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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가 앓았다면 나도 위험...가족력 질환 ‘이렇게’ 대처해야

입력 2023.07.26 18:00
  • 서애리·하이닥 건강의학기자

가족은 생활 공동체이다. 식습관과 수면 습관 등 여러 생활습관을 공유한다. 그러다 보니 같은 질환을 앓을 위험도 커진다. 이를 '가족력'이라고 한다. 가족력은 자신을 기준으로 3대에 걸친 직계가족 또는 사촌 형제자매 이내에서 같은 질병을 앓은 환자가 2명 이상인 경우를 말한다. 물론 가족력이 있다고 반드시 특정 질병에 걸리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해당 질환에 걸릴 확률은 다른 사람보다 높다. 가족력의 영향을 많이 받는 질환과 대처법에 대해 알아본다.


가족력 질환은 비슷한 생활습관을 공유해 생긴다|출처: 게티이미지뱅크가족력 질환은 비슷한 생활습관을 공유해 생긴다|출처: 게티이미지뱅크


유전병과 가족력, 어떻게 다를까?
흔히 질병의 가장 큰 원인은 '유전'으로 본다. 3대 가족 건강만 잘 살펴도 나의 미래 건강을 예측할 수 있다는 말이 있을 정도다. 그러나 여기에서 말하는 '유전'은 엄밀히 말하면 이상 유전자가 후대로 전해지는 '유전병'과 가족끼리 비슷한 생활습관을 공유해 생기는 '가족력'을 포함하는 것이다. 가족력과 유전병은 엄연히 다르기 때문에 이 둘을 구분해야 한다.

유전성 질환은 특정한 유전자나 염색체의 변이에 의해 질병이 발생하는 것이다. 이상 유전자의 전달 여부가 질병의 발생 유무를 결정짓는다. 혈우병이나 파브리병, 다운증후군, 적녹색맹 등이 대표적인 유전성 질환이다.

반면 가족력은 흡연, 음주, 음식 등의 생활습관과 주거환경, 직업 등의 환경적 요인에 큰 영향을 받는다. 가족력 질병은 생활습관을 개선하거나 건강검진을 통해 조기 치료로 예방할 수 있고 발병 시기를 늦출 수도 있다.

가족력 높은 질환은?
대표적인 가족력 질병으로는 △고혈압 △당뇨병 △고지혈증 △뇌졸중 △골다공증 △심장병 △탈모 △암(유방암, 대장암, 폐암, 갑상샘암, 위암) △치매 등이 꼽힌다. 심장병은 가족 중 환자가 있을 경우 다른 사람에 비해 발병률이 2배 이상 높아진다. 당뇨병은 부모 중 한 사람에게만 당뇨가 있어도 자녀의 발병률이 크게 높아진다. 부모가 모두 당뇨병일 때 자식에게 당뇨병이 발생할 확률이 30~40% 증가되는 것으로 알려진다. 고혈압은 부모 모두 정상일 때 자녀의 발병률은 4%에 불과하지만 부모 중 한쪽이 고혈압일 때 30%, 양쪽이 모두 고혈압일 때 50%까지 발병률이 증가한다.

암 역시 가족력의 영향을 크게 받는 질병이다. 스웨덴 카롤린스카 연구소(Karolinska Institutet)와 독일 암 연구센터(DKFZ)는 스웨덴인 1,000만 명을 대상으로 가족력과 암 발병 위험에 대해 조사했다. 그 결과 부모가 암에 걸린 경우 자신의 암 발병 위험은 위암·대장암·유방암·폐암에서 1.8~2.9배에 달했다. 형제자매가 암에 걸렸을 때는 2.0~3.1배, 부모와 형제자매가 모두 같은 암에 걸린 경우 자신이 암에 걸릴 위험은 3.3~12.7배 높았다. 가족 중 암 환자가 있다면 정기적으로 건강검진을 받아야 하는 이유이다.

치매도 가족력이 있어 주의해야 하는 질환 중 하나이다. 분당 서울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김기웅 교수 연구팀은 부모의 치매 병력이 자녀에게 미치는 영향을 분석했다. 연구 결과, 부모 중 한 명이라도 치매 병력이 있으면 치매 발병 위험이 47% 증가했으며, 그중에서도 알츠하이머병 위험은 72% 줄었다. 알츠하이머병은 치매를 일으키는 가장 흔한 퇴행성 뇌질환으로 아포지단백 4형이라는 유전자와 관련 있다. 이 유전자형을 1개 물려받으면 2.7배, 2개 물려받으면 17.4배 발병 위험이 커지는 것으로 알려졌다. 가족 중 알츠하이머성 치매 환자가 있다면 노년기에 접어들기 전부터 꾸준히 검사를 받는 것이 좋다.

가족력 있다면 생활습관 개선하고 건강 정기검진 시기 앞당겨야
특정 질병의 가족력이 있다면 남보다 부지런히 식생활 개선과 운동에 관심을 쏟아야 한다. 고혈압 가족력이 있으면 과식, 과음, 짜게 먹는 습관이 가족 전체에서 나타나는 경우가 많으므로 식습관을 고쳐 혈압을 낮춰야 한다. 당뇨병 역시 유전적 소인이 강하지만 엄격한 식사요법과 꾸준한 운동으로 발병 가능성을 낮출 수 있는 만큼 식습관 개선에 힘써야 한다.

또한 직계가족 중 암 환자가 있으면 40대 이후부터 1년에 한 번씩 정기적으로 대장내시경, 유방촬영술, 위내시경, 저선량 폐 컴퓨터단층촬영(CT), 유전자 암표지자검사를 받는 것이 좋다.

하이닥 내과 상담의사 이정찬 원장(서울조인트내과의원)은 "부모 모두에게 당뇨, 고혈압, 심혈관 질환이 있다면 가족력이 있다고 판단할 수 있다"라며 "음주를 금하고 탄수화물 55~60%, 지방 20~25%, 단백질 15~10% 등으로 구성된 식단으로 먹고, 과식하지 않고 싱겁게 먹기 등 식습관 개선이 필요하다. 식후 1~3시간 사이에 30분간 꾸준히 운동을 하는 등 규칙적인 신체 활동으로 어느 정도 질환 예방을 할 수 있으며, 이후 합병증 발생 위험도 감소시킬 수 있다"라고 조언했다.

가족력이 있다고 반드시 그 병에 걸리는 것은 아니지만 발병 가능성이 큰 것은 사실이다. 따라서 부모가 금연, 절주, 규칙적인 운동, 절제하는 식생활 등 바람직한 생활습관을 가지면 자녀가 가족력 질환에 걸릴 가능성은 줄어든다. 또 55세 이전에 성인병이나 암이 발생한 가족이 있다면 정기검진 시기를 앞당기는 것이 좋다.

도움말 = 하이닥 상담의사 이정찬 원장 (서울조인트내과의원 내과 전문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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