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타민 D가 노화에 의해 발생하는 비알콜성 지방간 생성을 억제한다는 사실이 질병관리청 국립보건연구원 연구에 의해 최초로 규명됐다.
비타민 D 결핍과 비알코올성 지방간 발생 간의 작용 기전이 국내 연구진에 의해 밝혀졌다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비타민 D 보충하면 간에 축적되는 지방량 크게 감소
비알코올성 지방간은 간에 5% 이상 지방이 침착된 경우이다. 지방간은 간경변이나 간암뿐만 아니라 제2형 당뇨병, 심뇌혈관 질환, 치매 등 만성질환 위험을 높여 '침묵의 살인자'라고 불린다. 여러 연구 결과에 따르면 비알코올성 지방간 환자에서 제2형 당뇨병 유병률은 2.2배, 심혈관질환은 1.6배, 치매는 8% 증가한 것으로 확인됐다.
특히 대한당뇨병학회 지방간연구회 팩트시트(2022년)에 따르면 국내 65세 이상 노인의 40.4%가 비알코올성 지방간 환자이다. 현재 비알코올성 지방간에 대해 공인된 치료제가 없다. 그런데 비타민 D가 비알코올성 지방간 발생을 억제한다는 연구 결과가 나온 것이다. 비타민 D가 당뇨병 및 비알코올성 지방간 발생과 관련이 있다는 기존 연구는 있었다. 그러나 그 효과와 작용 기전은 정확하게 밝혀진 바는 없었다.
국립보건연구원 내분비·신장질환연구과 연구팀은 비타민 D 부족이 지방간 발병에 끼치는 영향을 확인하기 위해 노년기(18~24개월)에 해당하는 실험용 쥐에게 4개월간 비타민 D를 투여(2만 IU/Kg)한 후 일반적인 식단을 제공한 생쥐와 지방간 발병 여부를 비교·분석했다.
비타민 D와 노인성 지방간 사이의 연관성을 확인한 연구 결과 모식도 |출처: 질병관리청
그 결과, 비타민 D를 투여한 실험용 쥐에서 지방간 발병 위험이 크게 줄어드는 것을 확인했다. 특히 체내 비타민 D 농도가 충분한 젊은 생쥐(3~6개월)에서는 나타나지 않았고, 체내 비타민 D 양이 불충분한 노화 쥐에서 더 뚜렷했다. 이후 연구팀은 후속연구를 통해 비타민 D의 지방간 억제 효과가 에너지를 생성하는 세포 소기관인 미토콘드리아에서 특이적으로 발견되는 'Micos 60' 단백질 때문이라는 점을 규명했다. 또 노화 쥐에 충분한 양의 비타민 D를 보충하면 Micos 60 단백질을 직접 증가시켜 지방간 생성을 억제한다는 사실도 밝혔다.
이번 연구는 자연 노화에 의한 비타민 D 결핍이 미토콘드리아 내막 구조 조절 단백질인 Micos 60 양을 급격히 감소시키고, 이로 인해 간에서의 지방 축적이 크게 늘어나는 것을 세계 최초로 증명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이번 연구는 의과학 분야 세계적인 학술지인 ‘실험분자의과학(Experimental & Molecular Medicine, IF 12.8, mrnIF 95.56)’ 1월 온라인판에 게재됐다.
국내 비타민 D 결핍 환자 증가세...식품 통해 비타민 D 보충해야
우리나라 비타민 D 권장 섭취량은 최소 600~4,000IU이다. 고령자의 경우 최소 800IU가 권장된다. 그런데 국내 비타민 D 결핍 환자는 점차 증가하는 추세이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자료에 따르면, 국내 비타민 D 결핍 환자는 전체 영양소 결핍 환자의 73.7%에 이르며, 2017년 8만 6천여 명에서 2021명 24만 7천여 명으로 4년 만에 3배 이상 늘었다.
비타민 D의 가장 좋은 공급원은 햇볕이다. 햇볕을 30분 이상 충분히 쬐어주면 피부를 통해 합성된다. 그러나 거동이 불편하거나 건강 이상으로 실내에서 머물러야 하는 노인은 햇볕의 자외선으로부터 충분한 비타민 D를 얻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이럴 때는 식품을 통해 비타민 D를 섭취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대부분의 식품에는 비타민 D가 들어있다. 우리 식생활에 빠지지 않는 달걀은 비타민 D 공급에 가장 좋은 식품이다. 정어리, 참치 등 등푸른 생선과 연어, 표고버섯 등에도 비타민 D가 풍부하게 들어 있다. 특히 표고버섯에는 비타민 D의 정구체인 에르고스테롤이 가장 풍부하며 햇볕에 말린 표고버섯 100g에는 최대 40ug의 비타민 D가 들어 있다. 따라서 고령자들은 달걀·우유·버섯 등 비타민 D가 풍부한 식단이나 영양제로 비타민 D를 적절히 유지하면 지방간 발병을 예방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