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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칼럼

눈 이야기 ⑤ 눈에도 핵이 있다

입력 2024.03.29 14:00
  • 정신영·하이닥 건강의학기자

하이닥은 한국망막변성협회 회장 유형곤 원장과 함께 망막변성으로 인한 실명 예방 문제뿐 아니라, 백세시대 건강하게 눈 건강을 지키는 방법에 대해 매주 소개합니다.


안과 전문의 유형곤 원장ㅣ출처: 하이닥안과 전문의 유형곤 원장ㅣ출처: 하이닥


흔히 눈 속을 우주와 비교하곤 합니다. 광활한 우주에는 없는 것이 없습니다. 작아 보이는 눈도 그 속에 우리 몸을 이루는 신경, 혈관, 분비샘, 심지어 근육까지 모든 종류의 세포가 있습니다. 따라서 백내장이나 망막 수술은 우주처럼 복잡한 눈 속에 생긴 병을 고치는 섬세한 작업입니다.

실제 임상 경험을 바탕으로, 눈 수술뿐만 아니라 우리 삶에 대한 성찰도 같이 하면 좋겠다는 바람으로 이야기를 풀어보겠습니다.

눈에도 핵이 있다
수정체는 눈 속에 있는 렌즈이다. 카메라의 렌즈처럼 수정체도 볼록하게 생겼고 빛이 눈 뒤의 망막 조직에 초점을 맞출 수 있게 한다. 투명하기 때문에 수정체(Crystal Lens)라고 부른다. 수정체는 우리가 사는 지구처럼 여러 층으로 되어 있다. 지구 중심에 핵이 있는 것처럼 수정체 중심에 핵이 있고 지구 표면이 부드러운 흙으로 덮인 것처럼 수정체 바깥층도 피질로 감싸져 있다.

백내장은 수정체에 허옇고 누런 혼탁이 끼는 것을 말한다. 수정체 핵이 누렇게 변하면서 단단해지는 것을 핵경화 백내장이라고 한다. 핵경화 백내장은 나이가 들면서 생기는데 술과 담배, 염증 질환, 안약이나 약물의 부작용, 자외선, 외상 등으로 더 악화될 수 있다.

핵경화가 심해지면서 백내장 수술의 난이도가 올라간다. 핵이 단단하기 때문에 녹여서 제거하기가 더 어려워지기 때문이다. 좀 특별한 수술 테크닉이 필요하다. 그중 나누어서 정복하기(divide and conquer)와 도끼질(chop) 방법이 있다. 단단한 핵을 한꺼번에 녹이기 어렵기 때문에 작게 쪼개서 제거하는 방법이다.

핵경화가 쪼개기도 어려울 정도로 심해지면 먼저 드릴(drill) 방법으로 핵에 구멍을 파고, 다음에 쪼개는 방법을 사용할 수 있다. 과정이 복잡해질수록 안구 내 조직 손상의 위험이 증가하므로 합병증을 예방하는 것이 중요하다. 수정체 제거에서 경화가 심한 핵을 제거하는 것은 가장 어려운 과정 중 하나지만 깨끗하게 제거했을 때 수술의사로서 성취감 또한 커진다. 정복자(conquerer)가 된 듯 기쁨을 느낀다.

글 = 유형곤 원장(한국망막변성협회 회장/하늘안과 망막센터장)

[한국망막변성협회 '유형곤의 시투게더(Seetogether, Sitogether)' 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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