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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리에 나타나는 실핏줄, 그 원인과 대책은?

입력 2024.03.27 10:00
  • 반동규·포이즌의원 전문의
하이닥 의학기자 반동규 원장ㅣ출처: 하이닥하이닥 의학기자 반동규 원장ㅣ출처: 하이닥

매서운 추위가 한풀 꺾이는 요즘, 거리에는 옷차림이 가벼워진 사람들이 점차 눈에 띄고 있습니다. 그러나 하지정맥류로 실핏줄이 훤히 드러나 보이는 경우에는 얇은 옷차림이 부담스러울 수 있습니다.

이러한 문제로 병원을 찾는 환자들 가운데는 간혹 다리에 혈관이 잘 보인다는 이유만으로 무조건 하지정맥류 실핏줄이라고 자가 진단을 내리는 경우도 있고, 수술이 부담스럽고 재발이 우려돼 치료 자체를 포기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하지정맥류 실핏줄은 치료 자체가 불가능하다거나 어려운 것만은 아닙니다. 따스한 봄기운이 도는 지금부터 늦가을까지 특히 도드라져 보이는 다리의 실핏줄에 대해 자세히 알아보겠습니다.

하지정맥류 실핏줄이 발생하는 원인은?
울퉁불퉁한 혈관을 동반하는 하지정맥류(복재정맥류 등)의 대부분은 ‘정맥 내 판막(valve) 손상’이 가장 큰 원인입니다. 그런데 가느다란 보라색 및 선홍색 혹은 푸른색 실핏줄만이 나타나게 되는 하지정맥류 실핏줄은 △체질적으로 얇은 피부 △약한 혈관 △생활 습관 △환경(기온 등)이 가장 큰 원인이라 할 수 있습니다.

비만인에게서는 하지정맥류 실핏줄이 나타나지 않는다는 것을 보면, 이러한 요소들이 유전보다 강력하게 작용한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비만인 분들의 경우 혈관이 지방에 가려지기 때문에 손등이나 발등에서 혈관을 찾기 매우 어렵습니다. 반대로 유난히 마른 체형이신 분들의 경우에는 별다른 이유 없이 항상 손등이나 발등에서 혈관이 관찰되며, 중력의 영향을 덜 받는 조건에서는 그나마 완화되는 특징이 있습니다.

그리고 이러한 체질적 요소와 상관없이 하지정맥류 실핏줄이 나타나는 경우도 있습니다. △복재정맥류 등이 1차적으로 발생한 후, 곁가지였던 작은 혈관까지 전이된 경우 △혈관 기형(K-T증후군 포함) 등의 원발성 문제에서 표재정맥까지 전이된 상태 등에서도 실핏줄이 잘 나타납니다. 이 경우 일반적인 하지정맥류 실핏줄과는 약간 다른 양상이기 때문에, 전문의의 진료를 통해 정확하게 확인이 가능합니다.

하지정맥류 실핏줄을 일상에서 관리하려면?
어릴 적부터 혹은 성장기를 거치면서 실핏줄이 발견되더라도 실핏줄이 나타난 범위나 형태에 변화가 없었다면 ‘체질적 소인’에서 나타난 일반적인 현상으로 볼 수 있습니다. 이는 특히 피부가 얇고 하얀 경우에 쉽게 볼 수 있으며, 남들보다 피부가 투명할수록 더 큰 스트레스로 다가올 수 있습니다. 그래서 병적인 요소 여부를 떠나 미용상의 목적에서라도 치료를 원하시는 환자들도 많습니다. 하지만 너무 가느다란 혈관의 경우에는 치료 효과가 크지 않습니다. 따라서 더 번지지 않게 관리하고 최대한 보이지 않도록 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이때는 충분한 보습 및 자외선 차단이 큰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그리고 망상정맥류나 모세혈관확장증, 거미양정맥류 초기의 경우에는 다리를 꼬고 앉거나 쪼그려 앉는 것, 필요 이상으로 다리에 압력을 가하는 의복이나 신발을 착용하지 않는 것이 도움이 됩니다. 또한 병태의 정도를 떠나 충분한 수분 보충과 함께 스트레칭을 통해 부종을 예방하고, 작은 혈관들에 압력이 높아지는 것을 예방하는 습관이 필요합니다.

하지정맥류 실핏줄, 꼭 치료해야 할까?
하지정맥류 실핏줄과 체질적으로 나타난 실핏줄 간에는 확연히 구분되는 특징이 있습니다. 바로 자각증상 유무입니다. 하지정맥류가 발생하면서 2차적으로 나타난 문제인 경우에는 실핏줄이 드러나 보이는 곳 주변에 부종과 당김, 경련, 저림 등의 자각증상이 동반합니다. 그리고 정맥류 질환 자체가 진행성 질병이기 때문에, 시간이 지날수록 그 범위나 통증의 강도가 점차 심해질 수 있습니다. 따라서 이러한 경우라면 치료는 선택이 아닌 필수입니다. 다만 아주 심각한 수준만 아니라면 치료 시기 정도는 본인 스스로 결정해도 무방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아무런 자각증상이 없으며 예전이나 지금이나 큰 변화가 없었던 경우라면 병이 아닌, 체질적으로 혈관이 잘 보이는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이러한 경우에는 치료가 필수가 아닌 선택입니다. 또한 혈관이 도드라져 보이는 증상을 억제하기 위해 평상시에 적절한 관리를 하는 것이 우선입니다.

하지정맥류 실핏줄을 치료하는 방법은?
가느다란 실핏줄은 얇은 만큼, 외과적 수술요법으로는 절대 해결할 수 없습니다. 얇은 혈관에 무리하게 수술기구를 사용하면 혈관이 터지면서 치료 자체가 불가능해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가느다란 실핏줄에는 수술 대신, 레이저요법과 혈관경화요법을 주로 이용합니다.

피부 레이저요법은 색소 반응 레이저를 이용해 피부 밖에서 조사하여 혈관을 없애는 치료법입니다. 혈관경화요법에 비해 즉각적인 반응이 가장 큰 특징이고, 모세혈관확장증과 같이 매우 얇은 혈관에 특히 효과적인 치료법입니다. 따라서 망상정맥류와 같이 하지정맥류 실핏줄일지라도 상대적으로 굵은 편에 속하는 혈관의 치료에까지 레이저를 이용하기엔 다소 무리가 따를 수 있습니다.

혈관경화요법은 가장 대중적으로 이용되는 치료 방법입니다. 혈관을 딱딱하게 굳히는 약물을 혈관 안으로 주입해 혈관을 굳히고 체내로 흡수시켜 늘어난 혈관을 영구적으로 없애는 치료법입니다. 혈관의 위치 및 크기에 따라 약물의 농도 및 주삿바늘의 크기를 결정하며, 얇은 혈관일수록 낮은 농도의 약물을 얇은 주삿바늘로 주사합니다. 주삿바늘이 매우 얇은 만큼 치료를 할 때도 약간의 따끔거림 정도를 느끼는 정도이며, 별도의 마취도 필요치 않습니다.

간혹 주삿바늘에 대한 공포심이 있는 환자는 혈관경화요법에도 마취를 원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그러나 마취제로 인해 혈관이 숨어버릴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치료 시 마취는 금물입니다. 시술 후에는 약간의 혈관통이 나타날 수 있는데, 이는 시술 후 20~30분 정도 걷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완화될 수 있습니다. 혈관이 딱딱하게 굳는 과정으로 인해 당기는 느낌이 들 수 있으나, 이는 정상적인 치료 과정의 일부이기에 걱정할 필요는 없습니다.

글 = 하이닥 의학기자 반동규 원장 (흉부외과 전문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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