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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려묘가 평소보다 무기력하고 발바닥이 창백하다면?...'고양이 빈혈' 의심해야

입력 2023.06.28 15:06
  • 성진규·하이닥 건강의학기자

고양이 빈혈은 체내 적혈구가 부족해서 발생하는 증상이다. 모종의 이유로 반려묘의 적혈구가 급격하게 줄어들거나 골수가 평소보다 적혈구를 적게 만들면 빈혈이 올 수 있다.


고양이 빈혈 예방을 위해서는 백신 접종과 구충제 복용은 필수다|출처: 게티이미지뱅크고양이 빈혈 예방을 위해서는 백신 접종과 구충제 복용은 필수다|출처: 게티이미지뱅크

잇몸이나 발바닥이 창백하면 빈혈 의심해야
고양이 빈혈 증상은 사람과 유사하다. 세포와 장기에 산소를 공급하던 적혈구의 수가 줄어들었기 때문에 저산소증에 걸려 평소보다 무기력하고 피로한 모습을 보인다. 또한 식사를 거부하고 숨을 가쁘게 쉬기도 한다. 황달 증세가 나타나기도 하며, 혈변과 혈뇨를 보이는 경우도 있다. 아울러 붉은색이던 잇몸 안쪽이나 발바닥, 코가 창백해진다. 빈혈을 방치하면 체내 산소 부족이 장기 기능 부진으로 이어져 반려묘의 생명이 위험해질 수 있어 조금이라도 의심증상을 보이면 병원을 방문하는 것이 좋다.

고양이 빈혈은 일반적으로 2가지로 나뉘며 종류에 따라 원인이 다르다. 재생성 빈혈(용혈성 빈혈)은 고양이의 골수가 만들어 낼 수 있는 적혈구의 양보다 사라지는 적혈구의 양이 많은 상태를 말한다. 피루브산 키나아제 결핍증(Pyruvate Kinase Deficiency, PK-Def) 등 유전질환으로 인해 적혈구 생성이 선천적으로 어렵거나, 장기 손상 또는 외상으로 인한 출혈, 기생충 감염 등 외부적인 요인으로 인해 발생한다. 엄마 고양이와 새끼 고양이의 혈액형이 다른 경우에도 빈혈이 생길 수 있다.

피루브산 키나아제 결핍증은 적혈구를 유지하도록 도와주는 필수 효소 물질인 피루브산 키나아제가 부족한 상태로 적혈구의 수명을 감소시키고 빠르게 사라지도록 만들어 빈혈을 유발한다. 아비시니안 고양이 소말리 고양이 품종에게서 주로 발견되며 최근에는 싱가푸라 고양이와 벵갈 고양이에게서도 자주 관찰된다는 보고서가 있다.

비재생성 빈혈(재생 불량성 빈혈)은 골수에 문제가 생겨 적혈구가 제대로 만들어지지 못하는 상태를 말한다. 재생성 빈혈에 비해 증상이 더 심각하고 예후도 나쁘다. 영양소 불균형으로 인해 체내 철이 부족하거나, 고양이 백혈병 바이러스 혹은 면역결핍 바이러스 감염 등으로 인해 발생한다. 특히 만성 신부전을 가진 고양이 중 30~65%가 비재생성 빈혈을 경험한다고 알려져 있다.


수혈은 치료 시간 확보용...원인 제거가 최우선
고양이 빈혈은 혈액 검사로 혈중 적혈구와 헤모글로빈 숫자를 확인하는 것만으로도 진단이 가능하다. 건강한 고양이의 경우 적혈구가 혈액의 25~45%를 차지하며, 빈혈인 경우에는 25% 미만으로 떨어진다. 이후 빈혈의 원인을 알아보기 위해 초음파, 바이러스·기생충 검사, 소변 검사, 골수 검사 등을 추가로 진행할 수 있다.

치료는 빈혈을 유발하는 원인 제거가 우선이지만, 병원 내원 시 적혈구의 숫자가 적다면 수혈을 받아야 한다. 다만 수혈은 치료보다는 부족한 적혈구를 채워 빈혈 원인을 치료하는 시간을 확보하는 것이 목적이다. 고양이 빈혈은 초기에 발견하고 치료하면 예후가 좋은 편이다. 그러나 빈혈 특성상 뚜렷한 증상이 나타나지 않아 반려인이 알아차리기가 어렵다. 때문에 예방이 매우 중요하다.

정기적으로 빈혈을 유발하는 전염병과 기생충을 예방하기 위한 백신과 구충제를 복용해야 하며, 적혈구를 만드는 철분이 부족하지 않도록 균형 잡힌 식단을 제공하는 것이 좋다. 아울러 반려묘가 스트레스를 받지 않도록 주변 환경에 신경을 쓰는 것이 바람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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