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닥

하이닥 의학기자 박한 원장ㅣ출처: 하이닥

"주먹을 꽉 쥐면 손가락 마디가 아파요."
"손가락과 손등 쪽 뼈가 아픈 느낌이 들어요."
"손을 많이 쓰지도 않는데 왜 이럴까요?"

이번 내용은 20~30대의 손가락 마디통증에 대한 내용입니다. 먼저 환자 케이스로 시작하겠습니다. 카페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는 20대 여성분입니다. 대부분 카페 일을 오래하면 손목 통증으로 내원합니다. 그런데 이 여성 환자는 손목 통증이 아닌 검지 손가락 끝 마디의 통증을 호소했습니다. 타 의원에서도 진료를 보았으나, 뼈에는 이상이 없다고 합니다. 힘줄이나 인대 손상이 의심되니 쉬어야 한다는 진단을 들었다고 합니다. 물론 틀린 말은 아닙니다. 그런데 직장생활을 하며 손을 사용하지 않고 쉬는 일은 쉽지 않습니다. 그래서 손가락 깁스를 하고 일했다고 합니다. 문제는 이때부터입니다. 깁스할 때는 괜찮았는데, 2주 후 풀어보니 통증이 금방 재발했다고 합니다. 손가락에서 시작된 통증은 손목까지 침범한 듯 아팠습니다.

환자 분은 “손을 많이 써서 관절염이 온 것은 아닐까”라며 관절염을 의심했습니다. 그러나 관절염은 퇴행성 변화가 나타나는 질환으로, 반복적인 작업이나 운동 등 연골을 오랜 세월 동안 무리하게 사용할 때 발생합니다. 보통 손가락 마디가 점점 두꺼워지면서 모양이 변합니다. 물론 20대나 30대의 젊은 나이에도 관절염이 발생할 수 있지만, 매우 희귀한 케이스입니다.(저도 지금까지 그런 케이스는 한번밖에 보지 못했습니다.) 

손가락 뼈 주변으로는 신경과 혈관, 근육과 인대 등이 고루 분포되어 있다ㅣ출처: 게티이미지뱅크

손가락은 뼈의 가장 안쪽에 위치하고 그 주변으로 신경과 혈관, 근육과 인대 등이 분포하고 있습니다. 손가락 뼈는 힘줄과 관절들로 연결되어 있고, 손가락의 끝에 미세한 신경들이 있어서 이를 통해 감각을 느낄 수 있죠. 손가락 뼈에 이상이 없는데도 통증이 있을 때 흔히 힘줄이나 인대의 문제라고 생각하는 게 당연합니다. 그래서 병원에서도 일반적으로 깁스나 염증 주사, 아픈 마디에 충격파, 고강도 레이저 치료 등을 진행합니다. 이러한 치료들은 손가락 부상에 어느 정도 도움 되고 효과도 좋은 치료입니다.

문제는 재발입니다. 치료 받을 때는 통증이 완화하지만 금방 증상이 재발됩니다. 왜 그럴까요? 이럴 때는 시야를 넓게 보고 치료해야 합니다. 국소적인 손가락 힘줄에만 집중하면 재발 가능성이 높습니다. 손가락에서 꽤 먼 근육과 힘줄까지도 치료해야 재발 가능성을 낮출 수 있습니다. 손가락을 움직이게 하는 전완과 손바닥 근육들이 뭉치면 손가락 마디에서 통증을 느끼게 됩니다.

이 원리를 기억한다면, 손가락 마디통증의 재발을 막을 수 있습니다. 물론 이것도 어느 손가락 몇 번째 마디냐에 따라서 치료가 다릅니다. 가깝게는 손바닥의 작은 근육들이 관여하고, 멀리는 전완의 근육까지 치료합니다. 해부학적인 고찰 없이 통증 부위와 그 주변만 치료하면 통증 재발은 계속될 수밖에 없습니다. 따라서 손의 해부학적 구조물을 정확하게 알고 치료에 임하는 전문 병원에서 치료 받을 것을 권합니다.

글 = 하이닥 의학기자 박한 원장 (가정의학과 전문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