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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악동에 가면 축농증이 보인다”…축농증, 그 이름의 의미는?

입력 2024.03.23 17:00
  • 서효석·편강한의원 한의사

하이닥 의학기자 서효석 원장|출처: 하이닥하이닥 의학기자 서효석 원장|출처: 하이닥

상암동은 월드컵 경기장이 있는 곳으로 유명해서 그 위치를 대부분의 사람들이 알지만, 비슷한 이름을 가진 '상악동'은 어디에 있는지 잘 모르는 이들이 많다. 그러나 비염이나 축농증 환자라면 상악동이 어딘지 본 기억이 있을 것이다. 비염이나 축농증을 검색했을 때 수많은 유튜브나 블로그, 카페, 병·의원 홈페이지 등에 어김없이 아래와 같은 그림이 나오기 때문이다.


부비동|출처: 게티이미지뱅크부비동|출처: 게티이미지뱅크


물론 검색 결과가 꼭 이 그림과 일치하지는 않을 것이다. 부비동의 구조를 더 상세하게 그려놓은 것도 있고, 실사로 된 그림이나 그래픽으로 된 그림 등 다양하다. 이들 그림에는 공통적으로 부비동이 어디이며 그 기능이 무엇이고, 네 개의 동(洞) 가운데 어디에 축농증이 생기는지 설명이 붙어 있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왜 그런 이름이 붙었는지를 설명하는 것은 찾아보기 힘들다.

여기에서 '동(洞)'은 지명이 아니라 동굴(洞窟)을 뜻한다. 물론 동명(洞名)의 연유를 몰라도 상관은 없다. 그러나 그 연유를 알면 축농증에 대해서 훨씬 이해가 쉬운데, 그 방법은 한자로 이해하는 것이다.

전두동은 前(앞 전), 頭(머리 두)이니 이마 쪽에 있는 동굴이고, 접형동은 蝶(나비 접), 型(모양 형)이니 전면에서 보았을 때 좌우 대칭이 나비 모양으로 생긴 동굴이다. 사골동은 篩(체 사), 骨(뼈 골)로 곡식 가루를 치는 체처럼 구멍이 숭숭 뚫려있는 연골로 된 동굴이고, 상악동은 上(위 상), 顎(턱 악)으로 위턱 부분에 있는 동굴로 눈 밑에서 위턱까지 분포된 가장 넓은 부비동이다. 상악동의 아랫부분은 치근(齒根)과 가까이 있기 때문에 종종 충치가 심해서 그 염증이 상악동을 침범하면 축농증을 일으키기도 하며 최근에 유행하는 임플란트를 할 때도 마찬가지이므로 상악동의 바닥을 건드리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축농증은 콧물과 관계가 깊은데, 콧물은 언뜻 보면 지저분해 보이지만 알고 보면 사람의 몸을 보호하기 위해서 나온다. 공기와 함께 몸속으로 들어온 먼지나 유해 물질을 걸러내고 지나치게 차거나 더운 공기를 적절한 온도로 바꾸어 준다. 감기에 걸렸을 때는 세균을 걸러내기 위해 양이 증가한다. 특히 내부 기관이 아직 덜 발달한 아이들은 외부 환경에 쉽게 자극을 받으므로 분비되는 콧물의 양이 많아 밖으로 흐른다.

이때 콧물은 콧속에서 길을 따라 흐르는데, 그곳이 바로 그림에서 보는 부비동이다. 그런데 감기나 비염에 걸려 점막이 부으면 부비동 입구를 막아버린다. 입구가 막혀 신선한 공기가 들어가지 못하고 부비동에 고여 있던 콧물이 밖으로 나오지 못하면 세균과 곰팡이가 자란다. 고여 있는 물이 상하는 것과 같은 원리이다. 이처럼 흐르지 못하는 콧물은 고여 있다가 염증이 되는데 이를 ‘고름이 고여 있다’고 하여 ‘蓄膿症(쌓일 축, 고름 농)’이라 하는 것이다.

농이 생기는 부위를 기준으로 볼 때는 부비동염이라고 부르기도 하지만 실제로 축농증의 90%는 상악동에 생긴다. 또한, 그림에서 보듯이 부비동은 코뿐만 아니라 눈과 귀와도 연결되어 있어서 염증이 이리저리 옮겨 다닐 수 있는데 코로 가면 축농증이요, 귀로 가면 중이염이고 눈으로 가면 결막염이 된다.

그리고 비염이나 축농증 모두 코와 관련된 병인데, 한방에서는 콧병의 근본적 원인을 폐의 이상(異常)으로 본다. 이를 ‘폐주비(肺主鼻)’라 하는데, 폐가 코를 주관한다는 것이며 구체적으로는 폐에 열이 많다든가 차가운 데 기인한다고 보는 것이다. 이는 인체 기관을 모두 상호 연결되어 있다고 보는 한방의 통치(通治) 개념이다. 발바닥을 눌렀을 때 위에 자극을 줘서 트림이 나는 것과 같은 현상처럼 경락(經絡)은 다 연결되어 있다는 의미다. 따라서 축농증을 근본적으로 치료하려면 폐 기능을 강화하는 것이 지름길이 된다.

글 = 하이닥 의학기자 서효석 원장 (한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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