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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산 후 지속되는 유두·항문 가려움, 임신소양증이 안 낫는 걸까?...가려움증 관리법 4

입력 2022.05.03 12:30
  • 임은교·청아한의원 한의사

여성은 임신 과정에서 급격한 호르몬 변화와 면역시스템의 변화를 경험하면서 크고 작은 건강상의 문제가 발생한다. 예기치 못한 피부질환 증상이 발생하기도 하는데 피부 표면 오돌토돌 두드러기와 극심한 가려움 증상을 동반하는 ‘임신 소양증’도 대표적인 임신성 피부질환이다.


임신 소양증임신 소양증
임신 소양증은 대부분 출산 후 몸이 회복되면서 자연스럽게 치유된다. 그러나 출산 후 일정 기간이 지나도록 임신 때 시작된 가려움 증상이 지속되거나 오히려 임신 때는 없던 소양증이 시작돼 문제가 되는 경우가 있다.

이 경우 단순히 임신이나 출산에 의한 문제 등 일시적인 임신성 피부질환이 아닐 수 있다. 잦은 감기 이환, 소화기능 저하와 같이 기존에도 취약했던 부분이 임신과 출산의 과정에서 더욱 악화되어 면역계에 영향을 미치면서 발생한 피부질환일 수 있다.

‘유두습진(유두 아토피)’, ‘항문 소양증’ 또한 임신 및 출산 시 잘 발생하고 가려움증이 심한 피부질환으로 면역력이 떨어지면 잘 낫지 않는 경향이 있다. 특히 과거 아토피피부염을 앓았던 여성은 임신·출산 후 유두습진(유두 아토피)이 나타날 수 있는 확률이 높아지기 때문에 더욱 주의가 필요하다.

일시적 피부문제가 아닌 면역계 질환으로 이해해야
임신 시 신체변화와 컨디션 저하를 겪으면서 면역계 이상반응으로 유발되는 피부질환이 새롭게 발생하거나 과거 완치된 줄 알았던 피부질환 증상이 재발되는 경우가 있는데 이 경우 출산 후까지 피부질환 증상이 이어지고 시간이 지날수록 더욱 악화되는 모습을 보인다.

임신 후 면역력 저하로 인한 피부질환이 발생하는 것은 면역계·호르몬의 변화와 전반적으로 열이 많아지는 신체변화도 영향을 미치지만 임신·출산과 육아 과정 속에서 발생한 생활패턴 변화, 피로감, 과로 및 스트레스 등이 면역력을 더욱 저하시키면서 증상을 악화시키는 경우가 많다.

임신·출산 후 모유수유 과정에 있는 여성들은 이러한 피부질환 자체가 주는 고통과 피부질환이 아이에게 전염되거나 유전되지는 않을지에 대한 우려까지 겹쳐져 극심한 스트레스 상황에 놓이기도 하는데 그 결과 증상 악화 속도가 더 빨라지고 만성화의 위험이 높아지며, 신체 다른 부위까지 습진이나 알레르기성 피부염이 동반되기도 한다.

임신·출산 후 발생한 유두습진(유두 아토피) 원인과 증상
면역력이 저하된 상태에서 몸이 부으면 가슴에도 열이 올라오면서 유두습진이 발생하기 쉽다. 때문에 유두습진은 이차 성징이 나타나는 청소년기와 임신 중 가슴이 커지면서 유두 가려움증이 시작되는 경우가 많다. 출산 후 발생하는 유두습진은 호르몬에 의한 신체적인 변화 외에 임신·출산·육아의 과정 속에서 발생하는 피로감과 과로 및 스트레스가 몸을 잘 붓게 만들고 면역력을 떨어뜨려 발생한다.

처음에는 가슴이 붉어지거나 가끔씩 가려움이 느껴지는 정도의 증상으로 시작되기 때문에 임신 중 자연스러운 현상으로 이해하거나 일시적인 임신 소양증으로 오인할 수 있으나 시간이 지나면서 점차 특징적인 증상들이 나타난다. 가려움증으로 긁은 부위에 각질이 일어나거나 진물이 나기 시작하고 속옷과 진물이 나온 피부가 붙었다 떨어지기를 반복하면서 상처가 나고 딱지가 생긴다. 이렇게 유두·가슴부위 피부가 손상되는 과정이 반복되면 피부가 점차 두껍게 변하면서 딱딱해지거나 유두와 그 주변부가 검게 색소침착 되는 피부의 변형이 오기도 한다.

임신·출산 후 발생한 항문 소양증 원인과 증상
항문 소양증은 특정 균에 감염되어 발생하는 것이 아니며 면역력 저하와 함께 배변문제가 항문 피부를 자극하여 발생한다. 임신한 여성은 프로게스테론 호르몬 분비가 촉진되고 자궁에 의해 장이 압박되면서 변비가 유발되고 이것이 항문을 자극하여 항문 소양증을 일으킬 수 있다. 변비는 대변의 형태 자체가 딱딱하여 그 자체로 배변 시 항문에 무리가 가고 딱딱하고 두꺼운 변으로 인해 항문이 찢어지는 치열이 발생해도 가려움증이 더욱 자극된다.

임신 중 또는 출산 직후에 질 분비물이 증가하거나 오로배출로 생식기·사타구니 주변부가 습해지는 것도 항문 주변 피부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이때 분비물의 증가로 습하고 찝찝한 느낌을 받아 생식기와 엉덩이 부위를 자주 씻거나 강한 세정력의 제품을 사용하는 등 과도한 청결관리를 할 경우도 항문 소양증을 악화시키는 요인이 될 수 있다.

치료하지 않고 방치할 경우 항문 주변부의 단순 가려움에서 오돌토돌한 발진, 건조 각질, 짓무르고 진물 나는 증상 등이 추가로 나타나고 증상이 엉덩이, 사타구니 부위로 점차 번져나갈 수 있다.


가려움증 관리법가려움증 관리법
임신·출산 후 시작된 가려움을 완화시키는 치료와 관리법
임신 중, 출산 후 모유 수유 시기에는 병원에서도 치료를 보수적으로 진행하지만 환자 본인도 태아에게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치거나 모유수유를 못하는 것에 대한 걱정으로 치료를 미루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출산 후 6개월이 지나도록 증상이 지속된다면 이는 단순 임신 소양증의 문제로 볼 수 없으며 면역계 피부질환의 경우 시간이 지체될수록 치료가 어려워지는 만성화의 가능성이 커지기 때문에 적극적인 치료와 관리가 필요하다.

면역력이 저하된 상태에서 무엇이 해당 부위 피부를 약해지게 만들었는지 원인을 파악한 후 발생 원인에 맞는 적절한 치료와 관리가 이어져야 한다.

치료와 함께 집에서 실천할 수 있는 가려운 증상을 완화시키는데 도움이 되는 관리법은 다음과 같다.

1. 피부 보습
피부가 건조하고 가려워 긁을 때 각질이 이는 증상이 심하면 가려움증이 더욱 악화될 수 있어 피부가 건조해지지 않도록 보습에 신경을 쓰는 것이 좋다. 보습제는 냉장고에 넣어뒀다가 시원하게 발라주는 것이 가려움 완화에 도움이 된다. 단, 진물이 나는 상태에서 무리하게 보습하는 경우에는 오히려 가려움증이 악화될 수 있으니 이런 경우에는 습포요법으로 진물을 먼저 줄이는 데에 초점을 맞춘다.
샤워는 너무 자주 하지 않는 것이 좋고, 온탕에 장시간 몸을 담그거나 뜨거운 물로 장시간 씻는 것 또한 삼가야 한다.

2. 피부 온도 낮추기
체내 열이 올라가면 가려움증이 심해질 수 있어 임신 중이나 출산 후에도 실내 온도를 20도 내외로 유지하는 것이 좋다. 산후풍(産後風)에 대한 걱정으로 지나치게 몸을 따뜻하게 하거나 땀을 많이 내면 오히려 증상이 악화될 수 있다. 특히 기존에도 열에 민감했던 편이라면 통풍이 잘 되는 옷을 입어 열이 오르고 땀이 나는 것을 예방하는 것이 좋다.
가려움이 순간적으로 너무 심할 때는 아이스팩 등으로 냉찜질을 하는 것이 도움이 될 수 있다.

3. 규칙적이고 균형 잡힌 식생활
육아로 인해 식사시간을 맞춰 밥을 천천히 먹는 것이 어렵더라도 최대한 규칙적으로 건강하게 식사하는 것이 중요하다. 식사 시에는 가급적 신선한 채소, 과일, 해조류를 골고루 섭취할 수 있도록 한다.

4. 환기·침구류 교체
평소 알레르기가 있거나 먼지 등에 민감하다면 환기를 잘 시키고 주기적으로 침구류를 교체하는 것이 좋다.

글 = 하이닥 의학기자 임은교 원장 (한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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