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유행 이후 30대 남성의 정신건강 지표가 악화됐다ㅣ출처: 게티이미지 뱅크
코로나19 팬데믹을 거치며 30대 남성의 정신건강이 나빠진 것으로 나타났다. 성인의 전반적인 정신건강 상태는 남성보다 여성이 여전히 더 좋지 않았지만, 특히 30대 남성의 정신건강 악화 정도가 증가한 것이다.
질병관리청이 펴낸 ‘국민건강영양조사 기반의 성인 정신건강 심층보고서’ 결과를 보면, 지난 10여 년 간 성인의 우울장애 유병률, 자살생각률과 자살계획률 추이에는 큰 변화가 없었다.
우울장애 유병률은 2014년에 도입된 우울증 선별도구(PHQ-9)를 이용해, 2년 주기로 조사한다. PHQ-9는 우울 증상을 평가하는 9문항의 자가보고 척도 검사다. 총점 27점 중 10점 이상인 경우 임상적 우울증을 의심할 수 있는 기준이 된다.
◇ 2020년에 시행한 PHQ-9
- 질문: 지난 2주 동안 아래 나열되는 증상들에 얼마나 자주 시달렸습니까?
1. 일하는 것에 대한 흥미나 재미가 거의 없음
2. 가라앉은 느낌, 우울감 혹은 절망감
3. 잠들기 어렵거나 자꾸 깨어남, 혹은 너무 많이 잠
4. 피곤감, 기력이 저하됨
5. 식욕 저하 혹은 과식
6. 나 자신이 나쁜 사람이라는 느낌 혹은 나 자신을 실패자라고 느끼거나, 나 때문에 나 자신이나 내 가족이 불행하게 되었다는 느낌
7. 신문을 읽거나 TV를 볼 때 집중하기 어려움
8. 남들이 알아챌 정도로 거동이나 말이 느림. 또는 반대로 너무 초조하고 안절부절못해서 평소보다 많이 돌아다니고 서성거림
9. 나는 차라리 죽는 것이 낫겠다는 등의 생각 혹은 어떤 식으로든 스스로를 자해하는 생각
(비고: 9번 문항의 경우 한 번이라도 경험했다면 1점으로 매김)
- 답변: 전혀 아니다 (0점), 여러 날 동안 (1점), 일주일 이상 (2점), 거의 매일 (3점)
지난 10여 년 간 우울장애 유병률, 자살생각률과 자살계획률 모두 여성의 수치가 남성보다 더 높았다. 2020년 여성의 우울장애 유병률은 6.2%로, 2014년 수치(9.1%)보다 감소했지만, 여전히 남성(2014년 4.2% → 2020년 4.4%)보다 높았다. 2021년 여성의 자살생각률은 5.1%인 반면, 남성은 3.4%였다. 지난해 자살계획률도 여성(1.4%)이 남성(1.1%)보다 높다.
우울, 자살 등 정신건강 지표는 공통으로 △낮은 교육 및 소득 수준 △무직 △배우자가 없는 경우 △현재 흡연자 △비만, 당뇨병 등 만성질환이 있는 경우에 더 높았다. 자살생각률 및 계획률은 추가로 △스트레스와 △우울감 경험이 있는 경우 더 높았다.
코로나19 유행 전후의 변화를 보면, 코로나19 유행 이후의 우울감 경험률은 남녀 모두 30세 이상에서 증가했다. 우울장애 유병률은 남성에서 증가한 반면, 여성은 큰 변화를 보이지 않았다. 특히 △30대 △중학교 졸업 이하의 낮은 교육수준 △미혼, 이혼, 사별로 배우자가 없는 경우 △현재 흡연자인 경우 유행 전보다 수치가 악화됐다.
자살생각률은 남녀 모두 큰 변화가 없었다. 그러나 자살계획률은 30대 남성, 대학교 졸업 이상의 높은 교육수준의 남성인 경우 코로나19 유행 이전에 비해 증가폭이 컸다.
지영미 질병관리청장은 “전반적인 정신건강은 여전히 여성이 좋지 않으나 코로나19 유행 이후에는 30대 남자의 정신건강 악화 정도가 더 증가했기에 이에 대한 관심과 모니터링이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