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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영상의학의 현재와 미래…서울아산병원 최상현 교수 ② [하이닥이 만난 올해의 의사]

입력 2022.08.01 12:30
  • 윤새롬·하이닥 건강의학기자

[하이닥이 만난 올해의 의사]에서는 한국 의과학 연구 분야의 진흥과 발전에 기여한 3인의 의사를 만나, 그들의 이야기를 들어봅니다.


우리나라의 영상의학은 세계적으로 인정받고 있다. 이는 국내 영상의학자들의 부단한 학문적 노력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다. 서울아산병원 최상현 교수도 영상의학 발전에 기여하고 있는 의과학자 중 한 명으로, 특히 간세포 특이 조영제를 통해 간암을 조기 진단하는 새로운 진단 기준을 제시하기도 했다. 최상현 교수의 연구 성과와 함께, 향후 계획에 관해 물었다.

최상현 교수ㅣ출처: 하이닥최상현 교수ㅣ출처: 하이닥


Q. 2016년 발표한 논문이 세계적으로 화제가 되었는데요. 어떤 내용인지 설명 부탁드립니다.
A. 간세포 특이 조영제를 이용한 MRI 검사에서 초기 간암 영상진단 방법에 관한 연구였는데요. 간세포 특이 조영제를 도입하면서 상당히 많은 연구가 진행됐지만, 간암을 어떻게 조기에 진단할 수 있는지에 대한 정확한 진단 기준은 마련되지 않은 상태였습니다.

2016년 실행한 연구는 간세포 특이 조영제를 통한 간암의 조기 진단 기준을 제시하는 데 목적이 있었는데요. 간세포 특이 조영제의 특징적인 소견을 이용한 영상진단 기준을 통해 조기 간세포암을 더 많이 찾을 수 있어 조기 간세포암 환자들에게 근치적 치료의 기회를 제공한다는 점에서 임상적 의의를 인정받았고, 간암 분야 최고 학술지에 실리면서 결과적으로 영상 진단의 좋은 모델을 제시하게 되었습니다. 최근 미국, 유럽 간세포암 영상진단 기준에서 우리 연구 결과 등을 기반으로 간세포 특이 조영제를 채택했고 새롭게 진단기준을 발표하기도 했습니다.


Q. 표준화된 영상 진단 방법의 필요성을 역설하기도 했는데요. 어떤 내용인지 궁금합니다.
A. 현재 많은 병원에서 자체적으로 MRI를 촬영하고 있는데요. 문제는 촬영 기법이 저마다 다르다는 점입니다. 방법이 다르니, 결과도 제각각일 수밖에 없죠. 예를 들어 한 환자가 A 병원과 B 병원에서 찍은 MRI 사진이 각기 다르다면 정확한 진단을 얻는데 상당히 어려움을 겪을 수 있습니다. 따라서 표준화된 방법으로 MRI 검사 결과를 획득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또 MRI에 대한 의사들의 판독 소견을 표준화할 필요성도 있습니다. 같은 사진을 보고 의사마다 다르게 표현한다면 그 역시 정확한 진단을 어렵게 만드는 요소일 테니까요.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미국영상의학회에서는 2008년부터 표준화된 영상 분석 방법을 도입하고 꾸준히 업데이트하고 있습니다. 결국, 간세포암 환자들에게 더욱 정확한 진단을 할 수 있도록 ‘영상 진단 기법’, ‘영상 진단 기준’, ‘영상 판독’ 등에서 표준화를 이뤄야 합니다.


Q. 여러 성과 덕분인지 최근 학술상을 받기도 했는데요.
A. 대웅재단 학술상인데, 연구의 학술 가치와 공헌도를 높게 봐주신 것 같습니다. 45세 미만의 의학자(MD)에게 시상하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굉장히 영광스러운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Q. 영상의학이 빠르게 발달하면서 인공지능(AI) 적용에 대한 의견도 많이 나오고 있는데요.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A. AI는 영상의학뿐 아니라 우리 의료 현장 곳곳에서 활용될 만한 잠재성이 상당히 높다고 생각합니다. 예를 들어, 현재 환자의 질병 상태를 더 잘 진단할 수 있고, 더욱 유용한 치료 방침을 내려줄 수 있는 방향으로 AI 관련 연구 결과가 쏟아지고 있습니다. 그러나 인공지능에 대한 검증은 아직 불완전한 상태이므로, 이들 정보와 결과가 ‘얼마나 잘 설계된 연구에 의해 도출되었는가’, ‘얼마나 결과를 신뢰할 수 있는가’ 등에 대해서는 연구자나 의학자들이 비판적 시각으로 볼 필요가 있습니다.

이러한 점이 반영되어 최근 AI에 관한 연구는 예전에 비해 발전된 방향으로 진화하는 중인데요. 연구 설계 단계부터 ‘인공지능을 과연 우리 임상 현장에 적용했을 때 어떤 유용성을 보일 수 있는가’, ‘환자들에게 얼마나 더 큰 이득을 줄 수 있는가’, ‘환자에게 어떤 정보를 줄 수 있는가’ 등을 심각하게 고민합니다. 즉, ‘AI+영상의학’의 관심이 임상적 유용성으로 좀 더 이동한 상태라고 보면 된다. 영상 의학의 AI 접목은 여전히 잠재성이 높지만, 아직은 잘 설계된 연구방법론을 바탕으로 임상적 유용성에 초점을 맞춘 연구가 더 많이 진행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AI는 영상의학뿐 아니라 의료 현장 곳곳에서 활용될 만한 잠재성이 상당히 높다ㅣ출처: 게티 이미지뱅크AI는 영상의학뿐 아니라 의료 현장 곳곳에서 활용될 만한 잠재성이 상당히 높다ㅣ출처: 게티 이미지뱅크

Q. 국내 영상의학이 현재 당면한 과제가 있다면 무엇인가요.
A. 현재 국내 영상의학은 미국이나 유럽 영상의학에 전혀 뒤지지 않을뿐더러 어떤 부분에서는 선도적 역할을 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앞으로도 저를 포함한 젊은 연구자들이 영상의학에 더 많은 관심을 두고 선도적으로 미래의 좋은 주제에 대해 고민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AI 등 기술적 분야의 강점을 잘 살려 전 세계 영상의학의 선두 주자로서 우리 위치를 잘 유지하면 좋을 것 같습니다.


Q. 향후 계획에 관해 설명 부탁드립니다.
A. 2023년에 해외 연수를 계획하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연구해 온 영상의학의 표준화에 대해 더 깊이 연구하려고 하는데요. 간 영상의학의 표준화와 진단기준의 개척자이기도 한 미국 설린 박사와 함께 연구할 예정이며, 다양한 지식과 인적 교류를 할 예정입니다. 또 영상을 통한 간암 진단이 아직 완벽하지 못한데요. 앞서 말했듯, 조직 병리적 검사의 85~90% 정확도는 나쁘지 않은 수치지만, 나머지 10%의 갭을 최소화하기 위해 노력할 생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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