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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칼럼

자궁경부이형성증 진단 후 '암이 되지 않으려면'

입력 2020.08.10 18:03
  • 이은·노들담한의원 전문의

건강보험심사평가원 발표 자료에 의하면 2019년 자궁경부이형성증 진료 환자 수는 약 18만5,000명으로 10년 사이 7만 명 넘게 증가하였고 매년 증가하는 추세이다. 이형성증은 자궁 경부의 상피세포가 바이러스에 감염되어 미세변화를 거쳐 암세포 전 단계인 이상 세포로 바뀌는 ‘전암단계’이다. 이형성, 즉 비정상적으로 변형된 세포가 점차 진행하여 자궁경부암에 이르게 되는 질환인 만큼 여성이라면 특히 사전 점검과 예방, 치료에 있어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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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검진 활성화. 진단 사례는 늘어나는데...
자궁경부이형성증은 통증 등 특별한 자각, 전조 증상이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환자들은 대개 국민건강보험공단 검사나 정기검진에서 우연히 이 병을 발견한다. 자궁경부암(세포) 검사에서 비정형상피세포(ASCUS), 저등급상피내병변(LSIL), 고등급상피내병변(HSIL), ASC-H 등 이상 증세가 보이면 바이러스 감염을 의심하고, 인유두종바이러스(HPV)검사 및 조직 검사 등을 통해 이형성증을 진단하는 것이 보통의 경우이다.

의료체계 발전과 환자들의 인식 확장으로 병을 조기에 발견할 기회가 증가했다는 사실이 매우 고무적으로 느껴지지만, 이형성증 진단 이후 환부가 주는 부담감과 암에 대한 불안감으로 치료에 애를 먹는 환자가 꽤 있다는 점은 안타깝다. 문제를 지나치게 확대하여 해석해서 치료 자체를 망설이는 케이스, 주기적으로 추적검사가 필요한 경우임에도 증상을 방치하는 사례, 커뮤니티 발 이런저런 소문들에 혼란스러워하며 시간을 보내는 경우 등 치료를 시작하기까지 어려움을 겪는 사례는 생각보다 많다.

◆ 백신이 예방하는 범위
자궁경부암 백신으로 알려진 가다실, 서바릭스 등은 HPV 감염을 ‘예방’하기 위한 매우 효과적인 방법이다. 백신은 우리 신체가 항원(바이러스) 침투에 대응할 환경을 조성해준다. 사전에 해당 유전자형에 대한 정보를 투입해 이에 적합한 ‘면역’ 반응을 갖추는 일이라고 보면 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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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자궁경부암 예방 접종은 고위험군 HPV 16, 18형 포함 최대 9종류의 바이러스 유형에 대비하도록 제작돼 있다. 유념할 점은 자궁 경부 및 생식기 감염을 일으키는 HPV는 약 40여 종류에 달한다는 사실이다. 백신은 효과적인 예방 수단이지만, 다양한 HPV 유전자형을 모두 막아내는 데는 빈틈을 보일 수 있으며. 이미 감염된 상황이라면 본래 목적과 효과를 발휘하기 어렵다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

HPV 자연사 연구에 따르면 HPV가 1~2년 이내 대부분 자연 소멸 한다. 그러나 3~10% 정도는 지속 감염으로 발전하여 이형성증이 되고 수십 년 후 암으로 진행하게 된다. 특히 HPV 16형을 비롯한 고위험군 바이러스를 경계할 필요가 있다. HPV 고위험군의 E6, E7 유전자는 암을 일으키는 주요인으로 알려져 있으며 지속적인 고위험군 감염은 이상 세포를 암까지 키우는 배경임을 기억하자. 만약 이미 HPV에 감염되었다면 바이러스에 대한 면역을 키우는 노력이 필요한데, 면역체계가 효과적으로 작용하도록 하면 HPV가 음성으로 전환되고 이형성증도 자연적으로 퇴행한다.

◆ 암이 되지 않으려면
자궁경부이형성증이 두려운 이유는 ‘암’으로 발전할 가능성 때문이다. 발생 위치가 몸에서 가장 소중하고 민감한 곳인 탓에 환자가 느끼는 압박감은 꽤 크다. 자궁경부이형성증 진단 후 치료를 고민하는 환자 중 상당수는 병변 조직을 냉동, 레이저 등으로 제거하거나 절제 수술(원추절제술, LEEP)로 환부를 잘라낸다. 증상의 진전을 멈춘다는 점에서 긍정적으로 볼 수도 있으나, 수술 후에도 재발하는 사례가 있다는 사실은 아쉬움을 남긴다. HPV가 체내에서 소멸하지 않는다면 이형성 조직은 다시 나타날 수 있음을 유념해야 한다. 원인 바이러스가 사라져야 재발 확률을 낮출 수 있다.

HPV는 인체의 면역체계에 의해 소멸할 수 있다. 자궁경부이형성증을 비롯한 HPV 감염 질환 치료에서 ‘면역’이 강조되는 이유이다. 한의학적 면역치료의 핵심은 체내 면역계가 활성화되도록 유도하여 면역세포가 스스로 바이러스를 탐지하고 공격하도록 이끄는 데 있다. 신체가 지닌 본래의 기능, 즉 바이러스에 대한 면역시스템을 회복하는 것이 목적이다. 활성화된 면역은 체내에 침투한 HPV를 소멸할 뿐만 아니라 이후 추가 감염을 방지하는 백신의 역할도 감당한다. 특히 가임기 여성이라면 자궁 경부 손상을 방지하며 바이러스를 소멸하는 면역적 치료에 집중할 필요가 있다.

글 = 하이닥 의학기자 이은 원장 (한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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