해도 쉽게 지친다.
9. 저녁 식사 후 바로 졸리다.
10. 일의 능률이 감소했다.

10가지 증상 중 성 기능과 관련한 1번이나 7번에 해당한다면 갱년기 즉 남성 호르몬 감소를 의심해볼 수 있다. 또는 1번과 7번을 제외한 나머지 8개 항목 중에서 3가지 이상에 해당한다면 마찬가지로 갱년기가 의심된다.
더욱 정확한 남성 갱년기 진단을 위해서는 남성호르몬 수치 검사가 필요하다. 테스토스테론 혈액검사 결과, 3.5ng/ml 미만이면 남성 갱년기로 보며, 치료 대상은 3.0ng/mL 이하이다. 남성 호르몬 수치 검사는 하루 중 호르몬 수치가 가장 높은 오전 7~11시 사이에 받는 것이 좋다.

평소에는 남성호르몬 수치를 유지하기 위한 다양한 생활요법을 지키는 것이 중요하다. 영양을 골고루 갖춘 규칙적인 식사, 절주, 충분한 수면을 꼭 챙겨야 한다. 여성에게 석류가 있다면, 남성에겐 ‘굴’이 있다. 이런 해산물에는 남성 호르몬 분비를 촉진하는 ‘아연’이 풍부하다. 미국 웨인주립대 연구팀이 아연이 부족한 식습관을 가진 평균 64세 남성 9명에게 반년 동안 아연 보충제를 복용하게 한 결과, 혈중 테스토스테론 수치가 3.3ng/ml에서 6.4ng/ml로 약 2배 가까이 상승했다.

남성 근력운동남성 근력운동

하이닥 상담의사 이영진 비뇨기과 전문의는 건강 Q&A를 통해 남성 갱년기를 극복하는 가장 좋은 방법으로 ‘꾸준한 운동’을 추천했다. 그는 “특히 근육량을 늘리는 운동이 좋은데, 근육 안의 남성 호르몬 수용 기관과 남성 호르몬이 결합해 동화 작용이 일어나고, 이를 통해 근육량이 다시 늘고 남성 호르몬이 소모된다”고 설명하고, “이 과정이 반복되면 인체가 반사적으로 남성 호르몬 생산을 촉진하면서 혈중 남성 호르몬 농도를 유지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또 이영진 원장은 “스트레스 완화도 남성 갱년기 극복에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스트레스 상태에서는 혈관이 수축하지만 심신이 평온하면 혈관이 확장되어 혈류량이 증가하고 남성 호르몬의 생산과 소비가 더욱 원활해지기 때문이라는 것. 운동을 하면 스트레스 완화에도 도움이 되기 때문에 남성 갱년기에 ‘특효약’이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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