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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칼럼

‘좁은 질 vs 넓은 질’, 어떤 것이 성감 개발에 유리할까?

입력 2021.08.25 09:08
  • 김관수·유로진여성의원 전문의

좁은 질과 넓은 질 중 어느 쪽이 성감 개발에 유리한지 물으면, 대다수의 사람들이 좁은 질을 선택한다. 아무래도 질 폭이 좁을수록 마찰이 수월하고 그때 느끼는 느낌이 좋아질 거라는 생각 때문일 것이다.

물론 질을 좁히는 시술이나 수술을 하면, 자연스레 페니스와 질의 밀착은 수월해진다. 그러면 터치감이 늘어나게 되는데, 이것을 오르가슴으로 착각하기 쉽다. 하지만 우리의 생각과 달리 오르가슴은 단순히 피부가 맞닿아있을 때 느끼는 좋은 느낌을 넘어 또 다른 질의 반응(꿈틀거림, 수축과 이완의 반복, 요의, 여운 등)이 이어지는 영역이기 때문이다.


나이가 들면 급격하게 질 위축증이 생길 수 있다는 점을 염두에 두고 있어야 한다나이가 들면 급격하게 질 위축증이 생길 수 있다는 점을 염두에 두고 있어야 한다
◇ 질 폭을 좁힐 때 주의할 점은?

나이를 먹고 질 탄력이 약해지면 밀착감이 약해지고 성기 이탈이나 질 방귀가 생길 수 있는 것은 사실이다. 그래서 질 축소술을 통해 폭을 좁혀주는 것이 좋을 수 있다. 하지만, 여기서 주의할 점이 있다. 무조건 질 폭이 좁은 게 성감 개발에 유리한 것이 아니라는 사실이다.

우리는 질 폭을 생각함에 있어 먼저 폐경 후 질 환경의 변화를 고려해야 한다. 젊었을 때에는 질 피부도 도톰하고 애액 분비량도 많기 때문에 질 성형을 해도 괜찮을 수 있다. 하지만, 여성의 질은 나이를 먹을수록 질벽이 얇아지고 약간씩 위축되며, 질 입구 쪽 피부가 약해진다. 때문에 자극에 의해 통증을 느낄 수 있다. 심한 경우 삽입부터가 어려워질 수 있다. 나이가 들면 급격하게 질 위축증이 생길 수 있다는 점을 염두에 두고 있어야 한다.

◇ 성감 개발에 이로운 질 환경은?

또 하나, 사실상 여성의 질 오르가슴은 폭에 좌우되기보다는 터치감이 쾌감으로 전환되는 능력에 달려있다. 우리가 손을 잡을 때도 어떤 상태에서 어떻게 잡느냐에 따라(예를 들어, 피부가 거친 상태인지 핸드크림을 바르고 매끈한 상태인지에 따라) 느낌의 좋음이 다르듯이 질 역시 터치감이 쾌감(즉, 오르가슴)으로 변화될 수 있는 환경이 중요하다. 제아무리 질 폭이 좁더라도 표면이 건조하다면 마찰 시 화끈거림이 느껴질 수 있기 때문에 공간의 넓이뿐만 아니라 표면의 미끈거림까지도 고려해야 한다.

폐경 이후 만족스러운 성생활에 있어 중요한 것이 통증이 없어야 된다는 것이다. 통증이나 불편함이 있는 상태서는 오르가슴을 느끼기 어렵기 때문이다. 몇 년 전만 해도 질 환경을 변화시킬 방법(혹은 성감 개발을 위한 방법)으로 여성호르몬 치료나 질정 처방이 대부분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보다 치료적인 기계들이 등장했다. 의학 기술이 발달하면서 평균 수명뿐만 아니라 성생활 수명도 늘어난 셈이다. 그렇다 보니 폐경 이후에 질 폭을 변화시키는 것을 넘어 원만한 성생활을 위한 치료 방법들도 찾을 수 있게 되었다.

이제 생각의 방향을 조금 달리할 때가 되었다. 단순히 질 폭의 좁고 넓음에만 집중할 게 아니라, 관계 시 피부가 통증을 느끼지 않으면서 좋은 느낌이 성감으로 전환될 수 있는 질 환경에 집중해 성감 개발을 해나가는 것이 필요할 것이다.

글 = 하이닥 의학기자 김관수 원장 (산부인과 전문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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