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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려워도 거부할 수 없는 마지막 기회, 신경치료

입력 2020.05.07 15:10
  • 이현정·삼성큐치과의원 의사

‘치과’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전동 그라인더 소리. 길고 고통스러운 치료 과정. 가능하다면 피하고 싶지만, 신경치료는 치아를 살릴 수 있는 마지막 기회다. 신경치료란 치아 내부의 치수(치아 내부에 신경, 혈관 등으로 구성된 연조직)가 세균감염에 의해 죽어가거나 이미 죽은 경우에 죽은 조직을 제거하고 약물과 기계적으로 염증을 최대한 없애서 깨끗한 상태로 만든 후, 다시 세균이 들어가지 않게 실리콘계열의 재료로 밀봉하는 치료를 말한다. 치수는 치아 깊숙한 곳에 위치하기 때문에 신경을 제거하기 위해서는 치아의 씹는 면(윗면)부터 치아 내부의 신경조직까지 도달하는 구멍을 뚫는다. 그 다음 치아의 뿌리마다 들어 있는 가느다란 신경관을 찾아서 그 안의 신경조직에 약물을 넣고 기계를 통해 제거한 후, 헹궈내고 제거하는 과정을 반복하게 된다.

신경 치료  신경 치료

이럴 때 신경치료가 필요하다
1 우식증
신경에 근접할 정도로 많이 썩은 증상이다. 충치 제거 도중 신경이 노출되거나 충치 진단을 위해 엑스레이를 찍었을 때, 또 이미 신경까지 침범하거나 신경에 근접한 충치를 발견하게 되면 신경치료가 필요하다는 진단을 하게 된다.

2 마모, 파절, 크랙(금)
치아에 금이 가더라도 모든 치아를 신경치료 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마모, 파절, 크랙에 의해 시리거나 씹을 때 증상이 있는 경우, 또는 이미 치아 신경에 염증을 유발한 경우는 신경치료가 필요하다. 우식증보다 예후가 더 좋지 않고 신경치료 도중 그쪽으로 씹다가 치아가 쪼개지는 경우도 있다.

3 외상
치아를 부딪히거나 딱딱한 것을 잘못 씹어서 외상을 입는 경우 사고 당일 치아가 부러져서 이미 신경이 노출될 정도라면 바로 신경치료를 하게 되고, 만약 크게 증상이 없으면 한동안 지켜 본다. 수개월 내에 치아 색깔이 변하게 되면 신경 괴사가 온 것으로 진단하고 신경치료를 실시한다.

4 치경부마모증
치아 옆면이 패이는 증상으로 충치가 아닌데도 불구하고 치아 목에 해당하는 부위가 점점 패인다. 신경이 드러나서 시린 증상을 동반하고, 심할 경우 뿌리에 염증이 잡히기도 한다. 마찬가지로 치아가 부러지기 쉽다.

5 외상성 교합
부정교합에 의해 치아가 장기간 간섭을 일으켜서 치아 신경에 염증을 일으켜 뿌리 끝에 염증이 생기는 증상이다. 충치가 없는 치아라도 부정교합인 경우 계속 부딪히는 힘 때문에 치아 신경에 염증이 나타난다. 증상이 없다가 엑스레이에서 발견되는 경우가 많다.

치통 치통

신경을 제거했는데도 왜 아플까?
신경치료 중이나 후에 일상적으로 발생하는 치아 뿌리 주변 조직, 치아 인대 등의 일시적 염증 때문이다. 신경은 한 가닥이 아니라 주요 신경 주변에 수십 개의 부신경이 있다. 주 신경을 다 제거하고 나서 주변 수십 가닥의 부신경관은 약물이 일부 들어가서 염증을 제거하거나 우리 신체가 스스로 치료하게 된다. 이 때문에 신경치료를 마친 후 1~2주에서 수개월 정도까지 불편감이 있을 수 있는 것.

신경치료 후 크라운은 필수다
신경치료 받은 첫날 이후, 아픈 증상이 없어지면 치과에 다시 내원하지 않고 방치하다가 치아가 쪼개져서 발치하는 사례가 종종 발생한다. 신경을 제거한 치아는 내부가 텅 빈 죽은 나무 같은 형상으로, 치아가 얼마 남지 않아 매우 약한 상태다. 따라서 신경치료 후에는 꼭 크라운을 수복해야 애써 치료받은 수고가 헛수고가 되지 않기를 매번 설명하지만, 신경치료 후 잠적했다가 치아가 쪼개져서 내원하는 환자는 매년 발생한다.

웬만하면 신경치료는 안 하는 것이 좋다?
많은 사람들이 신경치료에 대해 불신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신경치료는 의사의 재량으로 결정하는 것이 아니라 치아의 상태로 판단하게 된다. 이는 0.5~1mm의 차이로 벌어지는 싸움과 같다. 하지만 신경치료는 치아를 살리기 위한 거의 마지막 단계다. 이미 치아 내부에 있는 신경이 비가역적으로 염증 상태가 되어있거나 충치가 깊어서 충치를 제거하다 보면 신경이 노출되는 불가피한 상황이 되어버리는 것이다. 신경을 제거해서라도 발치하지 않고 치아의 수명을 연장해 사용하고자 하는 것이 목표다. 다행히 우리나라의 보험체계는 신경치료 보험수가가 미국이나 유럽 국가들의 1/20 정도밖에 되지 않는다.

글 = 하이닥 의학기자 이현정 (치과 전문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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