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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과 마음에 큰 상처를 남기는 '반복유산'...적극적인 치료가 필요해

입력 2022.04.18 13:49
  • 윤정섭·서울아이앤여성의원 전문의

현대에 들어서 초혼 연령이 점점 늦어지는 현상이 두드러지고 있다. 이와 더불어서 첫 임신 또한 자연스럽게 늦어지고 있다. 문제는 안전하고 건강하게 임신할 수 있는 적절한 시기를 놓치는 경우가 많아 난임으로 고생하고 있는 부부도 점점 증가하고 있다는 점이다. 심지어, 제2의 난임으로 불리는 반복유산(또는 습관성유산) 역시 늘어나는 추세이다. 일반적인 난임과는 달리, 반복유산은 어렵게 찾아온 새 생명을 무기력하게 보내야 하는 일이라 더 깊은 좌절과 아픔으로 다가온다.


초혼 연령이 늦어지면서 첫 임신 연령도 점차 늦어지고 있다ㅣ출처: 게티이미지 뱅크초혼 연령이 늦어지면서 첫 임신 연령도 점차 늦어지고 있다ㅣ출처: 게티이미지 뱅크


‘유산’ 은 몸과 마음에 큰 상처를 줄 수도 있는 힘든 과정이다. 현대 의학의 발달로 유산율이 줄어들었다고 하지만, 여전히 높은 편이다. 통계에 따르면 임산부 중 15~20% 정도가 유산을 경험한다. 실제로는 유산 여부를 모르고 지나치는 경우도 존재해, 대략 3분의 1이상이 임신 초기에 유산하는 것으로 예상한다.


반복유산, 또 하나의 난임

반복유산이란, 임신 20주 이전 유산이 2회 이상 반복된 경우를 말한다. 통계적으로 임신을 시도하는 여성 5%가 2회 연속적 유산을, 약 1%는 3회 이상의 연속적 유산을 경험한다. 과거에는 유산이 3회 연속으로 반복되는 경우에만 반복유산으로 정의했지만, 2010년 하반기에 열린 유럽생식의학회(ESHRE, European Society of Human Reproduction and Embryology)에서 자연유산이 2회 연속으로 발생한 경우, 반복유산에 대한 검사와 적극적인 대응을 권고했다.

반복유산의 원인은 일반적으로 '유전적 요인', '해부학적 요인', '내분비적 요인', '감염적 요인', '면역학적 요인', '기타 요인' 등으로 분류된다. 그중, 면역학적 요인의 항인지질항체 증후군과 유전적 요인의 유전적 혈전성향증(Thrombophilia)를 혈전 요인으로 부르며 따로 분류하기도 한다.

부모로부터 유전되어 내려오는 염색체 이상과 항인지질항체 증후군만이 명백한 반복유산의 요인이라고 할 수 있지만, 이들이 반복유산에 전체 통계에 미치는 영향은 10~15% 이하이다. 각 요인의 빈도로 보자면, 유전적 요인이 3~6%, 면역학적 요인 20~50%, 해부학적 요인 12~16%, 내분비적 요인 17~20%, 감염 요인 0.5~5%, 기타 요인 10% 정도이며, 그 외에 원인을 알 수 없는 요인이 50%에 이른다.

또한, 위에 나열된 단독 요인뿐만 아니라 다양한 복합 요인도 반복유산의 원인이 되는 경우가 많다. 단독 요인이 유산에 미치는 영향이 극히 경미할지라도, 각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심각해지는 경우도 많다. 따라서, 검사를 통해 원인이 될 수 있는 단독 요인을 하나 발견했더라도 검사를 중단하지 않고 끝까지 모두 마무리해야 한다.

반복유산의 아픔을 피하기 위해서는 이런 모든 위험 요인들을 하나하나 치료해나가며 계획적으로 임신을 유도하는 방식이 반드시 필요하다. 반복유산도 또 하나의 난임이다. 빠른 상담과 전문적인 검사 및 치료만이 반복유산의 슬픔을 극복하고, 건강한 출산으로 이어질 수 있는 지름길이다.


글 = 하이닥 의학기자 윤정섭 원장 (산부인과 전문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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