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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칼럼

난소낭종 경화술, 장단점 잘 알아두어야

입력 2022.12.26 09:00
  • 권용일·강남권산부인과의원 전문의

난소는 단단한 조직으로 이루어진 2~3cm 크기의 장기로, 자궁 옆 양측에 자리하고 있습니다. 난자를 성숙시켜 배출(배란)하는 역할을 하므로, 산부인과 초음파를 보는 시점이 생리일로부터 며칠이 지났는지에 따라 난자를 품고 있는 작은 물주머니인 정상 난포가 보일 수 있습니다. 또한 배란 이후에 난포가 퇴화한 자리인 ‘황체’ 또한 작은 물주머니처럼 보이기도 합니다. 이들은 정상적인 구조물이기 때문에 물혹(낭종)이라고 부르지 않습니다.

난소 낭종ㅣ출처: 게티 이미지뱅크난소 낭종ㅣ출처: 게티 이미지뱅크


난소에는 비정상적인 물주머니, 즉 물혹이 생기기도 하는데요. 이를 한자어로 주머니 낭(囊), 종기 종(腫)을 써 난소낭종이라 부릅니다. 난소 낭종은 그 물혹을 채우고 있는 액체의 종류와 물혹을 이루는 벽의 조직적 특성에 따라 낭종 종류를 여러 가지로 분류하며, 이 중에는 난소암도 있습니다. 난소암은 최초 발견 시에는 양성 난소낭종과 비슷해 보이기도 합니다. 난소낭종의 대부분은 암이 아닌 양성낭종이며, 특히 맑은 액체(장액)가 차 있는 낭종의 경우 자연 소실 되는 경우도 있으므로, 크기가 크지 않고 복통 등의 증상이 없다면 수 주간 치료 없이 관찰하기도 합니다.

자연 소실되지 않는 특성을 가진 난소 낭종들은 난소암일 가능성을 고려하면서 정밀 검사를 거친 후 치료 계획을 세웁니다. 여기서 정밀 검사는 종양표지자를 포함한 혈액검사, 초음파를 비롯하여 MRI, CT 등의 영상 검사 등을 말합니다. 또한 낭종이 커지는 속도와 영상학적 특징, 표지자 수치 결과 등에 따라, 난소암 가능성에 대한 평가가 이루어져야 하며, 양성 혹이라고 해도 수술 후에는 제거된 낭종 조직에 대한 조직검사가 필수적으로 시행되어 암이 아니었는지 이차적으로 확인합니다.

난소낭종 중에 초콜릿 낭종이라고 부르는 ‘난소 자궁내막종’은 방치할 경우 병이 악화 진행되고 임신 과정을 방해하는 난임의 원인이 될 수 있어 시급한 치료계획을 세워야 합니다. 난소 자궁내막종은 ‘자궁내막증으로 인해 난소에 생긴 물혹’을 말하며, 내부가 다소 응고된 혈액 같은 암적색의 액체로 이루어져 초콜릿 낭종이라고도 부릅니다. 여기서 ‘자궁내막증’이란, 자궁의 안쪽을 이루는 내막 조직들이 제 위치가 아닌 곳(복막, 난소, 직장 등)에 자리 잡아 생리 때마다 심한 통증과 유착 등을 일으키는 질환을 아우르는 말입니다. 특히 자궁내막조직이 난소에 자리 잡으면 물혹(자궁내막종)을 만들어 난소 정상 기능을 방해함과 동시에 난소 주변 유착을 일으켜 난임의 원인이 됩니다.

난소 자궁내막종 수술을 통해 확인해보면 주변 조직과의 유착들이 이미 형성되어 있는 경우들이 많습니다. 이 경우 낭종의 제거뿐만 아니라, 통증의 원인이 되는 유착에 대해 박리를 시행하고 복막 등 다른 곳에도 자궁내막증이 남아있지 않은지 확인하고 제거하는 수술이 필요합니다. 치료 방치 시에는 매달 생리 주기 때마다 비정상적으로 심한 생리통이 동반되는 한편, 유착 정도가 심해지고 혹의 크기가 커지면서 병이 악화합니다. 수술 전·후로는 의사의 판단에 따라 자궁내막 조직들이 활동하고 증상을 일으키도록 자극하는 호르몬을 억제하는 약물 치료가 필요합니다.

최근 난소낭종의 치료법으로 난소낭종 경화술을 선택하고 있는데요. 이는 난소 낭종의 액체 내용물을 질초음파를 통해 흡입, 제거한 후 낭종의 안쪽을 이루는 조직을 알코올로 변성, 파괴하는 방식의 치료입니다. 이 치료는 복강경이나 개복을 통해 배 전체를 살펴보는 수술적 치료에 비해 비교적 간단한 과정으로 시술을 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그러나 단점에 대해서도 잘 알아 두어야 합니다. 앞서 말씀드린 바와 같이 난소자궁내막종의 경우 주변 장기 유착이 동반된 경우가 많으나, 수술을 통해 확인하기 전에는 진단이 쉽지 않을 수 있습니다. 유착이 심한 경우 낭종만 사라진다고 병이 다 치료되었다고 할 수 없으므로, 결국 경화술만으로 충분한 제거 및 치료가 어려울 수 있고, 주변 장기들의 동반 손상 가능성이 높아질 수 있습니다. 또한 경화술 시 낭종내용물의 누출 가능성이 존재합니다. 난소 자궁내막종 내용물의 복막강으로의 누출은 증상의 지속, 재발의 위험을 높일 수 있습니다. 만에 하나 이 혹이 난소암일 경우가 더욱 문제가 될 수 있습니다.

낭종 내용물의 누출 시 난소암 병기가 높아집니다. 만약 아주 초기인 1A기의 난소암이 진단되지 않은 상태에서 누출이 있었을 경우, 1C로 높여 평가되고 더 진행되어 암세포가 복막으로 퍼진 것이 조직검사에 발견될 경우 3기 난소암입니다. 수술 치료 시에도 다소간 누출 가능성이 있다고 하지만, 누출된 낭종 내용물에 대한 적절한 조직검사 샘플 채취, 세척, 제거가 가능하므로 이 점에서 경화술은 큰 단점을 가질 수밖에 없습니다.

이러한 점들을 모두 고려하면, 난소 낭종을 진단받은 후 수 주간의 추적 관찰과 정밀검사 이후에도 제거 치료가 필요하다 판단될 때는 각 치료법의 장단점들까지 고려하여 치료 방법을 최종적으로 결정해야 합니다.

글 = 하이닥 의학기자 권용일 원장(산부인과 전문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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