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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암 가족력 있다면…건강검진시 ‘헬리코박터균’ 검사, 선택 아닌 필수

입력 2022.10.07 08:00
  • 현일식·시원누리내과의원 전문의

헬리코박터균이라 불리는 헬리코박터 파일로리(Helicobacter pylori) 세균에 의한 감염은 전세계적으로 가장 흔한 감염병 중 하나입니다. 이는 누구나 있을 수 있는 매우 흔한 세균으로, 만성 위염부터 위암까지 다양한 위 질환의 원인이 됩니다. 건강에 나쁜 균이면 당연히 죽이는 것이 맞지만 비용과 부작용, 항생제 내성 등 치료의 단점을 고려하면 무조건 없애는 것만이 능사는 아닙니다.

이런 이유로 헬리코박터균을 언제 치료하는 것이 가장 적합한지 그 기준을 정하기 위해 ‘헬리코박터 파일로리 치료에 대한 지침’이 개발되었습니다. 우리나라는 ‘대한상부위장관 헬리코박터학회’에서 2013년에 지침을 발표하였으며 7년 만인 2020년 12월에 개정안이 나왔습니다.


헬리코박터 파일로리ㅣ출처: 게티이미지뱅크헬리코박터 파일로리ㅣ출처: 게티이미지뱅크
새로이 개정안에 포함된 ‘위암 직계 가족력’
과거부터 잘 알려진 헬리코박터균 치료 기준에는 위, 십이지장 궤양과 조기위암이 있습니다. 궤양은 흔적만 있어도 헬리코박터균 치료를 시작해야 하고 조기 위암은 잘라낸 후에도 치료를 해야 합니다. 왜냐하면 헬리코박터균을 없애지 않았을 때 궤양과 위암의 재발 가능성이 높아지기 때문입니다. 과거에는 없었지만 새로이 개정안에 포함된 치료 기준은 바로 ‘위암 가족력’입니다.

위암 가족력이 있으면 1년마다 정기적으로 위내시경 검사를 받아야 한다는 사실은 비교적 잘 알려져 있습니다. 하지만 헬리코박터균 검사를 꼭 받고 균이 있으면 치료를 해야 한다는 사실을 아는 분들은 많지 않습니다. 부모님이나 형제, 자매 중에 위암 환자가 있으면 자신에게 위암이 발생할 확률이 2~3배 높아집니다. 여기에 헬리코박터균 감염까지 있다면 위암 발생 위험은 5~8배까지 증가합니다.

최근 국내 연구진의 발표에 따르면 위암 가족력이 있는 경우 헬리코박터균을 치료했을 때 위암 발생 위험성이 반 이하로 줄어든다고 합니다. 따라서 직계 가족 중에 위암을 앓은 분이 있다면 반드시 헬리코박터균 검사와 치료가 필요합니다.

헬리코박터균 검사, 위내시경과 엄연히 다른 것
위내시경 검사에 헬리코박터균 검사가 포함된다고 생각하는 이가 적지 않습니다. 그래서 위내시경 검사 결과상 별다른 이상이 없으면 헬리코박터균도 덩달아 없다고 여기기도 합니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습니다. 예를 들어, 위내시경 검사 중에 위, 십이지장 궤양이 발견되면 의사는 헬리코박터균 검사를 합니다. 하지만 가벼운 위염 정도만 있다면 대부분 헬리코박터균 검사를 하지 않습니다. 따라서 위내시경 검사 후에 헬리코박터균에 대한 직접적 언급이 없다면 검사를 하지 않은 것이지 헬리코박터균이 없는 것이 아닙니다.

올해 건강검진 계획이 있다면 위내시경 검사를 받기 전에 헬리코박터균 검사를 직접 요청해야 감염 여부를 확인할 수 있다는 것을 명심해야 합니다. 헬리코박터균 유무는 위내시경을 하지 않아도 요소호기검사라는 방법으로 알 수 있습니다. 건강검진 계획이 없다면 금식 후 의료기관을 방문하여 요소호기검사를 받길 바랍니다.

위암은 대부분 헬리코박터균 감염에서 시작되기 때문에 균 치료만 제때 받으면 충분히 예방 가능합니다. 위암 가족력이 있는 많은 분들이 헬리코박터균 치료를 받고 위암을 예방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글 = 하이닥 의학기자 현일식 원장 (소화기내과 전문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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