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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강에 ‘항생제 내성 옮기는’ 초강력 바이러스가? (연구)

입력 2020.06.09 14:47
  • 박정연·하이닥 건강의학기자

이달 8일, 국내 연구진이 세계 최초로 ‘한 번도 항생제에 노출된 적 없는 세균도 항생제 내성을 갖도록 하는’ 바이러스 유전자를 찾았다. 이 연구에는 조장천·문기라 인하대 박사, 이상희 명지대 교수, 차창준 중앙대 교수 공동 연구팀이 참여했으며 연구진은 한강에 서식하는 ‘박테리오파지(Bacteriophage)’ 바이러스로부터 항생제 내성의 원인이 되는 유전자를 발견했다.

항생제 내성을 옮기는 박테리오파지항생제 내성을 옮기는 박테리오파지

박테리오파지는 ‘세균’을 의미하는 ‘Bacteria’와 ‘먹는다’를 의미하는 ‘Phage’가 합쳐진 단어인데, 세균을 죽이는 바이러스라는 뜻이다. 1915년 영국의 세균학자 Frederick W. Twort에 의해 세상에 처음으로 알려졌지만, 당시에는 그 중요성을 인지하지 못했다. 하지만 최근 항생제에 내성을 가진 세균이 점차 증가하고 다제내성 슈퍼박테리아도 출현하여, 박테로리오파지는 항생제를 사용하지 않고도 박테리아 감염에 대처하는 도구로서 더욱 주목받고 있다.

한편 이 바이러스는 강·바다에 서식하는 바이러스 중 90%를 차지한다. 따라서 일각에서는 이 바러스가 항생제 내성 유전자를 옮기는 매개체일 수 있다는 ‘박테리오파지 매개설’의 가능성을 제기해왔다. 그간 뚜렷한 성과가 없었지만, 국내 연구진이 한강의 6개 지점에서 추출한 각각 10L의 표층수 정밀 분석을 통해 130만 개의 유전자 조각 중에서 25개의 항생제 내성 유전자를 발견한 것이다.

실험실험

연구진은 한강에서 추출한 바이러스 유전자가 실제로 항생제 내성을 가지는지, 다른 세균과의 세균 감염으로 내성을 옮기는지에 대한 가능성도 실험했다. 이 유전자들을 실제 대장균에 주입한 후 대표적인 항생제라 할 수 있는 ‘페니실린’과 ‘세팔로스포린’을 투여한 결과, 이전보다 최대 16배 강한 내성을 보였으며 심지어 중증 세균 감염도 치료하는 항생제 ‘카비페넴’에도 강력한 내성을 보였다.

이번 연구를 통해서 항생제 내성 유전자의 이동 경로는 정확히 파악되지 않았다. 다만 박테리오파지가 항생제 내성을 옮기는 매개체임이 반증 되었고 이로 인해 한강에 유입되는 다양한 세균도 항생제 내성을 가질 수 있으며 추후 수중 감염이 발생했을 때 항생제 치료가 무의미할 수 있다는 점을 시사한다. 아직 이동경로가 밝혀지지 않았지만, 더 이상의 세균 유입을 방지하기 위해서는 수질 오염을 방지하려는 첫 걸음을 떼어야 할 것이다.

가정 폐의약품 처리 시 약국 방문을 추천한다가정 폐의약품 처리 시 약국 방문을 추천한다

실제로 가정 내 폐의약품을 일반쓰레기에 버려, 그대로 토양 및 수질에 흘러 들어간 약의 항생제 성분이 생태계 교란의 원인으로 지목되기도 한다. 이는 특히 변종 바이러스를 발생시킬 수 있으며 결국 먹이사슬을 통해 인간의 생존도 위협당할 수 있다. 폐의약품은 가까운 약국이나 보건소에 설치된 수거함에 버려야 하며, 처리 비용은 당연히 무료이다. 링거제, 주사기, 한약재는 수거 대상이 아니며 약과 포장재는 분리하여야 한다. 시럽 등 물약은 한 통에 모아 담고, 캡슐 알약은 외부 캡슐을 제거한 채로 가루약만 모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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