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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지 때문에 안 들려요, 귀지에 대한 오해와 진실

입력 2020.05.15 11:15
  • 김재원·하이닥 건강의학기자

보통 상대방의 말을 잘못 알아들었을 때 농담 삼아 ‘귀 좀 파’라는 말을 들어본 적이 있을 것이다. 귓구멍에 딱 들어가는 새끼손가락으로 귀지를 파고 있으면 귓속에 불필요한 각질을 제거하는 것 같아 시원하기도 하고 파는 재미가 쏠쏠하다. 그렇다면 정말 귀지 때문에 잘 안 들리는 것일까? 귀지는 정말 각질에 불과한 걸까? 지저분하기만 해 보이지만 사실 우리 귀의 건강을 지켜주는 귀지에 대한 궁금증을 정리해봤다.

귀지귀지

귀지, 너의 정체가 궁금하다

귀지를 알아보기 전, 우선 귀지가 위치한 외이도에 대해 알아보자. 외이도는 귀의 입구에서 고막에 이르는 관으로 터널과 같은 구조이다. 안쪽 면은 피부로 덮여 있으며 털, 피지선, 이도선이 분포하고 있다. 귀지는 이러한 외이도의 피지선과 이구선에서 분비되는 지질과 단백질, 그리고 외이도 표재상피층의 각질세포가 떨어져 나온 것들이 합쳐져 생성된다. 쉽게 말하자면, 외이도로부터 들어오는 외부 먼지와 귓속에 생기는 각질과 땀샘, 그리고 분비물들이 엉켜서 귀지가 생기는 것이다.

이러한 귀지는 인종과 체질에 따라 그 형태와 양이 다르다. 서양인의 85% 정도가 말랑말랑하고 액취가 나는 습형인 반면 동양인의 80~90%는 딱딱하고 건조한 건형이다. 또한, 체질적으로 이도선의 분비물이 많은 사람은 황갈색의 엿같이 유연한 귀지가 나오기도 한다.

귀지, 알고 보니 내 귀 지킴이?

흔히 귓밥이라고 부르는 귀지는 더럽게 여겨지고 남들에게 보이면 치부를 들킨 것만 같은 느낌이 든다. 하지만 귀지가 우리 귀속의 건강을 지켜주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는가? 귀지는 귓속을 보호해줌과 동시에 박테리아 증식도 막아주는 역할을 하고 있다.

아주 일상적인 예로 귓속에 물이 들어갔을 때를 들어보자. 연약한 피부로 이루어진 외이도에 물이 들어가게 되면 염증이 쉽게 생길 수 있다. 이때 지방 성분이 많은 귀지가 귀속으로 물이 들어가는 것을 방지해준다. 또한, 약한 산성을 띠고 있어 병원균의 증식을 억제해주고 항균 물질인 라이소자임을 갖고 있어 자체적으로 균을 소멸시키는 역할을 한다.

귀를 파는 남성귀를 파는 남성

자꾸자꾸 파도 나오는 귀지, 혹시 이것도 병?

혹자는 귀지가 많이 생기는 게 혹시 병은 아닐까 고민하기도 한다. 하지만 전문의들이 “몸에 때 없는 사람 없듯 귀지 없는 사람이 없다”라고 말한 만큼 귀지가 많다고 염려할 필요는 없다.

하지만 이것이 많아져 귓속에 덩어리지거나 외이도를 막게 되면 난청, 이폐감(듣는 기능이 떨어져 귀가 막힌 듯이 소리가 뚜렷하게 들리지 않는 것), 귀울음, 이통 등을 초래하는 이구색전증에 걸릴 수 있다. 이구색전증은 노화에 의해 정화 기능이 약해진 노인에게 발생하기도 하고 피부 정화 기능이 약한 어린아이에게도 발생할 수 있다. 이럴 때는 집에서 제거하기가 어려우므로 전문의와 상의해야 한다.

반면 귀를 자주 파게 되면 약한 외이도에 자극이 되어 외이도염에 걸릴 수 있다. 외이도염은 귀에 통증과 분비물이 나오고, 더 심해지면 안면 신경의 마비 증세까지 올 수 있다.

샤워 후 면봉으로 귀지 파면 안 된다?

흔히 샤워 후 마무리로 면봉을 사용해 귀를 판다. 하지만 샤워 후 면봉을 파는 행위는 청각에 영향이 미칠 정도로 위험할 수 있다. 샤워 후에는 흐물흐물해진 귀지가 면봉에 밀려 고막 쪽으로 이동하게 되는데, 이때 곰팡이나 염증이 생길 수 있고 고막이 손상되거나 청각저하까지 발생할 수 있다. 따라서 샤워 후 면봉으로 귀지를 파는 행위는 지양할 것을 권한다.

귀지를 제거할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은 그대로 두는 것이다. 귀지는 외이도의 정화작용에 따라 자연적으로 배출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귀지가 제대로 배출되지 못해 불편함을 느낀다면 미네랄 오일이나 과산화수소용액을 사용하여 외이도를 청소해주거나 가까운 이비인후과에 내원해 귀지를 제거하도록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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