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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스몸비족?] 글을 읽어도 맥락 파악이 안 되는 나, 뭐가 문제일까?

입력 2020.04.23 14:57
  • 권예진·하이닥 건강의학기자

미국 공공 조사기관 퓨 리서치(Pew Research)센터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스마트폰 보급률은 95%이며, 주기적으로 인터넷을 쓰거나 스마트폰을 소유한 성인 비율을 의미하는 인터넷 침투율도 96%라고 한다. 이는 전 세계에서 가장 높은 수치로, 여타 선진국의 평균 보급률보다 약 20% 높은 수치다.

스마트폰을 사용하는 어른과 아이 스마트폰을 사용하는 어른과 아이

이렇듯 스마트폰과 인터넷은 우리의 삶과 아주 가까이 연결되어 있고 대부분의 영역에서 활발하게 사용되면서 생활에 편리함을 가져다주지만, 이로 인한 여러 문제점도 적지 않다. 특히 인터넷과 스마트폰을 통해 굉장히 많은 정보와 글자를 접하지만 내용을 명확히 파악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아 인터넷 커뮤니티나 SNS상에서 옥신각신하는 일이 허다하다.

얼마 전 A 씨는 자주 가는 인터넷 커뮤니티에 다림질을 깔끔하게 하는 방법에 대해 글을 썼다. 게시물을 올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많은 양의 댓글이 달렸는데, ‘사진이 없으니 내용을 알 수가 없네요’라는 이야기부터 본문 내용과는 다소 거리가 먼 ‘요즘 세탁 서비스를 이용하는데 거기가 옷을 참 잘 다린다’, A 씨가 적었던 ‘개똥도 약에 쓰려면 없더라’라는 문장을 언급하며 ‘다림질을 하는데 왜 개똥이 필요하죠?’라는 등 맥락 파악을 하지 못하는 댓글이 수두룩했다. 생활 속 팁을 많은 사람들에게 알리고 싶었던 A 씨는 생각지도 못한 반응에 기분이 상해 결국 게시물을 삭제했다.

사실 처음 있는 일은 아니었다. 일전에는 여행기를 상세히 작성해 업로드 했는데 대부분의 사람이 사진 속 A 씨가 손에 들고 있던 민트초코맛 아이스크림에만 주목하는 바람에 댓글이 산으로 간 경우도 있다. 이런 일이 반복되자 A 씨는 ‘요즘 왜 이렇게 난독증인 사람이 많은지 모르겠다’며 주변 사람에게 호소하면서 ‘당분간 커뮤니티와 스마트폰을 멀리하겠다’고 선언하기도 했다.

스마트폰을 보며 인상을 쓰는 여성 스마트폰을 보며 인상을 쓰는 여성

사실 이러한 현상을 ‘난독증’이라 보기는 어렵다. 난독증은 글을 유창하게 읽지 못하고 철자를 쓰기 힘들어하는 것으로, 이보다는 글 자체는 이해하지만 내용을 이해하지 못하는 경우, 즉 문해력이 부족한 ‘실질적 문맹’에 가깝다고 볼 수 있다. 우리나라 성인의 실질적 문맹률은 75%라고 알려진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현상을 책을 읽으며 다양한 정보를 습득하던 과거와 달리 스마트폰과 인터넷을 통해 필요한 정보만을 골라서 보고 지나치게 미디어에 의존하며, 직접 대면하여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이 줄어들었기 때문이라고 지적한다.

실질적 문맹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키워드 위주의 정보만 습득하는 게 아닌 다양한 분야의 책을 가까이하는 게 중요하다. 꾸준한 독서는 글을 내용과 맥락을 파악하는 힘을 기르는 데 도움을 줄 뿐만 아니라 본인의 의견을 다른 사람들에게 구체적으로 표현할 수 있도록 한다. 책을 읽을 때는 빨리 많은 양을 읽는 것에만 치중하지 말고 천천히 집중해서 읽되, 책을 읽은 후엔 자기 생각을 글로 정리해보자. 또한 책 읽기를 시작할 때는 무리하지 말고 적은 양부터 천천히 목표량을 늘려가는 걸 권하며, 생각을 정리할 때도 메모를 남기듯 짧은 글을 쓰는 것부터 시작하는 게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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