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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군 장병들의 '정신 건강'...100명 중 4명 자살 충동 느껴

입력 2021.09.02 13:59
  • 성진규·하이닥 건강의학기자

올 한해 대한민국은 군대 관련 이슈들로 들썩거리고 있다. 여성 징병제부터 시작해서 일반 사병들의 처우 관련 군 내부의 부조리와 여군들에 대한 성폭력 및 성추행 문제가 그 어느 때보다 빠르게 수면 위로 올라왔다.


2013년 군대에서는 90명의 병들이 사망했으며, 그중 62명은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2013년 군대에서는 90명의 병들이 사망했으며, 그중 62명은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최근에는 한국 군의 어두운 면을 가감 없이 연출한 드라마가 한국 사회뿐만 아니라 전 세계에서 큰 인기를 얻고 있는 중이다. 대부분의 한국 예비역 남성들이 드라마를 시청 후 ‘과거 군 생활이 생각난다’, ‘끔찍했던 선임 병사가 생각난다’, ‘악몽이 되살아났다’ 등 다양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어쩌다 군대가 남성들의 ‘악몽’이 되었을까?

2021년 6월에 발표된 보고서에 따르면, 대한민국 군 장병 100 중 4명꼴로 자살을 생각해 본 적이 있다고 응답했다. 정신건강의학과 이승엽 교수와 세계보건기구(World Health Organization:WHO) 소속 예방의학자 윤창교 기술관이 이끄는 연구팀이 육·해·공군 병사, 부사관, 장교 7,763명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를 진행한 결과, 유효 응답자 6,377명 중 241명이 자살을 생각해 본 적이 있다고 밝혔다.

군별로는 공군(4.73%)로 제일 높았으며, 해병(3.97%), 육군(3.65%), 해군(3.16%)이 뒤를 이었다. 이러한 성향은 계급이 낮으면 낮을수록, 정신적인 문제를 가지고 있거나 스트레스에 취약할수록 크게 두드러졌다. 그 외에도, 수면시간이 5시간보다 짧거나 9시간보다 긴 경우에도 자살에 대해 생각하는 확률이 커졌다.


군인들의 자살 충동을 일으키는 요인은 무엇일까?
2016년 발간된 한국국방연구원(KIDA)에 올라온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군 장병들의 자살 충동을 일으키는 요인으로는 우울증이 가장 컸으며 대인관계 스트레스, 군 생활 스트레스, 군 복무 스트레스, 불안증, 구타 및 가혹 행위, 경제적 스트레스, 가족 간 불화, 부모 스트레스 등 8개의 요인이 뒤따랐다.

또한, 2021년 대한의학회지(JKMS)에 실린 보고서에는 최근 1년간 경험한 사고나 약물중독 등으로 인한 위기 사건 또는 평생 동안 축적되어온 트라우마의 경험 횟수가 많을수록 자살 충동을 더 많이 겪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편, 주변의 지지가 자살 충동을 억제하는 요인이었는데 주변 사람들에게서 지지를 받는다고 생각하는 장병 3,599명 중 86명(2.4%)만이 자살 충동을 느낀 반면, 주변에게서 충분한 지지를 받지 못한다고 생각한 장병 2,818명 중 155명(5.5%)가 자살 충동을 느꼈다.

전문가들은 “아직 대인관계에 미숙하고 군대라는 조직에 익숙해지지 못한 병사들에게 군 생활은 낯설고 어렵게 느껴져 ‘우울증’과 ‘우울감’을 악화시킬 수 있다”라고 전하며, “병사들의 우울증 및 우울 관련된 증상에 관심을 기울어야 한다”라고 권고했다.

※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이 있거나 주변에 이런 어려움을 겪는 가족·지인이 있을 경우 자살 예방 핫라인 ☎1577-0199, 희망의 전화 ☎129, 생명의 전화 ☎1588-9191, 청소년 전화 ☎1388 등에서 24시간 전문가의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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