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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과 의사가 바라보는 ‘간헐적 단식’과 ‘혈당 조절’

입력 2021.08.31 10:40
  • 서종필·365늘속편한내과의원 전문의

코로나로 많은 이들의 생활패턴이 변화되었다. 그에 따라 활동량 감소 및 운동 부족 등으로 체중이 증가하고 대사성 질환(당뇨, 대사증후군 등)에 노출될 수 있는 가능성이 높아졌다. 이러한 현시점에서 체중 감량 혹은 비만 예방을 위한 하나의 방법으로 ‘간헐적 단식’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간헐적 단식(Intermittent fasting)이란 완벽한 격일제 단식, 일주일에 주 2일 단식 그 외 5일간은 일반적인 식사, 하루 일정 시간(12~16시간 공복) 단식 후 식사, 종교적 단식 등 여러 방법이 알려졌다. 통일된 방법이 있는 것은 아니다.

방송 혹은 여러 논문 등에서 간헐적 단식은 다이어트뿐 아니라 당뇨병, 치매, 암을 예방하는 등 수명을 늘릴 수 있다는 보도가 나오기도 했다. 노화속도를 늦추거나 질병을 예방하는 효과가 있다고 주장하는 이들도 있다. 최근까지 영양 불균형 없는 칼로리 섭취 감소가 다양한 생물 종에 걸쳐 평균 및 최대수명을 연장할 수 있다는 결과들이 꾸준히 보고되고 있다. 이런 체중 감량의 이득이 분명한데도 많은 이들이 지속적인 칼로리 섭취 제한 프로그램에 실패하게 되고 따라서 간헐적 단식이 지속적인 칼로리 섭취 제한보다 순응도가 좀 더 좋아 그 대안으로 알려지게 된 것이다.

설치류뿐 아니라 영장류를 포함한 동물실험에서 장기간의 칼로리 섭취 제한이 건강 및 수명을 증진 시킬 가능성이 있으며 생활의 질도 높일 수 있음이 여러 연구를 통해 증명됐다. 사람을 대상으로 한 연구는 많지 않지만, 정상적인 집단군을 대상으로 간헐적 단식과 지속적인 칼로리 제한 비교에서 체중 감소 및 인슐린 저항성 개선 등의 효과가 비슷하다고 발표되기도 했다. 비만과 체중 증가는 당뇨병, 심혈관 질환, 치매, 암, 사망률 증가와 연관이 있다고 알려졌으며 체중의 5% 이상 감량이 위 질환의 발생과 진행을 감소시키는 것으로 알려졌다.

종교적으로 이슬람 문화에서 라마단 단식(라마단 달 동안 여명이 비칠 때부터 해가 질 때까지 금식하는 종교문화)을 진행한 정상인을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 인슐린 저항성 개선, 죽상경화증의 위험 감소, 산화스트레스 및 염증 지표의 감소 등의 이득이 보고되기도 했다. 또, 미국 유타주 모르몬교회 신자들의 단식으로 체중감소, 공복혈당 및 당뇨 유병률 감소 효과가 있다고 발표되기도 했다.

우리 몸은 공복 상태를 12시간가량 유지하면 인슐린의 분비가 저하되고 당이 아닌 지방을 에너지원으로 쓰려는 노력을 하게 된다. 간헐적 단식을 장기간 지속하는 것은 우리 몸의 기본적 생체시계를 변화시켜 지방을 태우는 체질로 만들 수 있다. 결과적으로 단식은 혈당 관리를 통해 체중감소, 인슐린 저항성 개선 등의 효과를 내어 당뇨, 고혈압, 고지혈증 등과 같은 대사질환 예방까지 이어지는 것이다.

이 모든 건강상 이점은 ‘단식이 폭식으로 이어지지 않는다’는 가정하에서만 얻을 수 있다. 일부 이슬람교도들은 라마단 기간이면 낮 동안은 일절 식사하지 않고 견디다가 밤 동안 못 먹은 양만큼 먹는다. 이처럼 공복에 탄수화물을 마구 먹는 행동은 혈당 스파이크를 일으켜 오히려 비만과 당뇨를 유발한다. 간헐적 단식을 하더라도 혈당치의 변동 폭을 최대한 적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의미다.

따라서 간헐적 단식이란 방법으로 비만이 있는 당뇨, 내당능 장애, 대사 증후군 집단군에서도 효율적인 체중감량 혹은 인슐린 저항성 개선 등의 방법이 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궁금증을 가지게 된다.

전문가적인 관점으로 간헐적 단식은 대부분 정상인의 경우 혹은 섭식장애가 없는 집단군을 대상으로 이득이 있는 다이어트 방법이다. 그러나 노인이나 섭식 장애(거식증, 폭식증)를 가진 비만 환자들에서는 간헐적 단식으로 오히려 필수 영양소, 단백질, 채소 등의 섭취가 부족해 면역력 감소, 근육량 감소, 호르몬 결핍 등의 부작용이 생길 수 있다. 또, 심한 공복감 이후 나타나는 폭식으로 요요 현상 등의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는 한계도 동시에 존재한다. 아울러, 당뇨 환자에게는 당뇨 약물 복용 후 단식으로 인한 저혈당 등의 문제가 생길 수 있다.

따라서 간헐적 단식 시행에 있어 본인의 건강상태 및 정신과적 요소, 약물 복용 등을 신중히 검토해 보는 것이 중요하다. 특히나 혈당강하제를 복용 중이거나 인슐린 치료 중이고 비만인 당뇨 환자는 간헐적 단식보다는 균형 잡힌 식단으로 다이어트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글 = 하이닥 의학기자 서종필 원장 (내과 전문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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