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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암 발생 위험 10배 높이는 장상피화생, ‘이렇게’ 관리해야 [인터뷰]

입력 2023.04.01 12:30
  • 조수완·하이닥 건강의학기자

[인터뷰] 소화기내과 전문의 이상환 원장
장상피화생, 위암을 일으킬 수 있는 전암 병변
한번 생기면 되돌릴 수 없어…더 이상의 진행을 막는 것뿐


위암은 전 세계 암 발병률의 3위를 차지한다. 국내 현황도 별반 다르지 않다. 위암은 발생률이 최근 10여 년간 감소세를 보이고 있지만, 여전히 가장 많이 발생하는 암 중 하나로 꼽힌다. 위암의 발생 위험도를 증가시키는 위험요인은 흡연, 음주, 스트레스, 세균 감염 등 다양하다. 이 가운데 다소 생소하지만 위암 발생 위험을 10배 가량 높이는 위장질환이 있다. 바로 ‘장상피화생’이다.

장상피화생이란 어떤 질환인지, 그리고 최근 건강검진 중 장상피화생 진단을 받았다면 어떻게 추적 검사 하고 관리해야 하는지에 대해 소화기내과 전문의 이상환 원장(이룸내과의원)에게 물어봤다.


소화기내과 전문의 이상환 원장ㅣ출처: 이룸내과의원소화기내과 전문의 이상환 원장ㅣ출처: 이룸내과의원
"장상피화생, 방치하면 위암으로 이어질 수 있어"
장상피화생은 위벽이 얇아지는 만성 위축성 위염을 방치하면 발생할 수 있는 질환으로, 망가진 위 점막이 다시 재생될 때 소장이나 대장세포로 대체되는 현상을 말한다. 장상피화생은 위암을 일으킬 수 있는 전암 병변 중 하나다. 위염이 장상피화생을 거쳐 위암까지 진행되는 단계는 다음과 같다. △과도한 위산 자극으로 인해 위벽이 얇아지는 만성 위축성 위염 △위 점막 표면이 거칠게 울퉁불퉁해지는 장상피화생 △암의 전단계인 선종 중에서도 저도 이형성 △고도 이형성 △위암 등의 순으로 점차 진행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일반적으로 장상피화생은 음식물이 십이지장으로 넘어가는 통로 바로 앞에 위치한 바닥부터 생기기 시작해 점차 퍼져 나간다. 그러나 이때 나타나는 증상은 가벼운 위염과 별반 다르지 않아 건강검진을 통해 우연히 발견되는 경우가 많다. 위내시경상 표면이 거친 아스팔트 길과 같은 울퉁불퉁한 점막 병변으로 나타난다.

이상환 원장은 “장상피화생이 심해지면 정상적인 위산 분비 기능이 떨어지기 때문에 소화를 잘 못 하게 되어 더부룩함, 복부팽만, 미식거림, 식욕부진 등의 증상이 2차적으로 나타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또 위산 분비량이 줄어들면 세균이 증식하기 쉬운 환경이 되어 장내 세균의 과증식으로 인해 가스냄새가 독해지거나 설사가 지속되는 등의 증상이 생기기도 한다”고 덧붙였다.

"중증도에 따라 검진 주기 단축 필요할 수도"
이상환 원장은 “내시경상 장상피화생이 관찰되었다면 그 진행 정도에 따라 추적 검사가 결정된다”고 말했다. 통상적으로는 국가검진 간격인 2년마다 위내시경을 받으면 된다. 그러나 △중등도 이상의 장상피화생이 넓은 범위로 퍼져있거나 △헬리코박터균 감염이 있거나 △위암 가족력이 있는 경우에는 매년 위내시경을 받을 것을 권고하고 있다. 위암의 전구단계인 선종까지 진행된 것으로 관찰되면 6개월까지 그 간격을 앞당길 수 있다. 내시경 추적검사를 하며 그 진행 속도가 멈추었을 때 비로소 치료가 성공적이라 판단한다.

"헬리코박터균 감염, 장상피화생의 중요한 위험인자"
지금까지 밝혀진 장상피화생 위험인자로는 △헬리코박터균 감염 △나이(61세 이상) △흡연 △위암 직계 가족력 △자극적인 식습관 등이 있다. 나이가 들수록 오랜 세월 반복적인 음식물과 위산 자극 등에 의해 위벽이 얇아지거나 점막이 벗겨지는 미란성 변화 등으로 인해 위벽이 손상된다. 이때, 손상된 위 점막세포가 장의 점막세포로 대체될 확률이 높아진다.

헬리코박터 파일로리균(헬리코박터균) 감염은 중요한 위험인자로 꼽힌다. 따라서 헬리코박터균에 감염된 경우 이러한 균을 없애는 제균치료가 권고된다. 장상피화생 전단계인 만성 위축성 위염의 경우 제균치료로 상태를 되돌릴 수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안타깝게도 한번 튀어나온 장상피화생은 다시 들어가지 않는다. 그러나 이상환 원장은 “헬리코박터균을 치료하면 장상피화생이 위암으로 진행하는 속도를 늦출 수는 있다”며 제균치료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특정 음식이 좋다거나 나쁘다고 단정지을 수는 없지만 환자별로 평소 섭취하던 음식을 리뷰하여 어떤 음식이 장상피화생을 일으켰을지 파악하는 것 또한 중요하다.


위장질환의 조기발견을 위해 정기적인 내시경 검사를 받아야 한다ㅣ출처: 게티이미지뱅크위장질환의 조기발견을 위해 정기적인 내시경 검사를 받아야 한다ㅣ출처: 게티이미지뱅크
"장상피화생 진행 돕는 의외의 음식들"
장상피화생은 한번 생기면 다시 돌아가지는 않기에 병변이 더 튀어나오거나 늘어나지 않도록 진행을 억제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러기 위해서는 위를 자극하는 음식을 삼가는 것이 중요하다. 이상환 원장은 이에 해당하는 의외의 음식들을 소개했다.

가루 형태의 건강보조식품이나 양파, 마늘, 생강, 마 등의 자극적인 음식은 피해야 한다. 위 점막에 손상을 가할 수 있는 거친 음식도 마찬가지다. 보리, 현미, 콩, 팥 등의 비율이 지나치게 높은 잡곡밥이 이에 해당된다. 아몬드, 땅콩, 호두, 잣 등의 견과류 역시 매일 습관적으로 먹으면 비정상적인 자극에 의해 장상피화생이 악화될 수 있다.

"위에 좋다는 양배추, 장상피화생에는 독으로 작용할 수 있어"
양배추는 위에 좋다고 알려져 있다. 양배추에 풍부한 비타민 U는 위의 점막을 보호하는 효과가 있고, 비타민 K는 혈액응고 효과가 있어 위의 출혈을 막아준다. 그러나 삶은 양배추, 찐 양배추, 양배추 가루, 양배추즙 등의 형태로 섭취하면 생양배추에 함유되어 있던 비타민이 조리 과정에서 파괴되거나 변형되어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 또한, 양배추에 풍부한 식이섬유는 소장과 대장에서 가스를 유발할 수 있는데, 이것이 위로 역류되어 올라오면 위점막에 자극을 주기 때문에 장상피화생에는 되려 양배추가 독으로 작용하는 경우가 많다.

"장상피화생 환자도 커피와 술 마실 수 있어"
장상피화생이 있다는 이유로 커피나 술을 절대 마시지 못하는 것은 아니다. 다만, 장상피화생이 생긴 위는 기존 기능이 떨어져 있으므로 식전에 마시는 커피는 피하는 것이 좋다. 커피는 식후 디저트로 마시도록 한다.

술 역시 마찬가지다. 금기사항은 아니지만, 피해야 하는 주종이 여럿 있다. 맥주와 막걸리는 위를 자극하는 효소와 효모가 풍부하므로 피하는 것이 좋다. 장상피화생 환자의 입장에서만 보자면 오히려 소주가 나은 것이다.

장상피화생 조기 발견을 위한 한 가지 조언은?
장상피화생은 일반적인 내시경 화면으로 볼 때보다 협대역내시경(NBI)이라는 특수 모드로 관찰하면 점막 색깔이 명확해지는데, 이는 환자가 스스로 본인의 내시경 사진을 보며 정상점막과 손상된 점막을 구분할 수 있을 정도다. 이상환 원장은 “NBI 모드가 가능한 고사양 내시경을 갖춘 병원에서 건강검진을 받는 것이 안전하다”고 조언했다.

그는 “장상피화생과 그 위에 생길지도 모르는 암의 전구단계인 선종을 구별하기 어렵기 때문에 공장식으로 이루어지는 건강검진센터에서 내시경을 받으면 이를 놓칠 확률이 높다”며, 전문기관에서 꼼꼼히 건강검진 받을 것을 권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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