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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칼럼

장, 구강, 질에도 사는 '몸 속 미생물'과 '한의학'

입력 2022.05.06 09:00
  • 조영선·달임채한의원 인천 한의사
락토바실러스 불가리쿠스 유산균ㅣ출처: 게티이미지 뱅크락토바실러스 불가리쿠스 유산균ㅣ출처: 게티이미지 뱅크
최근 구강작열감 치료를 위해 내원한 환자와 해당 증상이 없는 집단의 구강 미생물을 비교한 논문이 발표된 바 있습니다. 그 내용을 살펴보면, 구강작열감 환자의 구강 미생물의 분포와 건강한 사람의 구강 미생물 분포는 다르다는 것이었습니다.

위의 논문은 구강작열감이라는 특정 질환에 대한 연구이지만, 몸 속 미생물과 다양한 질환과의 연관성에 대한 연구는 장기간 이어져 왔으며 질환의 발병, 진단, 치료적 측면에서 많은 관심을 받고 있는 연구 분야입니다.

몸 속에 미생물이 산다는 사실은 일반인들에게는 생소하게 들릴 것으로 생각됩니다. 간략하게 최근 10년간 연구가 활발히 진행되어온 장내 미생물 균총에 대해 덧붙이겠습니다.

장내 미생물 균총은 수백만 년 인류와 함께했습니다. 긴 시간 동안 인체의 생리적, 병리적 현상에 관여해왔지만, 이에 대한 연구는 비교적 최근에 활발히 진행되었습니다. 숙주인 인간과 장내 미생물은 상호작용하며 살아왔고, 미생물은 장내 면역, 에너지 대사 등에 다양하게 관여합니다. 한편, 다양한 원인에 의해서 장내 미생물 군집에 변화가 생기면 장 관련 질환은 물론 비만과 대사 질환, 나아가 신경정신질환의 발병에 영향을 주는 것이 밝혀졌습니다.

몸 안의 미생물은 장뿐만 아니라 질, 구강 등에도 존재합니다. 각 장소에서 미생물과 숙주는 공생 관계를 유지하고 있으며 다양한 신호 전달 체계가 자리 잡고 있습니다. 이러한 공생의 균형은 우리 몸을 유지시켜주는 중요한 역할을 하며, 이 균형이 깨지게 되면 염증성 장 질환, 질염과 같은 질환으로 이어지기도 합니다.

필자는 한약을 주로 사용하여 질환을 치료하는 사람으로서, 몸 안의 미생물에 대한 연구를 접할 때 반가운 마음이 듭니다. 학창 시절에도 한약과 장내 미생물의 상관 관계에 대해 관심을 가져왔으며, 임상 현장에 있으면서 만성 염증성 질환을 치료할 때 장내 미생물의 회복을 염두에 두기 때문입니다.

대표적인 연구 결과 중에는 비만, 소화 불량 치료에 사용되는 산사의 장내 미생물 조절 효과, 염증성 질환에 자주 사용되는 금은화와 황련의 유해균 억제 효과 등이 있습니다. 실제로 장염, 질염 등의 치료에 위의 약재를 사용하며 이 외에도 연구에서 장내 미생물 조절에 효과가 있는 다양한 한약재가 응용되고 있습니다.

질환 치료가 목적이 아니더라도 장 건강, 질 건강을 위해 유산균을 섭취하고 계신 분들이 많습니다. 이를 보면 다양한 방송, 뉴스, 광고 등을 통해 몸 안의 미생물에 대한 중요성을 접하고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러나 실제 치료 현장에서도 동일한 개념으로 치료가 이루어지고 있다는 사실은 잘 모르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에 이 글을 쓰게 되었습니다.

아마도 우리 몸 안의 미생물은 매우 다양하며 그 역할 또한 복잡하고 많기 때문에 미생물 세계를 알기 위해서는 많은 시간이 걸릴 것으로 생각됩니다. 그러나 연구로 밝혀지기 이전부터 한의학적 치료 과정에는 몸 안의 미생물과 인체가 건강한 공생 관계를 유지하고자 하는 노력이 이미 포함되어 있습니다. 몸 안 생태계의 균형을 바로 잡는 치료를 통해 만성 염증성 질환을 포함하여 다양한 질환 치료에 도움받기를 바랍니다.

글 = 하이닥 의학기자 조영선 원장 (한의사)
참고문헌 = Byeong-Min Lee et al. Comparative analysis of the oral microbiome of burning mouth syndrome patients. Journal of oral microbiology. 2022 Vol 14. 2052632
Ryu Dongryeol et al. 소아과학 관점에서 바라본 장내 미생물 연구 동향과 향후 방향. J Pediatr Korean Med. 2019 Vol. 33 No. 1
Min-Jee Kim et al. 산사의 장내 미생물 조절을 통한 항비만 효과. Journal of Korean Medicine Rehabilitation. 2019 Vol. 29 No. 4
Sin Ji Lee et al. 발효 금은화 및 황련의 유해균 억제효과. Journal of Society of Korean Medicine for Obesity Research. 2011 Vol. 11 No.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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