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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로 불안해서 못 살겠어요”, 정신과 전문의가 말하는 마음 대처법

입력 2020.02.23 15:23
  • 김윤석·서울맑은 정신건강의학과의원 전문의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19(이하 코로나19)가 확산되면서 많은 사람이 공포에 떨고 있습니다. 개당 600원에 팔던 마스크가 3,000원을 호가하고 손 세정제는 품절 대란이 났습니다. 집 밖을 나가지 않다 보니 온라인 쇼핑이 활성화되어 한 온라인 몰에서는 첫 사망자가 발생한 다음 날 즉석밥의 매출이 650%나 증가했다고 합니다. 코로나19로 인해서 재난 영화의 시청률도 급증했고 홈트레이닝 상품, 건강기능식품, 편의점에서의 주류 구매도 증가했습니다.

바이러스 하나가 사람들의 심리를 흔들고 습관을 바꾸고 있습니다. 더욱더 두려운 것은 이 모든 것들이 현재진행형이라는 것입니다. 호흡기 증상은 없지만 이미 대한민국 국민의 대부분이 불안증에 감염된 것 같습니다. 과연 우리는 언제까지 왜 이렇게 불안에 떨어야 할까요? 그 이유와 극복 방법에 대해 알려드리겠습니다.

첫째, 불완전한 정보 때문입니다.

페이크 뉴스페이크 뉴스

여러분들은 코로나19를 생각하면 어떠한 이미지가 떠오르나요? 상당수는 ‘사망자 발생’, ‘치료제가 없다’, ‘픽픽 쓰러지는 사람들’, ‘강한 전염력’ 등 언론이나 SNS의 헤드라인에서 볼 수 있는 자극적인 내용을 떠올릴 것입니다. 방금 떠오른 이미지들에 대한 대처 방법이 있나요? ‘사망자가 발생했다는데 이거 걸리면 죽는 거잖아!’, ‘치료제가 없다는데 감염되면 방법이 없네!’, ‘동영상을 보니 사람이 쓰러지던데 이런 병은 처음 봤어!’, ‘하루에도 몇백 명씩 감염자가 늘어나고 있다니 무서운 전염병인걸!’. 정확한 정보, 즉 ‘팩트(fact)’를 모른다면 대처법을 알 수 없습니다.

질병관리본부 홈페이지에 들어가면 매일 업데이트된 코로나19에 대한 팩트가 정리되어 있습니다. 생각은 생각일 뿐이지 사실이 아닙니다. 우리의 뇌는 보고 싶은 것만 보려고 합니다. 정확한 사실을 찾아보는 수고를 한다면 그만큼 막연한 두려움은 줄어듭니다. 예방법에 대한 팩트는 아래에 정리해놓겠습니다.

둘째, 불안을 이용하여 이득을 취하는 사람들이 공포감을 조성합니다.

마스크마스크

대다수의 사람은 정부와 국민이 힘을 합쳐서 이번 코로나19사태를 잘 극복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이 와중에도 마스크를 매점매석하여 큰 차익을 내기 위해 한 개인이 공장에 100억원 선입금을 제안했다는 기사도 있습니다. 자본주의 시장에서 수요가 공급을 앞설 때 가격은 자연스럽게 올라가기 마련입니다.

몇 명의 업자가 공급을 틀어쥐고 희소성을 더 높인다면 마스크를 구하지 못한 사람들의 불안감이 커지고 비정상적인 가격으로 시장은 혼란스러워질 것입니다. 혼란한 틈을 타서 ‘나노, 양자 역학’ 등을 이용하여 코로나 감염 방지 마스크를 개발했다며 마케팅을 하는 분도 있습니다. 과연 누가 그런 것을 살까? 라고 생각하지만 불안한 사람들은 이성의 영역이 마비됩니다. 값비싼 가격에 마스크를 구매하고 마음의 위안을 얻기도 합니다.

언론이나 SNS도 마찬가지입니다. 언론사들은 기본적으로 정확한 정보 전달을 하려고 노력합니다. 그리고 팩트를 제외한 나머지 기사들을 질병에 대한 정부의 대응 태도, 사람들의 감정 반응 등으로 채워 넣습니다. 그 정보들이 편향되어 있는지는 구독자 및 시청자들이 감별하기 힘듭니다. 유튜브, 블로그 등에서는 검증되지 않는 정보를 쏟아내어 구독률을 높여 이득을 취하려는 작성자의 마음이 녹아들어 있습니다. 뉴스라는 이름으로 자극적이고 감정적인 내용을 실어 나릅니다. 이럴 때 일수록 작성자의 의도를 먼저 보려고 노력해야 합니다.

셋째, 우리는 불안의 시대에 살고 있습니다.

불안한 여성불안한 여성

정보가 수직적으로 전달되던 시절에는 정보가 제한적이었기 때문에 주어진 환경을 운명이라고 받아들이고 체념하고 살아갔습니다. 지금 생각해보면 왜 그렇게 행동했는지 이해가 안 되지만 그 당시의 맥락에서는 당연한 일이었죠. 현대 사회는 내 손안에 작은 컴퓨터인 스마트폰이 본격적으로 보급되면서 정보에 대한 벽이 허물어져 있습니다. 많은 정보를 수평적으로 접하다 보니 자연스레 타인의 삶과 자신의 삶을 비교하게 됩니다.

기회의 평등을 기치에 두고 발전한 사회에서 살고 있기 때문에 타인이 이룬 것을 왜 나는 못 이루고 있는가에 대해 생각도 해봅니다. 비교는 불안을 낳습니다. 적절한 불안은 삶의 원동력이 되기도 하지만 불안에 지속해서 노출되면 걱정의 늪에 빠져서 헤어 나오기 힘들어집니다. 현대인들은 일정 수준의 불안에 항상 노출되어 있기 때문에 불안의 불길이 쉽게 번지는 것 같습니다. 이러한 때일수록 실내에서 할 수 있는 가벼운 맨손 체조, 홈트레이닝 등을 통해서 몸을 움직이고 반신욕을 하는 등 몰두할 거리를 찾아야 합니다.

코로나19사태를 보고 있노라면 14세기 중반에 창궐하여 전 유럽을 공포에 떨게 했던 흑사병이 생각납니다. 당시에는 병원체에 대한 실체를 알 수 없었습니다. 따라서 창궐 초기에는 수많은 거지, 유대인, 한센병 환자들 등 소수자들이 억울하게 학살당했다고 합니다. 혹자는 흑사병을 하느님의 종교적인 심판으로 생각해서 고행을 통해서 죗값을 치러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습니다.

그때와 지금이 다른 점이 있다면 우리에게는 정보라는 무기가 있다는 것입니다. 앞서 살펴보았듯이 정보의 과잉이 과도한 불안으로 이어질 수 있지만, 객관적인 사실로서의 정보의 순기능에 집중한다면 길고 힘든 불안의 터널을 무사히 견뎌낼 수 있지 않을까요? 모두 잘 이겨내리라고 믿습니다.

# 코로나19 대응법 팩트 정리 (출처: 질병관리본부 홈페이지)

- 물과 비누로 손을 꼼꼼히 씻기
- 기침할 때 옷소매로 입과 코를 가리기
- 외출 시 노약자 및 임산부는 마스크를 꼭 착용하기
- 사람 많은 곳 방문 자제하기
- 발열, 인후통 시 대형병원 방문 자제 및 보건소와 질병관리본부(Tel. 1339)에 먼저 전화하기
- 의료기관 방문 시 마스크 착용 후 자차 이용 권고
- 진료 전 의료진에게 해외 여행력, 호흡기 질환자 접촉력 여부 알리기

글 = 하이닥 의학기자 김윤석 원장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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