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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면신경마비, 조기발견이 중요한 이유와 한의학적 치료 방법

입력 2020.05.08 11:00
  • 오유리·유리움한의원 한의사

최근에 가장 관심을 두는 말이 바로 ‘면역력’이 아닐까 싶습니다. 코로나19나 메르스 등 여러 가지 감염성 질환으로 인해 큰 피해를 입게 되면서 사회적으로 면역력에 대해 집중하고 있습니다. 과거보다 위생 상태는 나아졌지만 극도의 스트레스와 과로로 인해 면역력이 떨어지고 바이러스 감염 질환이 발생하고 있으며, 이런 질환 중에는 ‘안면신경장애(안면마비)’도 있습니다. 옛날에는 ‘풍(風)이 왔다’ ‘차가운 곳에서 잤더니 입이 돌아갔다’라는 말로 표현하곤 했습니다. 실제로 바람이나 낮은 기온 때문에 발생하는 것은 아니지만, 외감에서 오는 사기(邪氣)를 현대의 바이러스라고 정의할 수 있기 때문에 아주 틀린 표현도 아닙니다.

안면마비안면마비

안면신경마비는 현재까지 원인이 완전히 밝혀지지는 않았으나, 바이러스에 의해 안면신경 즉, 한쪽 얼굴의 근육의 움직임이나 미각을 담당하는 신경 부위에 염증이 생겨서 신경의 기능에 이상이 생긴 질환입니다. 스트레스를 많이 받거나 수면 부족, 육체 피로가 과도하여 면역력이 저하된 경우 바이러스의 활동성이 증가하여 나타난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안면신경절에 바이러스가 침입하여 활동을 시작하면 일단 신경이 마비되고 근육이 움직임을 멈추게 됩니다. 안면신경은 약 2주간은 정지상태에 있게 되고 빠르면 10일 전후를 기점으로 신경 기능의 회복이 시작됩니다. 따라서 어떠한 치료를 받는다고 하더라도 처음 2주간은 증상이 더 심해질 가능성이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차후 증상의 진행을 최소화하고 빠르게 신경의 회복을 유도하기 위해서 안면마비 초기부터 적극적인 치료를 하는 것은 매우 중요합니다. 안면신경장애는 바이러스 침투 후 기간을 최소화하여 그 회복의 시점이 빠를수록 완전 회복의 가능성이 커집니다. 또한 초기 2달간의 회복 속도보다 그 이후의 회복 속도가 기하급수적으로 느려지기 때문에 초기에 적극적인 치료가 잘 이루어지지 않으면 후유증이 생길 가능성이 높습니다. 일반적으로 안면신경마비가 왔을 때 가장 두려워하시는 부분이 급성기 장애가 지난 후에도 남게 되는 안면 비대칭, 어색한 표정, 연합운동, 구축 등의 후유증입니다.

한의학에서 안면마비는 정기가 허한 상태에서 외부의 사기가 침입하여 생긴다고 변증하며 이에 맞추어 한약 처방을 하여 신경의 회복을 돕습니다. 이미 굳은 근육을 풀어주고 안면 신경 주위의 혈류순환을 개선하는 침구 치료와 약침 치료 등은 증상의 진행을 막고 빠르게 회복이 되도록 합니다.

임상에서 개인적으로 제가 가장 안타까움을 느끼는 경우가 오래 전 안면 마비를 겪고 제대로 치료를 진행하지 않거나 너무 빨리 종료하여 후유증을 겪고 대외적인 시선과 미용상의 고민으로 5~10년 후에 다시 치료를 받고자 찾아오는 사람들의 경우입니다. 장기간 구축된 얼굴의 골격은 심하게 변형되어 급성기 치료보다 심도 있게 치료계획을 잡아드려야 하고 환자분도 더 힘든 과정을 겪어야 합니다. 다른 질환도 그러하지만, 특히 안면신경마비는 조기 발견과 조기 치료가 향후 이어지는 고민의 무게를 덜어줄 수 있습니다. 따라서 피로 누적과 수면 불량이 계속되는 중에 갑자기 혀의 감각이 아둔하거나 귀 주변의 통증이 생기고 말이 어눌해지는 등 얼굴 쪽에서 이상 반응이 느껴진다면 방치하지 마시고 진료 받길 권해드립니다.

글 = 하이닥 의학기자 오유리 원장 (한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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