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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환·치료

근육맨의 울퉁불퉁한 힘줄, 설마 하지정맥류?

입력 2020.03.30 11:30
  • 반동규·포이즌의원 전문의

평소 몸 관리에 신경 쓰는 운동 마니아라도 건강 문제에서는 간과하지 말아야 할 것이 있다. 하지정맥류도 그중 하나다. 오랜 시간 꾸준히 운동해온 몸짱의 다리에 나타난 직선 혈관이라면 ‘힘줄’이라고 표현해도 무방하지만, 구불구불한 혈관이 튀어나와 있다면 이는 질병이다. 심장에서 다리 쪽으로 내려온 혈액이 제때 올라가지 못하고 고이면서 피부 밖으로 울퉁불퉁 튀어나온 ‘하지정맥류’인 것이다.

근육질 다리 근육질 다리

역류한 혈액이 고여 정맥이 튀어나오는 증상
하지정맥류란 피부 바로 밑으로 보이는 정맥이 늘어나면서 피부 밖으로 돌출되는 혈관질환이다. 동맥과 달리 혈관 벽이 얇고 약한 정맥은 중력의 영향을 많이 받아 쉽게 늘어난다. 만약 혈관이 살짝 비쳐 보이거나 직선 형태로 도드라져 보인다면 병적 요소 때문이 아니라 체질 문제로 나타난 자연스러운 현상으로 봐도 무방하다. 하지만 혈관이 구불구불하게 튀어나오거나 굵기가 일정치 않고 울퉁불퉁하게 돌출된 상태라면 정맥 내 판막 부전이나 혈관 확장 등의 이유로 정맥혈이 심장 쪽으로 흐르지 못하고 역류되어 혹처럼 튀어나온 것, 주로 다리에 나타난다고 해 이를 ‘하지정맥류’라고 부른다.

정상 혈관인 힘줄과 다르다
운동을 많이 한 남자들의 팔이나 다리에 나타난 직선 형태의 힘줄. 우리는 이를 운동으로 다져진 근육이라고 생각해 부러워한다. 그런데 이런 힘줄의 대부분은 근육이 아닌 정맥이다. 일정한 굵기면서 직선으로 나타난 혈관은 꾸준한 운동을 통해 지방이 적어지고 혈류량이 늘어나면서 나타난 정상 혈관이다. 하지만 평소에는 잘 보이지 않다가 걷거나 움직일 때 혹은 운동 전후에 구불구불 울퉁불퉁하게 튀어나오는 혈관이라면 ‘판막 손상으로 역류한 혈액이 고이면서 튀어나온 하지정맥류’로 봐야 한다.

하지정맥류하지정맥류

자각 증상이 없는 경우가 대부분
일반적으로 남성은 여성이나 노약자들에 비해 근력이 좋아 하지정맥류가 생겨도 별다른 자각 증상을 느끼지 못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게다가 구불구불한 혈관이 계속 튀어나와 있는 것도 아니다. 쉬거나 앉아 있는 등 중력의 영향을 덜 받는 조건에서는 안 보이다가 서 있거나 운동 전후로만 튀어나와 보이는 특징이 있어서 더 알아차리기 어렵다. 무엇보다도 혈관은 하루아침에 튀어나오는 게 아니라 서서히 오랜 시간을 두고 돌출된다. 때문에 뒤늦게 자각 증상이 나타난다 해도 하지정맥류로 인한 증상으로 인식하지 못하고 힘줄 혹은 단순히 보기 싫은 혈관으로 치부하기도 한다.

운동 부족을 경계할 것
하지정맥류의 가장 큰 원인은 유전(가족력)이다. 온종일 서서 일하고 무거운 짐을 들고 나르는 직업이더라도 탁월한 유전자를 지닌 사람은 평생 하지정맥류를 겪지 않을 수 있다. 하지만 유전 성향이 있는 사람은 아무리 조심하고 예방해도 어느 순간 문제가 나타날 위험이 있다. 가족력이 없는 사람이라도 운동 부족, 식생활 습관, 복압 증가(비만, 변비 등), 외상 등으로도 발병할 수 있다. 특히 운동 부족과 잘못된 식습관은 언제든 하지정맥류를 유발하는 도화선이 될 수 있다.

심장에서 뿜어낸 혈액을 사지로 전달하는 동맥과 달리 정맥은 자체 압력이 전혀 없다. 걷고 움직일 때마다 발생하는 종아리 근육의 수축·이완 운동이 정맥이 심장까지 올라가는 힘의 원동력이 된다. 그런데 서 있든 앉아 있든 정자세를 장시간 유지하는 환경에 노출될 경우 종아리 근육이 움직일 일이 없기 때문에 종아리 근육의 수축·이완 운동이 발생하지 않으면서 혈액 정체가 심해진다. 이 상황이 ‘정맥 고혈압’ 상태로 장시간 유지되면 혈관이 버티지 못하고 늘어나면서 하지정맥류가 나타난다.

진료 받는 남성진료 받는 남성

조기 검진이 중요하다
혈관의 상태를 일반인이 정확히 확인하고 대처하기는 불가능하다. 따라서 의심 증상이 있다면 혈관 전문 흉부외과 전문의에게 진료를 받아야 한다. 혈관의 단순 돌출로 판명되면 별다른 치료가 필요 없으며 살아가는 데 전혀 문제가 되지 않는다. 하지만 병적 요인으로 나타난 하지정맥류라면 정맥염을 비롯한 피부 괴사, 궤양 등의 합병증과 심부정맥혈전증, 폐색전증 등 심각한 질병으로 발전할 수 있다. 혈관 초음파 검사 결과 비교적 초기 단계로 판명되면 주사 치료(혈관경화요법) 또는 점을 빼는 수준의 미세정맥절제술 등 간단한 치료법만으로도 충분히 해결할 수 있다. 하지만 이미 심하게 진행된 경우라면 레이저요법, 고주파요법, 광범위정맥류발거술 같은 외과적 수술이 필요할 수 있다. 수술이 부담될 경우 의료용 접착제를 이용한 치료도 가능하다.

하지정맥류 치료에 대한 오해와 진실
하지정맥류에 대해 세간에는 ‘가만히 둬도 된다, ‘재발이 잦다’, ‘수술로만 해결할 수 있다’ 등 여러 가지 이야기가 퍼져 있다. 결론부터 말하면, 혈관질환은 절대 저절로 좋아지지 않는다. 특히 하지정맥류는 서서히 오랜 시간을 두고 진행되는 진행성 질병이다. 30대에 발병해 20년 이상을 앓아온 환자가 결국엔 수술을 선택하는 이유도 좋아지기는커녕 근력이 떨어지면서 극심한 통증과 보기 싫은 혈관만 더 많아지기 때문이다.

또 재발 여부는 전적으로 의사의 실력과 부합한다. 실제로 재발되는 경우의 대부분이 환자의 부주의가 아닌 의사의 부실한 진단과 미숙한 치료 때문이다. 그래서 어떤 치료 방법을 선택하느냐보다 더 중요한 것이 좋은 병원을 선택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정맥류가 있다고 해서 수술만이 능사는 아니다. 가느다란 실핏줄 정도를 치료하는 데 굳이 수술을 할 필요 없다는 것이다. 정확한 진단을 기초로 증상에 알맞은 방법을 선택했을 때 합리적이고 효과적인 치료가 가능하다.

글 = 하이닥 의학기자 반동규 원장 (흉부외과 전문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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