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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PV와 같은 바이러스 질환 치료에 면역력이 중요한 이유

입력 2020.12.28 17:27
  • 오유리·유리움한의원 한의사

바이러스, 라는 말을 떠올리면 코로나부터 연상되기 쉽습니다. 코로나19 바이러스 때문이죠. 하지만 코로나 이외의 바이러스도 사람들과 공생하고 있습니다. 감기, 독감, 장염, 대상포진, 수두 등 바이러스성 질환도 종류가 매우 많은데요. 오늘은 그 중에서 HPV바이러스에 대해 설명 드리겠습니다.

인유두종 바이러스인 HPV는 자궁경부암의 중요한 원인 인자로 알려져 있습니다. 100여종의 HPV 중, 40여종이 생식기관에서 발견되며 자궁 경부 상피 내에 병적인 변화를 일으키는 것으로 알려져 있죠. 이 중에서 고위험군 HPV바이러스는 자궁경부암과 연관성이 높습니다. 고위험군 바이러스 중에 16번, 18번이 가장 중요합니다. 전 세계적으로 70% 이상의 자궁 경부암에서 이것이 발견되기 때문입니다.

고위험군 바이러스는 자궁경부암을 일으키기 쉬운 반면, 저위험군 바이러스는 첨형 콘딜로마나 곤지름 등을 유발합니다. 특히 6번과 11번에서 첨형 콘딜로마나 곤지름 등의 성기 사마귀가 발생하기 쉽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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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궁경부암이나 생식기 사마귀를 일으키는 40여종의 HPV는 면역력이 저하된 상태에서 구강과 성 접촉으로 전파되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일반적으로 성 접촉 경험이 없는 경우에는 걸리지 않습니다. 단, 한 번의 성경험으로도 1~8개월 후에 HPV가 검출될 수 있습니다. 성 파트너가 여러 명이거나 피임 기구 없는 성행위는 위험요인을 더 키울 수 있습니다.

HPV 감염 예방을 위해 백신을 접종하고 생활 속에서 주의를 기울이는 것은 매우 중요합니다. 하지만 생각지 않게 HPV에 감염되는 경우도 많습니다. HPV에 감염되면 보통 자책하거나 성 파트너와 갈등을 겪는데요. 가장 중요한 것은 하루 빨리 HPV 감염에 대처하고 생식기계 건강을 되찾는 것이겠죠.

HPV감염 치료에 있어서 핵심은 면역력 회복입니다. 자궁 내 면역 환경이 무너지면 자궁의 입구에 해당하는 질과 경부 부위부터 염증이 반복적으로 발생하기 시작합니다. 외부의 세균이나 바이러스에 쉽게 악화되는 취약한 상태가 되죠. 그대로 방치할 경우 경부의 조직형태 자체가 헐거나(미란) 세포질이 변형되거나(과립형/유두형) 깊이 파이거나 출혈이 생기는 변형이 일어나게 되고, 염증도 지속적으로 재발합니다.

연구 결과에 따르면, HPV 감염자에게서 정상 균총인 락토바실러스가 감소하고 Sneathia spp. 같은 기타 미생물이 증가하는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이는 질의 정상 산도와 세균총을 유지하는 것이 자궁 경부의 HPV 감염을 예방할 수 있는 방법임을 시사합니다.

많은 분들이 HPV에 감염되면 자신에게 몇 번 바이러스가 검출되었나 찾아본 후 걱정을 한아름 안고 내원하십니다. 최대한 빠른 시간 내에 적절한 치료로 HPV 염증 전이를 막는 것에 집중해야 합니다. 그러나 경부이형성증이 생겼다고 해서 항상 자궁경부암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닙니다.

HPV 검출시 초기 치료는 매우 중요합니다. 한방 경부면역강화 치료는 질과 경부를 비롯한 자궁 주변부를 해독하고, 어혈 및 담음 개선을 통해 항상성을 강화합니다. 순환 개선을 통해서는 암으로의 전이를 예방하고 재발을 막는 효과가 있습니다. 저위험군 HPV라도 곤지름이나 콘딜로마가 극심해지면 암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그러므로 바이러스 검출 시 자궁 경부와 생식기계의 면역력 강화는 매우 중요합니다.

따라서 질과 경부 부위의 배농 및 해독, 자궁심부치료를 통해 자궁 내외 염증 환경을 제거하고 안정화하며 경부 면역력을 증강하는 치료를 우선적으로 진행합니다. 또한 이미 변한 자궁경부세포의 변이가 가속화하지 않도록 합니다. 아울러 경부세포의 점막재생을 돕고, 전신의 면역력을 키워서 HPV의 활동성을 억제하는 것도 주요 치료 목표가 됩니다.

검출되었던 HPV가 한방 치료 후 재검시에는 사라진 경우도 있었습니다. 그렇지만 이 자체를 목표로 하고 치료하지는 않습니다. 바이러스는 언제든 침입가능한데 숙주세포가 있어야 발현하고 활동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숙주인 경부세포에 염증이 반복되거나 세포가 변형되면 바이러스 활동성이 커지므로 그것을 제어하는 게 더 중요합니다. 바이러스 활동성을 내리고, 만약 바이러스가 침입해도 이겨낼 수 있도록 면역을 강화하는 치료가 우선입니다.

모든 바이러스가 그러하듯 인체 내의 면역력이 살아나면 똑같이 바이러스에 노출되더라도 체내에 유입되어 염증이나 병변을 일으킬 가능성이 줄어듭니다. 이번 코로나 사태로 비추어 볼 때, 앞으로 변종 바이러스는 늘어날 것이며, 기존에 밝혀지지 않았던 신생 바이러스도 발견될 것입니다.

이렇게 계속 늘어날 외인(外因)을 제거하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내실(內實)을 기르는 일임을 잊지 마시기 바랍니다.

글 = 하이닥 의학기자 오유리 원장 (한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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