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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만 잘 관리해도 심뇌혈관질환 위험 낮춘다

입력 2022.01.10 09:00
  • 이한승·허브신경과의원 전문의

고혈압은 말 그대로 혈압이 정상보다 높은 상태이다. 혈압의 정상수치로 알려진 120/80mmHg(최근에는 115/75mmHg)은 포유류 혈관 분지의 기하학적 특성에서 유래한다. 포유류는 종에 상관 없이 대개 정상수치가 비슷하며, 여기에서 10%만 변해도 큰 변화로 보고 있다. 그러나 고혈압을 두려워하거나 부정할 필요는 없다. 고혈압은 적절한 약을 통해 정상 수치로 유지하면 별다른 문제가 생기지 않는다. 즉, 혈압을 정상으로 유지하는 것 자체가 근본적인 치료다. 그렇다면 고혈압을 그대로 방치하면 어떤 일이 발생할까?


고혈압은 적절한 약을 통해 정상 수치로 유지하면 별다른 문제가 생기지 않는다고혈압은 적절한 약을 통해 정상 수치로 유지하면 별다른 문제가 생기지 않는다

사실 고혈압이 없더라도 혈관계는 나이가 들면서 점차 노화한다. 인체의 모든 조직의 노화 과정에는 유해 활성산소가 관여한다. 세포는 빠른 속도로 산소를 이용하여 포도당을 분해하면서 에너지를 얻는데, 이때 반드시 수산화기나 과산화수소와 같은 유해 활성산소가 발생한다. 나이가 들면 세포내 유해 활성산소를 처리하는 능력이 저하되는데, 이에 따라 체내 유해 활성산소가 쌓이게 되고, 이것이 결국 세포내 여러 미세 구조물에 영향을 미친다. 특히 혈관 내피세포에서는 해당 세포의 적절한 기능 유지에 필요한 산화질소(NO, Nitric oxide)의 생성과 이용에 일탈이 발생하여 내피 줄기세포에 영향을 준다. 이렇게 되면 비정상적 내피세포로 분화되면서 압력이 집중되어 혈관이 갈라지는 부위가 점점 좁아진다. 이러한 현상을 동맥경화라고 부른다.

고혈압은 혈관계 기능의 노화로 인해 생기지만, 역으로 혈관 내피세포 등을 더욱 노화시키고, 또 이에 따라 혈압은 더욱 올라간다. 여기에 고콜레스테롤혈증까지 동반되면 콜레스테롤 결정이 내피세포의 미토콘드리아에서의 에너지 생성을 간섭해 유해 활성산소가 더 나오고 동맥경화를 가속화시킨다.

동맥경화는 심장의 관상동맥과 두개강내 동맥(뇌동맥)에 잘 발생한다. 고혈압과 동맥경화를 방치하면 결과적으로 협심증/심근경색, 그리고 뇌경색이 발생하게 된다. 그리고 조절되지 않은 혈압은 뇌의 관통동맥을 파열시켜 뇌출혈을 유발하기도 한다. 또한 고혈압은 뇌새 소동맥에서 혈관기능 이상을 일으켜 뇌경색의 일종인 작은혈관질환(Cerebral small vessel disease) 및 이로 인한 대뇌 백질의 이상을 유발한다. 이것이 누적되면 바로 혈관성 치매 및 혈관성 파킨슨병이 발생하게 된다.

최근에 밝혀진 바에 의하면 혈압은 뇌에서 뇌척수액의 흐름에 리듬을 만들어주는데, 혈압이 너무 높으면 뇌척수액 리듬에 이상이 발생하고 이로 인해 노폐물이 덜 빠져나간다. 알츠하이머병의 유발물질인 베타 아밀로이드도 이러한 노폐물에 속한다.

이렇게 중요한 병임에도 불구하고 ‘한국 고혈압 팩트시트 2020’에 따르면 국내 추정 유병자는 1,200만 명이지만 치료 중인 환자는 900만 명, 지속적으로 치료 중인 환자는 650만 명에 불과하다. 즉, 550만 명의 고혈압 환자는 앞서 말한 위험에 노출되어 있는 것이다.

한국의 평균 수명은 90세로 빠르게 다가가고 있으며, 머지않아 이를 넘길 것이다. 노년기에 건강을 유지하면서 독립적이고 활기찬 생활을 유지하기 위해 늘어난 평균 수명만큼 건강 수명도 늘려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혈압을 관리해 혈관의 젊음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글 = 하이닥 의학기자 이한승 원장 (신경과 전문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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