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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신 바로 알기] 임신 중 잇몸이 빨개지고 피가 난다면?

입력 2020.08.24 17:30
  • 조현재·서울대학교치과병원 전문의

# 임신 5개월인 A 씨. 임신 전엔 평소 치과에 거의 가지 않을 정도로 치아나 잇몸 건강에 자신 있었다. 하지만 아이를 가진 후부터는 잇몸이 빨개지고 칫솔질할 때 자주 피가 나며 통증에 잠을 못 이루는 때도 있었다.

잇몸 통증을 느끼는 산모 잇몸 통증을 느끼는 산모

이렇게 임신 중 잇몸이 붓고 통증을 느끼는 산모가 많다. 심하면 치아가 흔들리는 경우도 있는데, 이렇게 잇몸에 염증이 생기는 것을 치은염이라고 한다. 임신성 치은염이 발생할 확률은 35~100%이고 임신 초기 2~3달 무렵에 심해지기 시작해 8개월째에 가장 심해진다.

이는 호르몬 증가와 치태(이하 치면세균막) 조절이 잘 안 될 때 생긴다. 임신하면 난포호르몬과 황체호르몬이 증가하는데, 이때 잇몸을 연하게 하는 세균이 늘어나고 혈관의 투과성이 증가해 면역반응이 약해져 치은염이 쉽게 생기는 환경에 노출된다. 이렇게 약해진 잇몸은 치면세균막, 즉 입안에서 자라나는 치면세균막의 자극에 더 약해진다.

더불어 임신 때는 입덧, 잦은 간식 섭취, 치료의 제한으로 치은염이 더욱 악화될 수 있다. 치은염 단계에서 치면세균막 조절이 잘 되지 않아 치주염으로 악화됐을 시 임신 중 태아에게도 악영향을 미쳐 저체중아 출산이나 조산의 위험이 4~7배 이상 증가한다. 임부의 구강 내 존재하는 치주 병원균이 태반을 통과해 태아가 감염될 위험이 높아지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임신성 치은염, 현명하게 관리하려면?
임신성 치은염은 치면세균막 조절이 잘 안 될 경우에 더 심해진다. 치면세균막은 ‘프라그’라고도 불리는데 치아와 잇몸 경계면, 치아의 씹는 면, 치아와 치아 사이 면에 있는 끈적끈적한 투명한 막과 같은 물질이다. 치은염을 예방하는 치약으로 올바르게 칫솔질해 치면세균막이 생기지 않도록 해야 한다.

치면세균막 치면세균막

식품의약품안전처에서는 치은염을 예방하기 위해서 알란토인, 알란토인클로로히드록시알루미늄, 트라넥사민산, 아미노카프론산, 염화나트륨, 초산토코페롤, 염산피리독신이 들어 있는 치약을 사용하라고 권고한다. 또한 불소 성분 치약은 충치를 예방하는 효과도 있다. 따라서 치약을 고를 때 제품에 표시된 효능·효과를 살펴보면서 선택하자. 칫솔질 시 욕심 내서 치약을 많이 사용하는데, 치의학에서는 완두콩 한 알 크기(1g)의 칫솔모에 스며들도록 짜서 물을 묻히지 않고 바로 칫솔질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설명했다.

평상시에는 어느 정도 힘이 있는 칫솔모를 사용해야 치면세균막이 제거된다. 단, 임신으로 잇몸이 약하고 염증이 있을 때 힘이 있는 칫솔모을 쓰면 아프다고 느낄 수 있다. 이런 증상이 느껴지면 일시적으로 미세모 칫솔을 사용하는 것이 좋고 염증이 가라앉은 후에는 힘이 있는 칫솔모로 칫솔질해 잇몸 염증이 없는 건강한 상태를 유지하자.

더불어 칫솔모가 벌어졌다면 교체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럴 경우, 치면세균막 제거력이 떨어지므로 개인에 따라 칫솔을 1~3개월마다 바꾸자. 칫솔질할 때는 지우개로 연필 자국을 지우는 힘을 기억하자. 치의학에서는 프라그를 제거할 수 있으면서, 잇몸에 상처가 나지 않는 안전한 수준의 힘을 200g으로 제안한다.

마지막으로 칫솔질만으로는 완벽하게 치면세균막을 제거할 수 없다는 점을 명심하자. 치아 사이와 사이의 치면세균막을 제거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치실과 치간칫솔을 사용해야 한다. 2012년 '국제치과위생저널(International Journal Of Dental Hygiene)’에 실린 체계적 문헌 고찰에 따르면 칫솔질 자체로는 평균적으로 42%만 치면세균막을 제거한다고 보고하였다. 나머지 58%의 세균막을 제거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치실과 치간칫솔을 사용해야 한다.

글 = 하이닥 의학기자 조현재 부교수 (예방치과 전문의, 서울대학교 치과병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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